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의 시작은 가혹했다. 지난 2월, 대한민국 교육 사회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대전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는 40대 여교사였고, 피해자는 이제 갓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였다.
부모의 억장이 무너지는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전 국민이 이해할 수 없었던 건, 학생 보호시스템을 갖춘 학교에서 학생을 보호해야 할 주체인 교사와 교사에게 보호받아야 할 학생이 이번 사건을 구성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 교육 사회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당장 학교와 시도교육청은 무너진 학교안전시스템의 결함과 해법을 찾아야만 했고, 이 과제는 대전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교육 사회에서는 학교안전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비판적 시각을 가진 교사 중심으로 학교안전의 본질에 관한 성토가 이어졌다.
그리고 한 달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학교안전정책과 관련해 흥미로운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가 열리기 며칠 전 정치권에서는 학교안전정책과 관련해 다수의 법률 개정안이 쏟아졌는데, 그중 교육공동체가 주목했던 건, 김소희 국회의원이 발의하고 다수 의원이 동참한,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 확대’와 관련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었다.
학교전담경찰관 역할 확대 관련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법률을 개정하는 절차는 사회학에서 보면 거대한 ‘사회변동을 인정하는 절차’에 해당한다. 따라서 학교안전을 위해 학교전담경찰관, 즉 경찰관이 학교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도로 사회가 변했는지를 궁극적으로 따져 묻게 된다. 이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교육의 정체성을 보장받아야 할 교육 영역에서 학교를 구성하는 요소로 ‘경찰’을 포함해도 가능한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맞다. 이번 개정안이 중요했던 이유는 새로운 교육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인정할 것에 관한 딜레마였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바로 법률 조항이 가진 문장 해석이다.
우선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예방’이라는 문장을 해석하려면 당장 범죄의 범위를 어디까지 지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강력 범죄만을 포함할 것인지 말이다.
또 두 번째로 ‘경찰관을 학교마다 배치하여야 한다’라는 문장은 재량 규정이 아닌 의무 규정이다. 즉 법률이 개정되면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치해야 하고, 인사혁신처는 2만여 명이 넘는 경찰공무원을 추가로 선발해야 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건, 법률이 지닌 ‘확장성’이다. 위 개정안대로 경찰관을 1인 1학교에 배치했을 때 학교안전에 관한 효과성은 분명히 있겠지만, 학교 안이라는 교육 사회에서 교육적 해결보다 사회적 해결이 증가할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또 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결국 학교는 담당 경찰관에게 순찰권·조사권·정보수집권 등과 같이 교사에 준하는 교육적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담당 경찰관에게 역할만 주고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단순 경비 병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로서 개정안 자체는 존중하지만, 개정안의 실효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폭력 제로센터 정책 모델을 통한 ‘학교 자원’ 중심의 학교안전 추진
교육부는 2023년 3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2023.4)’ 일환으로 전국 시도교육청에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신설해 운영했다. 운영 계획단계에서 다양한 우려가 있었지만, 1년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센터 내 기능별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2,248명, ‘피해학생 전담지원관’ 1,220명, ‘피·가해학생 관계개선지원단’ 2,513명 그리고 ‘피해학생 법률지원단’ 525명까지 교육자원을 선발해 운영했다. 성과를 보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총 4만 687건의 지원 실적을 올렸고, 피해학생 전담지원단은 총 2,316건, 관계개선지원단은 총 4,665건, 법률지원단은 총 2,707건의 지원 실적을 거두었다.
어쩌면 학교폭력 제로센터 제도는 학교폭력 관련,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주도해 내부적 문제를 내부적 제도로 성공시킨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제로센터 제도를 통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도 가능하겠다는 희망도 주었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 참석해 학교폭력예방 정책으로 ‘학교전담경찰관 제도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현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행정의 이원화로 인한 책임소재의 모호성과 정보 공유의 부재 그리고 조사권과 의사권이 없는 부실한 구조 체계를 가진다. 말 그대로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예방활동이 실효성을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또 학교폭력의 성격과 덩치가 10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진 만큼 학교폭력의 문제가 이제는 ‘협업’보다는 학교 주도의 새로운 제도가 신설되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참고 사례로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시행하는 ‘SRO(School Resours Office)’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학교경찰을 ‘경찰 자원’이 아닌 ‘학교 자원’의 개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이렇게 제안을 마무리하고 싶다. ‘협업은 대체의 개념이 아니라 보완의 개념이다’라는 걸 지난 10년 이상 학교와 협업하면서 알게 됐다. 지금의 학교폭력 문제와 학교안전 문제 또한 더 이상 협업을 통한 ‘보완’의 개념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학교폭력과 학교안전의 위기는 경찰과의 협업에서 실효성을 거두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제 교육현장은 학교안전을 담당할 전문적인 교육자원을 찾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