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민선 5기 교육감 선거에서도 여전히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 검증보다는 정치 성향과 선심성 공약 중심의 조직적 선거운동이 당락을 결정했고, 후보들 사이의 고소·고발 등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념 갈등이 지속됐다. 이번이 역대 가장 비교육적인 교육감 선거라는 평가도 있다.1 특히 이번 교육감 후보자들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믿고 10~100만 원의 현금 등을 지원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심지어 학부모 부담과 교육청 예산을 매칭해 최대 5,000만 원 펀드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재원조달의 책무 없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전해 주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를 위해, 추가로 엄청난 선거 비용과 혼탁한 혐오 경쟁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물어보고 개방형 공모제라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감이 갖춰야 할 덕목 _ 무엇이 우선인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자주
6월 3일,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언론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진보 10명, 보수 6명이 당선됐다고 평가한다. 수도권 3곳을 포함해 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다. 현장 교사로서 교육감 선거는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교사는 이 선거의 유권자이면서 정치적 금치산자다. 후보자의 정책에 찬성도, 반대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없다. 다른 공무직·일반직 노조들이 지지 후보를 공개 선언하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동안, 교원단체는 후보자와의 간담회 형식으로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는 현실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발언권 없는 유권자를 진지하게 상대할 정치인은 없다. 교사는 ‘투표는 하지만 목소리는 낼 수 없는’ 존재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교육감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선 관료이다. 교사는 침묵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 교육감 선거는 정당을 표방할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은 선거 내내 진보·보수로 후보를 구분하여 보도한다. 후보들은 파란색·빨간색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불리하다 싶으면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선거 용지에 정당과 기호가 표기되지 않는 등 깜깜이 선거라 부르지만,
징비록은 과거를 비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찰의 기록이다. 교육감 선거를 직접 경험한 지금,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남기는 일 역시 그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다. 이 글은 누군가의 승패를 평가하거나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랫동안 교육행정 현장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번 선거를 직접 치른 한 사람으로서 선거 과정에서 확인한 몇 가지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을 뿐이다. 필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국제교육기구를 오가며 교육정책을 다루어 왔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믿음은 하나였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서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과 정책이라고 믿었다.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무너진 기초학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선거의 중심이 되리라 기대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책 경쟁이 선거를 이끌 것이라 믿었지만, 무엇을 알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알려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사망했다.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이며 교원은 국공립과 동일한 복무규정을 준용하지만, 현장에서는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병가조차 낼 수 없었다. 저출생이 국가적 위기라는 슬로건 하에서도, 영유아교육을 무상화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무수한 정치인들의 말 앞에서도, 유아교육 현장은 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안타까운 희생을 계기로, 이제는 교사들에게도 보편적인 「노동법」의 울타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는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상식적 환경을 구축하자는 절실한 제언이다. 재생산 노동의 외주화와 가치 수탈의 역사 자본주의 경제는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거나 사무실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노동’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노동이 가능해지려면 노동자가 먹고, 쉬고, 돌봄을 받으며 내일의 노동력을 복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어 사회적 노동력을 다시 만들어내는 모든 활동을 ‘재생산 노동’이라 부른다. 영유아교육과 보육은 바
유아교육은 한 아이의 삶의 기초를 세우는 국가교육의 출발점이다. 유아기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시기가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사회성과 삶의 태도를 만들어 가는 결정적 시기이다. 특히 국공립유치원은 교육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모든 유아에게 균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 사회 유아교육의 기준과 방향을 세워 왔다. 그러나 지금 유치원 교육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 저출생과 유보통합 논의, 학부모 요구의 다양화, 안전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 확대, 디지털 기반 미래교육 요구까지 더해지며 유치원 교사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넓고 무거운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놀이 중심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 유아 맞춤형 성장 지원, 생활지도, 안전교육, 학부모 상담, 통합교육, 방과후 과정 운영, 각종 행정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현장의 피로도와 심리적 소진은 점점 커지고 있다. 놀이와 체험이 사라지는 교실 무엇보다 유아교육은 초·중등교육과는 다른 특수성을 가진다. 유아들은 교사의 설명만으로 배우지 않는다. 직접 보고, 만지고, 뛰어놀고, 경험하며 배운다.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친구와 갈등을
40도 고열의 교실이 보여준 운영 구조의 한계 최근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고열 속에서도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출근했다가 끝내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나 특정 기관의 관리 부실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드러낸 사례입니다. 저출생 상황과 장기간 동결된 원비, 정책적 사각지대 속에서 오직 교사의 사명감에 의존해 온 사립유치원 시스템은 현재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유아교육 생태계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였습니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현행 인력 지원 체계의 한계를 짚어보고, 유보통합이라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사립유치원 운영의 현실 _ 결원에 취약한 인력 구조 대한민국 유치원 교육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사립유치원의 실제 운영 환경은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흔히 사립유치원은 담임교사 1명이 하루 종일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오해하지만, 현재 사립유치원 역시 공립과 마찬가지로 시간적 분업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개 오전에는 ‘교육과정 교사’가 정규 수업을
블랙코미디가 된 교실의 현실 최근 한 연예인의 유치원 교사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온라인상에서 연일 화제다. 영상 속 교사는 아이들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서도, 시시때때로 걸려 오는 학부모의 민원 전화에 연신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느라 바쁘다. “아, 그러셨구나! 우리 OO가 그렇게 느꼈군요. 아니에요, 어머님~ 그런 게 아니라….” 아이의 말을 확인하려는 학부모에게 자신의 휴대폰 기종, 연애 유무, 심지어는 외모에 대한 지적 같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해명해야 하는 모습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최근 업로드된 콘텐츠에서는 야외 활동 중 아이가 혹여 모기에라도 물릴까 봐 고군분투하는 교사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쯤 되면 ‘블랙코미디’급이다. 댓글창을 가득 메운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는 이것이 단순한 예능적 설정이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엄연한 현실임을 증명한다. 대체 학부모들은 국가의 공교육과 보육을 담당하는 전문직인 교사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교사를 ‘교육자’가 아닌 ‘감정 노동 서비스직’으로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법적 근거와 안전망 _ ‘놀이’는 교육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단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