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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믿음과 존중의 학교

2년 전 학부모 민원과 교권침해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던 2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서이초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받았지만 유명 웹툰작가의 자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관련 법정 다툼, 그리고 지난 2월의 하늘이 사건은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충격과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이들 사건의 기저에는 근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과 무시(비존중)에 있다.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한 배움터’가 아닌 ‘불안과 긴장의 현장’
최근 몇 년간 우리 교육현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깊은 갈등과 불신의 그림자에 휩싸여 있다. 학교와 관련하여 가슴 아픈 사건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학교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한 배움터’가 아니라 ‘불안과 긴장의 현장’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교원·학부모·학생이라는 교육의 세 주체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아니라, 불신과 의심, 견제와 무시를 하는 구조로 점차 변질됐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학교는 신뢰와 존중의 토대 위에 서 있었다. 학부모는 교사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믿고 존중했고, 교사는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 교육과 지도에 혼신을  다했으며, 학생은 교사를 존경했다.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오해는 대화를 통해 풀렸다. 학생 간 다툼도 학부모와 교사의 협력 속에 정리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작은 불만이나 오해도 SNS와 언론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고,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의 문화가 자리한다. 정치·세대·지역 등 모든 영역에서 대립이 격화되면서 ‘상대방을 믿기’보다 ‘손해 보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교육현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학부모는 혹시 내 아이가 차별받거나 소외될까 불안하고, 교사는 자신의 한마디와 행동이 곡해되어 문제로 비화될까 전전긍긍한다. 학생들 또한 경쟁과 비교 속에서 신뢰보다는 불안과 경계심을 먼저 배우게 된다.


결국 우리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조차 서로를 ‘파트너’가 아닌 ‘잠재적 위협’으로 보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존중을 회복하기 위한 과제 제언
이제는 불신의 악순환을 끊고, 믿음과 존중의 선순환을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캠페인과 외침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믿음과 존중을 회복하기 위한 장치들을 제도화해서라도 강제적으로 점진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대화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교원과 학부모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김영란법 이후 언젠가부터 교원은 학부모 만나기를 꺼리고, 학부모는 학교 가기를 꺼리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이 함께 참여하는 정기 포럼 또는 설명회 자리를 제도화하여 학교는 진실된 교육계획을 설명하고 학부모는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과 교육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면 학부모는 불필요한 의심을 줄이고 학교를 신뢰할 수 있다. 수업내용과 평가방식, 학생 상담기록 등을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사생활 보호와 교원의 자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공개 범위와 절차에 대해서는 서로 상의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사에 대한 정서적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많은 교사가 과중한 업무와 정서적 소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학부모와의 갈등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소진·우울증·불안장애 등 심리적 위험을 겪고 있다. 교원에게는 심리상담과 법률 지원을,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관계 회복을 위한 중재 프로그램과 전문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심리적 안전망’을 갖추어야만 진정한 믿음과 존중의 학교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넷째, 학생 중심의 시각을 재확립해야 한다. 교육의 최종 목적은 교사나 학부모의 만족이 아니라 학생 성장이다. 정책과 제도 설계, 학교 운영의 모든 결정은 ‘이것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교원·학부모·학생 중 어느 한쪽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며, 존중을 전제로 하는 동반자적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교육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과거의 학교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따뜻했던 이유는,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할 줄 아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중심에 둔 ‘믿음과 존중의 학교’는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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