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9일에는 각종 웹페이지와 TV 방송사의 로고들이 한글로 변신한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 훈민정음의 과학성과 독창성,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글의 위상까지, 10월이 되면 우리는 한글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한글날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자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날이다. 특히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면서 한글날 제정 100돌,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훈맹정음 반포 100돌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한글은 단지 ‘우수한 문자’에 머물지 않는다. 세종의 한글 창제 이후,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사용되고 변화하며 그 가치를 증명해 왔다. 2011년 방영된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는 한글과 관련된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강채윤(장혁 분)과 세종의 아들 광평대군(서준영 분)의 대화이다. 강채윤은 “백성들은 글자를 만들어도 아무도 배우지 못할뿐더러 관심도 없을 거다. 백성들이 천 자가 넘는 글자를 어떻게 배우겠냐”라며 광평대군을 비꼰다. 이에 광평대군은 “스물여덟 자다”라고 답했다. 강채윤은 잘못 들은 듯 “천스물여덟 자요?”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광평대군은 “아니, 그냥 스물여덟 자다”라고
2026-10-07 10:01
출근길, 무등산을 따라 청명한 가을빛의 새털구름이 펼쳐지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신호등 앞에서 잠시 하늘을 쳐다본다. 어젯밤에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산바람이 불어와 자다가 깨었다. 창문을 조금 닫고, 얇은 여름 이불 대신 포근한 이불을 꺼내어 덮었다. 그 무덥던 여름과도 어느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나 보다. 곧 떠나겠구나라는 생각에 서운해진다. 어쩌면 떠나는 그가 아니라 남은 내 시간 줄어듦이 아쉬운 것이리라. 여름아, 내년에 다시 보자. 그때는 조금만 더 성질 죽이고 오렴. 정 보고 싶으면 겨울에라도 널 찾아가마. 아름다운 가을날 산으로 가지 않고 연구실로 왔다. 어머니는 눈만 뜨면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가셨다. “엄니, 세상일 혼자 다할라고 그요? 저승사자가 문 앞에 와서 가자 해도 앞산 자갈밭 풀 마저 매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허겄네요. 따라가면서도 마치지 못한 일이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게 생겼네. 호미 내려놓고 가을 꽃구경 가십시다.” “누근들 일허고 싶어서 허것냐. 눈에 보인디 어떻게 안 허겄냐. 외갓집 식구들처럼 광주 아파트로 이사 가서 풀이 눈앞에 안 보이면 좋은디 그것이 맘대로 되냐. 일도 못하는 니 아버지는 싫단다.” 말은 그렇
2026-10-07 10:00
서울 도심 한복판, 4만여 동문을 배출한 전통의 명문고 용산고등학교가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았다. 1946년 9월 9일, 6년제 용산공립중학교로 문을 연 이래 80년 간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학교다. 광복 직후 남녀공학으로 출발했고, 6·25 전쟁 때는 부산 송도 바닷가 천막 교사에서도 수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시 많은 학생이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해 조국을 위해 희생했고, 4·19혁명 때는 3학년이던 이한수 열사가 종로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주도하다 진압 경찰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교정에는 그의 넋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학문의 용산’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성취도 있었다. 1954년 5회 졸업생이 서울대 전체 수석에 올랐고, 1971년 22회 졸업생들은 한 해에만 서울대 102명, 고려대 66명, 연세대 77명을 합격시켰다. 또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한 농구부는 여전히 전국대회 우승을 휩쓸고 필드하키와 정구부 역시 학원 스포츠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건히 한다. 명실공히 지·덕·체(智·德·體)가 조화를 이룬 명가(名家)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00억 원 장학기금, ‘동문의 힘’ 용산고를 찾으면 가장 먼저…
2026-10-07 10:00
가끔 뉴스에서 마음이 뭉클해지는 장면을 보곤 한다. 차 밑에 깔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수십 명이 달려들어 차를 들어 올리는 시민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로 쓰러진 사람을 구한 학생들, 강도를 끝까지 쫓아가 붙잡는 사람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평범한 이웃들을 보면서 세상엔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이 많음에 안도하곤 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모습도 많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서도 ‘괜히 나섰다가 나에게도 불똥이 튈까 봐’ 외면하는 아이들, 옆집에서 싸움소리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도 ‘집안일이니까’라며 넘어가는 이웃들, 부당한 일을 당하는 동료를 보면서도 ‘내 일이 아니니까’라며 선 긋는 사람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무관심할까?’라며 씁쓸해지지만, 정작 내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방관의 순간을 만난다. 방관이라고 하면 흔히 누군가 위험에 처했는데도 모른 척하는 장면을 떠올리곤 하지만, 방관은 그렇게 거창한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며 ‘누군가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그 틈에서 한 걸음 물러서곤 한다.…
2026-10-07 10:00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교원의 명예퇴직이 증가하는 가운데 교장(교감)의 명예퇴직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17개 시도에서 명예퇴직한 교장(교감)은 660명으로, 2020년 278명에 비해 137%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장의 역할, 책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학교장의 주요 역할이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학교를 관리하는 데 있었다면, 최근에는 민원 대응, 갈등 조정, 안전사고 예방 등 다양한 갈등 관리와 위기 대응 업무를 수행하며 이에 따른 책임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학교장의 역할이 관리적·행정적 차원을 넘어 경영적·교육 정치적 차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학교 생태계에 떨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소행성,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구조, 조직 문화, 리더십의 방식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이 거대한 충격 앞에서 어떤 조직은 쇠퇴할 것이고, 어떤 조직은 새로운 종과 같이 진화할 것이다. 그 차이는 결국 단 하나, ‘전환 가능성’(Convertibility)에 달려 있다. 6,600만 년 전,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은 압도적인 힘에도 불구하
2026-10-07 10:00
촉법소년의 휴대전화는 수사 과정에서도 좀처럼 손대기 어렵다. 형사상 피의자가 아니어서 강제수사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살인·강간 같은 중대한 범죄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남부지검 신혜진 부장검사는 새교육 인터뷰에서 첫 대목부터 이 지점을 꼬집었다. “촉법소년들의 잔혹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한계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핸드폰 포렌식도 못 해요. 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들이기에 재범률도 높습니다.” 소년·학교폭력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블루벨트’ 자격을 보유한 그는 “현행 제도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고 단언했다. “촉법소년들의 강력·흉악 범죄 등 중대 범죄는 이미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임계점을 넘었지만, 형사처벌 대신 받는 사회봉사명령이나 보호관찰을 실질적 제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그가 꺼내 든 해법은 두 가지였다. 살인·강간·마약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을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하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인원은 2019년 8천615명에서 지난해 2만 1천95명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소년원에 수감되…
2026-10-07 10:00
일잘러를 꿈꾸는 삐끗교사의 오답노트 (좌충우돌성장연구소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180쪽, 1만 7,000원) 현직 교사들이 마주한 실수의 순간과 상황별 대처법을 모아 엮은 학교 생존 전략 모음집. 경력과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교직생활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응한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찔했던 학교 안 에피소드를 통해교사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위기 상황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팁을 소개한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은 따로 있습니다 (홍순범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252쪽, 1만 8,500원)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뇌과학적 관점에서 10대 청소년과의 올바른 소통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사춘기 특유의 반항과 예민함을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닌 뇌가 재정비되고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으로 분석한다. 아이의 생각을 넓히는 ‘3단계 대화법’과 감정 자극을 줄이는 ‘감정 대화법’, 아이의 말과 마음을 한 걸음씩 확인하며 스스로 답을 찾게 돕는 ‘잔걸음 대화법’ 등 실용적인 소통 기술을 소개한다. 교실 바깥의 마음 (최지혜·하고운 지음, 롤러코스터 펴냄, 224쪽, 1만 7,000원) 동갑내기 현
2026-10-07 10:00
수업은 기술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업목표를 세우고 학습내용을 조직하는 방법, 학생의 생각을 끌어내는 발문과 피드백, 다양한 교수·학습모형과 전략을 익힌다. 이러한 지식과 기술은 수업전문성의 중요한 바탕이다. 그렇다면 좋은 수업방법을 알고 능숙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 수업은 배운 방법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용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수업안으로 수업해도 교사마다 수업의 모습은 다르다. 학생이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을 때 그대로 지나갈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을 다시 물으며 새로운 탐구로 이어 갈 수도 있다. 준비한 활동을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질문을 바꾸거나 설명의 순서를 조정하기도 한다. 수업은 계획에서 시작하지만 학생을 만나는 순간부터 계획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교사는 학생의 표정과 자세, 말과 침묵을 살피며 교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한다. 질문을 바꾸고, 한 학생에게 다시 말할 기회를 주고,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을 다른 학생의 생각과 연결한다. 아이즈너(Elliot Eisner, 1983)는 이러…
2026-10-07 10:00구상형 문제의 특징과 답변 전략 교육전문직 심층면접은 크게 구상형과 즉답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두 유형은 모두 교육전문직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만, 중점적으로 확인하려는 능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구상형 문제에서는 교육정책과 교육 현안에 관한 전문적 역량을 비교적 깊이 있게 탐색한다. 일정한 구상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교육정책에 대한 전문적 지식, 자료 분석력, 논리적 사고력, 정책 기획력, 현장 적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요구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수험자는 제시된 자료와 상황을 분석하고 교육적 의미와 시사점을 찾아낸 뒤, 이를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따라서 구상형 문제는 단순히 알고 있는 내용을 많이 말하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교육적 가치와 정책 방향을 설정하며, 교육전문직원으로서 실행 가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육정책에 관한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답변을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반면 즉답형 문제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교직 문제해결력과…
2026-10-07 10:00
아파트, 필수재에서 신분재로의 변화 사람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를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라 부르며, 이러한 것들을 경제학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재’라고 한다. 의복과 음식이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것처럼, 비바람을 피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집 또한 대체하기 어려운 필수재다. 그리고 집 중에서도 ‘아파트’는 현재 전체 주택의 과반을 차지하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표준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마친 뒤 돌아와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며, 소중한 가족의 안녕과 평온을 지켜내는 쉼의 울타리. 이처럼 일상을 회복하고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물리적 안식처라는 점이야말로, 집이자 아파트가 지닌 가장 본질적이고 순수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아파트는 이러한 1차원적 거주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주거라는 필수적인 쓰임새 위에, 타인과 나를 구별 짓고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신분재’로서의 가치가 덧씌워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아파트를 고를 때 단순히 방의 개수나 내부 구조의 안락함만을 따지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의 경제적 체급을 어떻게 증명해 줄 수 있는지를 함께 고…
2026-10-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