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걸리는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말해 줘도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한데, 우울증에 걸리는 법이라니!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세상에는 존경받는 법, 인정받는 법, 통솔하는 법 등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법, 더 나은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되게 하는 법에 대한 말과 글이 넘쳐난다.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한 글도 아주 많다. 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인 줄 알고 열심히 갔는데, 알고 보니 불행으로 향하는 길인 경우도 있다.
행복해지려면 ‘불행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은 많지만, 우울증에 걸리는 법을 알려주는 조언은 많지 않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우울증을 심화시키지 않게 하려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법만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향하는 경로도 알아야 한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석기시대의 활동적인 야외생활에 적합하도록 설계되고,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움직임 부족, 실내 중심, 달콤한 열량, 화면 과다’로 채워지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결국 현대인은 야외생활에 맞춰 프로그램화된 몸과 변화된 생활환경의 괴리로 비만·우울증·스트레스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새로운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뇌신경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울증 걸리는 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당분과 초가공식품 과다 섭취, 유산소 운동 중단, 햇볕 기피, 지속적인 동영상 시청 등이다.
● 당분과 초가공식품 지속적 과다 섭취
늘 기아에 시달리던 인류 대부분은 과다 섭취한 지방이나 당분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고 있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음료나 초가공식품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당분 섭취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반복되면 오히려 기분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분을 먹으면 우리 몸의 혈당은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곧바로 떨어진다.
신체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의 양에는 한계가 있는데, 당분 섭취로 인해 갑자기 과다 분비되면 그만큼 더 쉽게 고갈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기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에 혼란이 초래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무력감·불안·우울 증상 악화로 이어진다. 나아가 당분 중독 증상과 기억력·학습력 저하 증상도 겪게 된다(서지민, 2021). 이를 알면서도 우울감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콤한 초가공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한다면 이는 우울증에 걸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화면 사용 시간 늘리기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화면 사용 시간 증가이다. 총사용 시간만이 아니라 강박적인 사용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만약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하루에 3시간 이상 3개월간 꾸준히 동영상을 시청하면 된다고 한다. 우울감을 잊기 위해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각종 동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 유산소 운동하지 않기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땀 흘리며 운동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사냥이나 채집활동 그리고 위험으로부터 도피 등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몸에 도움이 되도록 진화됐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생존이 위협받지 않게 되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McMaster University) 마크 타르노폴스키(Mark Tarnopolsky) 박사팀(Oaklander, 2016)과 중앙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팀(박미라, 2017)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가 운동이 우울증을 약화시키고, 기억력·학습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운동 효과는 단순히 심장·근육·폐·뼈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뇌에도 미친다. 운동이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뇌혈관과 뇌세포를 증가시키며, 뇌세포의 퇴화를 막고 복원시키기도 한다. 또한 도파민·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증가해 신경세포의 재생 및 가소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당분 섭취와 달리 유산소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을 허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 재생과 가소성을 향상시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우울감을 줄여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도 더 원활하고 왕성하게 한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그동안 어깨와 허리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통증 치료를 위해 수술을 권하고 약물을 투여해 왔지만, 최근에는 근육강화 운동을 권하는 쪽으로 처방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의학계는 우울증 완화만이 아니라 신체 건강을 위해서도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밖으로 나오지 말고, 어두운 침실에 누워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새로운 습관 형성하기 _ ‘21일의 법칙’
‘우울증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곧바로 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행에 옮겨보지만,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하려고 하면 뇌가 강하게 저항한다. 평소에 살던 대로 살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혹은 이 늦은 밤에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버티는 바람에 결국 3일 만에 포기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운동하는 것은 기존의 습관을 버리는 활동이자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활동이다. 습관을 바꾸려면 최소 21일은 지속해야 한다는 ‘21일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은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가 그의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처음 주장한 내용이다. 21일은 생각이 ‘의심·고정관념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두려움·불안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거쳐 ‘습관을 관장하는 뇌간’까지 가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영국 런던대 필리파 랠리 교수팀에 따르면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는 사람의 뇌는 충분히 반복돼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은 것에는 저항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 행동을 입력해 놓을 기억세포가 만들어져야 뇌가 순응한다. 배재대 심리철학상담과 최애나 교수도 ‘실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한 단계당 3주 단위로 진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배지영, 2017). 21일의 법칙이 과학적으로 합의에 이른 법칙은 아니지만 새 습관 형성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3주는 뇌에 습관을 각인시키는 단계에 불과하다. 이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배게 하려면 최소 66일을 더 이어 나가야 한다. 2009년 ‘유럽사회심리학저널’에서는 특정한 행동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도록 한 결과, 습관이 몸에 배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12주였다. 새로운 습관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총 3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얘기다(배지영, 2017).
운동하기로 마음먹었으면 3개월간 자신과 싸우며 지속적으로 해 보자. 혼자서 싸우기보다는 친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싸우는 것이 좋다. 요새 달리기 동호회가 급증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하면 우울감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행복감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혹여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친구나 가족이 함께 운동하자는 제안을 강하게 거절해야 할 것이다. 평생 살아보니 교사 열정의 샘은 학생들의 호응과 운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