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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 교육감 직선제 어디로

 

2010년 교육감 직선제가 전국적으로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다. 당시 제도 도입의 취지는 분명했다. 교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주민들이 직접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함으로써 교육자치와 민주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의 확대와 함께 교육자치 역시 주민의 손으로 완성하자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다섯 번의 선거가 남긴 불편한 질문
실제로 교육감 직선제가 남긴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과거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강했던 교육행정이 일정 부분 독립성을 확보했고, 주민들이 지역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마련했다. 교육복지·혁신교육·고교학점제·미래교육 등 다양한 정책 실험이 가능했던 배경에도 교육자치의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을 국가의 하위 행정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된 점 역시 직선제가 남긴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는 도입 취지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실제 운영 결과가 중요하다. 다섯 차례의 교육감 선거를 거친 지금,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는가. 아니면 정치적 갈등과 비효율만 키운 채 민주주의라는 명분 아래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이번 6·3 지방선거는 교육감 직선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선거 과정에서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진영 논리가 선거를 지배했다. 유권자 상당수는 후보의 교육철학이나 정책보다 보수·진보 구도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다. 정당 공천은 금지되어 있지만, 사실상 정당 선거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은 더욱 심각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이 교육정책이 아니라 ‘누가 단일후보가 될 것인가’에 맞춰졌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진보 단일화와 보수 단일화 논의가 정치권 수준으로 전개됐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 전문가를 뽑는 과정인지, 정치세력의 대리전을 치르는 과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유권자의 무관심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감은 수백만 학생과 교원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유권자는 후보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소를 찾는다. 교육감 후보 토론회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언론 보도 역시 제한적이다. 결국 인지도와 조직력, 정치적 후광이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정당은 없지만 정치는 존재하고, 주민 선택은 있지만 충분한 정보는 부족한 모순적 선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만의 독특한 교육감 선출 제도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만의 특수한 제도적 실험이라는 점이다. 해외 주요 선진국을 살펴보면 한국처럼 광역 단위 교육행정 책임자를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핀란드·독일·영국 등은 주민 참여를 보장하면서도 교육행정은 전문성과 안정성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미국 역시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주민이 선출한 교육위원회가 교육행정 책임자를 임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즉 선진국들은 교육행정의 민주성과 전문성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직선제라는 민주적 형식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별도로 선출되면서 발생하는 행정 비효율 역시 심각한 문제다. 지역 인재 양성, 교육투자, 학교시설 개선, 늘봄학교, 돌봄정책 등은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이 다른 단체장과 교육감이 선출될 경우 정책 갈등과 예산 충돌이 반복된다. 주민 입장에서는 같은 지역 안에 두 개의 권력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제는 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 결선투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육감 선거는 다수 후보 출마로 인해 30~40% 득표만으로도 당선이 가능하다.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한 교육감이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것은 대표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결선투표제는 최소한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둘째,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역 발전 전략과 교육정책의 연계성을 높이고 행정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역 산업과 교육, 인재 양성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교육자치가 지방정치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러닝메이트제는 단순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교육의 독립성과 행정의 효율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미국식 교육위원회 모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은 교육위원을 선출하고, 교육위원회가 전문성을 갖춘 교육행정 책임자를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는 민주적 통제와 전문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넷째, 무엇보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 의무 토론회 확대, 교육정책 비교 플랫폼 구축, 공약 이행 평가제도 도입 등을 통해 후보 검증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유권자가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현실을 방치하면서 교육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가깝다.

 

교육은 정치보다 길고 선거보다 오래간다
교육은 정치보다 길고 선거보다 오래간다. 교육감 직선제 역시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지난 16년 동안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자치의 토대를 넓히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정치화, 낮은 인지도, 대표성 부족, 행정 비효율이라는 적지 않은 한계도 드러냈다.


민주주의는 선출이라는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할 것인가, 보완할 것인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것인가는 더 이상 금기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에서 유권자가 후보를 모른 채 투표하는 현실, 그것이야말로 교육감 직선제가 마주한 가장 불편한 진실이다. 이제는 제도를 지키기 위한 논쟁이 아니라,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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