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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교육감 선거, 어느 출마자의 교육자치 징비록

 

징비록은 과거를 비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찰의 기록이다. 교육감 선거를 직접 경험한 지금,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남기는 일 역시 그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다.


이 글은 누군가의 승패를 평가하거나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랫동안 교육행정 현장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번 선거를 직접 치른 한 사람으로서 선거 과정에서 확인한 몇 가지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을 뿐이다.


필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국제교육기구를 오가며 교육정책을 다루어 왔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믿음은 하나였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서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과 정책이라고 믿었다.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무너진 기초학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선거의 중심이 되리라 기대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책 경쟁이 선거를 이끌 것이라 믿었지만, 무엇을 알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알려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


선거의 적은 무관심, ‘잘 모름’이 1위를 차지한 선거
선거를 치르며 가장 크게 마주친 벽은 진영 대결이 아니라 유권자의 무관심이었다. 필자가 참여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는 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응답자의 약 60%가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누구를 지지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아니라 ‘지지 후보 없음/잘 모름’이 사실상 1위였던 셈이다. 한 언론이 ‘교육감 지지율 1위는 ‘잘 모름/없음’이라는 제목을 단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것은 필자가 출마한 경남만의 문제도, 유권자의 탓도 아니다. 교육감 선거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는 후보를 판단할 정보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 정보가 부족하니 정책보다 인지도와 이미지가 표를 가른다. 인지도가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에서 후보들은 선거 초반부터 이름 알리기에 재원과 시간을 집중하고,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세력 결집에 매달리게 된다. 정당 공천의 부재가 정보의 공백을 낳고, 정보의 공백이 인지도 선거를 부르며, 인지도 선거가 단일화 과열로 이어지는 구조가 교육감 선거의 내재적 한계이다. 

 

정치는 앞서고 교육은 사라진, 교육 없는 교육감 선거
그래서 선거가 시작되면 교육 의제보다 단일화 협상과 여론조사 방식이 먼저 주목받고, 정작 정책 논의는 뒤로 밀린다. 필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단일화가 후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현행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문제는 그 과정의 대표성이다. 절반이 넘는 유권자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수의 응답을 근거로 단일 후보가 가려진다. 교육감 선거의 직접 당사자는 학생·학부모·교사를 포함한 교육공동체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정작 선거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 교육감 선거인데 교육보다 정치적 구도와 단일화 논쟁이 더 큰 관심을 받는 현실은 분명 되짚어 볼 대목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교육이 뒤로 밀린다는 사실이다. 교사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여론조사 문항이 아니며, 학부모들이 듣고 싶은 것도 단일화 결과가 아니다. 아이들의 학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교권을 어떻게 지킬지, 지역 간 교육격차를 어떻게 좁힐지가 현장의 진짜 관심사다. 선거가 정치적 구도에 매몰될수록 이 질문들은 답을 듣지 못한 채 미뤄지고,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과 교사들이다.


교육감 선거, 다시 교육으로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결론은 단순하다.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한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감 선거를 다시 교육의 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 필요성은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이번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발생한 무효표는 108만 8,403표에 달했다. 같은 날 실시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 43만 4,000여 표의 2.5배 수준이다. 후보는 많지만 누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고, 공약을 비교할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유권자가 사실상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투표소에서 교육감 투표용지를 받고도 기표하지 않거나, 둘 이상의 후보에게 기표해 무효 처리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수치들은 현행 제도의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후보 8명이 출마했던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30만 표를 넘었다. 경남교육감 선거에서는 1·2위 후보 간 표차가 7,165표였지만 무효표는 7만 1,333표로 10배 이상 많았다. 충남교육감 선거 역시 1·2위 표차 3만 6,970표보다 무효표 5만 2,324표가 더 많았다. 선거 결과를 바꾸고도 남을 수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도 특정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셈이다.


당선인의 대표성 문제도 제기된다. 경기·전북·대구·부산을 제외한 12개 지역 교육감 당선인의 득표율은 모두 50%를 넘지 못했다. 서울·울산·인천·세종·충남·경남 등 6개 지역에서는 30%대 득표율로 교육감이 선출됐다. 대전교육감 당선인의 경우 득표율이 27.48%에 그쳤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안팎 지지만으로도 교육행정을 책임질 수장이 결정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한 유권자 무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지만, 정당을 대신할 만큼 후보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후보들은 정책보다 인지도 확보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게 되고, 유권자는 후보를 비교·판단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다.

 

교육감 선거, 교육정책 경쟁의 장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무엇보다 후보의 교육철학과 정책 역량을 검증할 구조가 필요하다. 몇 차례 토론회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력·교권·교육복지·지역 교육격차 같은 핵심 현안별로 공개 정책 검증의 자리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선거의 직접 당사자인 교사·학부모·교육전문가가 정책 검증 과정에 참여할 통로를 열어야 한다. 일반 정치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중심에 서야 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과정만큼은 투명해야 한다. 조사 방식과 문항, 조사기관 선정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검증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결과에 대한 신뢰는 결국 과정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

 

결국 교육감 선거의 미래는 직선제를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선거를 더 교육답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필자는 직선제가 지켜 온 교육자치와 주민 참여의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이제는 그 가치 위에 관심과 참여, 정책 검증과 전문성을 더해야 한다.


선거에서 만난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진영의 승패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선거가 끝난 지금도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여론조사 수치나 단일화 과정이 아니다. 더 나은 교육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눈빛과 학교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이다.


교육의 주인은 후보도, 진영도, 제도도 아니다. 아이들이다.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논의 역시 그 출발점과 종착점은 언제나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이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감 선거에 직접 참여한 필자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이며, 이 글로 남기고 싶은 작은 징비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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