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저출생으로 아이가 줄어들수록 학교에 기대하는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이제 학교는 교과교육뿐 아니라 학생 안전, 심리·정서 지원, 인성교육, 디지털 시민교육, 인공지능(AI) 교육, 환경교육, 진로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은 계속 더해지는데, 무엇을 줄이거나 정리할 것인지 좀처럼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정책운영 방식 함께 변해야
교육은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분야다.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생기면 학교는 이를 교육과정 속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정책의 필요성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새로운 정책은 빠르게 더해지지만 기존 정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 일몰제가 운영돼도 기존 사업이 다른 사업으로 통합되거나 우수사례, 필수 운영 요소 등의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를 현장에서는 자주 경험한다. 결국 교사가 체감하는 것은 학교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 계속 쌓여 간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업무가 늘어나는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수업의 경계가 넓어질수록 그 수업을 준비하고 운영하기 위한 업무와 행정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이 시작되면 교사는 교육과정과 연결해 수업을 재구성하고, 학생 수준에 맞는 자료를 준비하며, 학부모와 소통하고, 운영 결과를 기록하고 공유한다. 관계기관과 협력하거나 각종 행정을 처리하는 일도 뒤따른다.
이제 학교의 역할이 달라졌다면 운영하는 기준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교원 수급이나 학교 운영은 여전히 학생 수를 중요한 기준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가 담당하는 역할이 확대된 만큼 교원 수급과 행정 지원, 학교 조직과 같은 운영 체계도 함께 변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정책은 교육과정만 바꾸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력과 시간,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될 때 교실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교육정책에 반영되는 전문성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정책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 교육은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학교는 기술을 적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공간인 만큼, 분야별 전문성과 함께 교육과정, 학생 발달, 학급 운영을 이해하는 교육적 전문성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
덜어내는 방법 논의가 먼저
현장 목소리를 듣는 방식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설문과 의견수렴은 의미 있는 과정이지만, 수업처럼 복합적인 문제는 설문만으로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국가 단위의 숙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하나의 결론보다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중요한 것은 의견을 수집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매일 학생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가는 교사들의 경험이 충분히 숙의되고, 그 결과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일 것이다.
앞으로도 학교는 시대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교육을 담아내야 한다. 다만 무엇을 더할 것인가 만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을 학교에 요구한다면 그것을 실제 수업으로 구현하기 위한 시간과 업무, 인력과 행정 지원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학생의 배움을 중심에 둔 정책은 더 많은 것을 학교에 맡기는 정책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학생의 배움도 교실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