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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현장을 믿고 자율성부터 보장하라”

 

교육문제, 결코 쉽지않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로 존귀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별하고 선별해서 우열을 가리려 하니 어려운 것이다. 학교는 충분히 ‘사랑’과 ‘희망’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대부분의 선생님이 현장에서 이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 


나는 1970년대 중반, 중학교 3학년 때 교육정책담당자가 되리라 결심했었다. 장래희망을 고민하던 사춘기 시절, 선생님이 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신문을 읽고 뉴스를 들으니, 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한다. 당시 문교부장관 이름도 기억한다. “아, 그래. 그럼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감사하게도 그 길이 열렸고, 1986년부터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되었다.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나는 공무원이나 교원 대상 강연이 있을 때면 이런 말씀을 드리곤 했다. “여러분! 대통령이나 장관·교육감보다 잔여임기가 짧게 남으신 분, 손을 들어봐 주세요.” 아무도 들지 않는다. 이렇게 덧붙인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대통령·장관·교육감에게 큰 책임이 있지만, 우리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 아닐까요.”

 
사무실에서 “우리 교육이 변하려면 현장이, 교수와 선생님이 변해야 한다”라는 말을 적지 않게 접했다. 나는 속으로 반문했다. “아니, 그럼 지금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 제대로 하고 있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께 당시 논란이 되고 있던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선생님들에게는 국정이나 검·인정교과서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정해 준 교육과정 그대로 수업해야 할 의무만 있고 실질적인 자유는 없는데, 이제 와서 선생님들께만 책임을 묻는 교원평가는 문제가 있으니, 대신 교원들의 교육역량제고를 지원하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린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긍정적 회신을 받았음에도 나의 역량 부족과 실수로 대통령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던 실패의 경험이 있다. 실제 「초·중등교육법」이 1998년 3월 1일 자로 새로 시행되기 전까지 적용되었던 종전의 「교육법」 제75조는 ‘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새 정부 교육의 영역에 바란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재명 정부는 대선공약에서 ‘진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회복’, ‘성장’, ‘행복’을 3대 비전으로 15대 정책과제를 실현해서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성장’에서는 일부만이 혁신하고 소수가 과실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혁신과 가치 창출에 참여하고 과실을 함께 누리며, 대기업이나 특정 지역만이 아니라 중소벤처·비수도권·소상공인·자영업자·근로자 등 국민 모두가 역량을 키워 모두가 참여하는 성장을 강조했다.

 

이 공약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정신이 구현되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교육정책도 ‘우리 대한국민은 ~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한 「헌법」 규정에 따라 펼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정말 이렇게 되면 좋겠다. 새 정부의 성공을 바라면서, 새 정부는 교육의 영역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 지면을 통해 몇 가지 전해 본다. 


● 먼저 중요한 것은 교육정책의 목표를 「헌법」 정신에 따라 설정하는 일이다.
우리의 유일한 자원은 사람이다. 사람만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초저출생과 초고령화로 성장 동력의 상실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국가의 교육정책은 초저출생의 유·초·중등학생과 대학생, 학교밖청소년들은 물론이요, 근로자와 성인 등 국민 모두에게 최고·최선의 교육을 제공해서 국민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하게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새 정부는 이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선별적이고 차별적인 정책을 당연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새 정부는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몇 가지를 보자. 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를 소외시킨다. 특성화고의 교육여건을 마이스터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일반고의 소위 명문대·의대 진학 희망생 위주 교육과정 운영은 다른 진로를 가진 다수의 학생을 소외시킨다. 고교학점제가 해법으로 시행되기 시작했으나, 이보다는 일반고·특성화고에서 예체능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 일반고에서 취업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 정규교육과정에 없는 특기·적성이나 특정 분야의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 정규교육과정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그에 적절한 교육과정을 따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 공론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목표 재설정 작업의 시작을 제안한다.
흔히 ‘공교육이 무너졌다’라고 말하지만, ‘학교의 교육 독점, 학교의 지식 전달의 독점이 끝났다’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 밖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교육을 접하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레스터 서로우는 그의 책 <지식의 지배(1999)>에서 빌 게이츠는 토지나 금이나 석유도 없이, 공장도 없이 오직 지식만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는데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빌 게이츠는 대학을 중퇴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해서 엄청난 세계를 일군 것이다. 학교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더 이상 학교의 독점영역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사람은 스스로 배우고 공부하고 창조할 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같이한다면 학교는 일방통행의 지식 전달과 주입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을 익히고 훈련하는 공간, 협동학습의 공간, 창의력과 사회성·민주시민성을 개발하고 체득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이 만들어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 학생들의 자율적 창작활동 과정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둘 수 있으며 긴 호흡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국가, 지역 및 학교와 교원, 학생 및 학부모 등 각 단위에서 토론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천은 학교 구성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할 일은 각 주체 간에 토론과 협의가 체계적이고 책임감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지원하는 일이다. 


그럼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만 하나?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함에 있어 학생의 능력 개발, 적성·진로 기타의 사유 등으로 다양한 고려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제2항·제4항 및 제24조 제4항에도 불구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에 적절한 교육과정, 교과 또는 학급 등을 따로 운영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제5항으로 신설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실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 민주적 학교자치조직을 갖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학급당 학생수도 줄고, 외형적 교육여건도 상당히 개선되었음에도 학교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학교자치조직을 갖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 생각한다. 이 대통령의 공약은 교권침해 관련 법령의 실효성 강화, 과도한 민원에 대한 교육활동 보호 강화, 학부모회의 기능과 권한 강화,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제도화 등을 담고 있다.

 

우선은 각 주체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존중하고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제반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여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의료법」이 의사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학교가 그 임무를 수행할 때 법령에 정해진 것일지라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만들어 보는 것 등을 우선적 의제로 해서 시행해 본다면 학교의 안정화와 신뢰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고 현장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
정부의 결단만으로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고, 현장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 가능한 한 교육부는 큰 틀에서 정책의 목적과 기본 방침만 정하고 구체적인 것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을 교부할 때 예산사용지침을 세세하게 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만 제시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야 현장의 자율역량이 개발·발휘되고, 다양한 우수사례들이 나올 수 있다.  

 

둘째, 감사에서 형식적 적법성 준수에 주안점을 두었던 기존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학생들의 학습권 실현 여부 등 합목적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공공감사기준」(제15조)은 감사에 있어 법령 또는 제도의 취지, 업무의 목적·수행 여건 및 환경 등을 감안하여 합법성·경제성·능률성·효과성 등의 준거를 선택적으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에 반하는 감사로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교육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한 조치들도 필요하다. 단년도 회계주의의 획일적 적용을 탈피해서 2년 이상 계속되는 사업의 계속사업 예산 편성, 학교회계 세출과목의 단순화·대강화, 에듀파인 절차의 단순화, 교육청 목적사업비 편성 최소화 등 학교회계 운영의 탄력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특수학교를 포함한 공립학교나 체험시설·수련시설 등 교육목적의 공공시설을 신설하는 경우 지역대학의 잉여 부지나 잉여 교사(校舍)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  

 

다섯째, 농산어촌 교육을 살리기 위해 교원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장기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섯째, 공약 이행에 있어 갈등과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들은 서두르지 말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학생 개인별 클라우드 계정 제공을 통한 학습이력 축적, 초·중·고와 평생교육까지 활용 가능한 학습관리시스템 구축, AI 및 SW 수업시수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  


이와 함께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할 일은 고등교육 전반의 경쟁력 제고라 생각한다. 새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핵심공약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에 더 나아가 대학 전체의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역대 정부가 학령인구는 급감하는데 대학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정책에 집중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채 대학 사회의 불만과 불신만 자초했다. 5·31 교육개혁조치로 우리 고등교육은 고졸학력만 있으면 원하는 누구든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고등교육체제가 되었다. 국가가 그렇게 한 것이다. 마틴 트로우(Martin Trow)교수는 일찍이 1970년대 초에 보편적 고등교육체제에서 대학교육은 만인의 권리요 의무가 된다고 설파했다. 


초저출생과 지식사회·평생학습사회에서 이는 되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순기능적 측면도 분명 있다. 대학을 공공자본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에도 유익을 줄 수 있다. 사립대가 절대 다수인 현실에서 구조조정은 대학 자율을 원칙으로 하고, 정부는 비리·문제대학이 아닌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해서 어디에서든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고등교육 전반의 경쟁력 제고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는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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