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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의 완성, 심리회복] 교권침해, ‘사건’ 아닌 ‘상처’다

① ‘법적 문제’ 그 이면에는

 

“그 일 이후 학교 가는 게 두려워요.”

교권침해 상담 과정에서 교사들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말 중 하나다. 학부모의 거친 항의와 반복된 민원, 학생의 폭언과 위협. 사건은 끝났고 행정적으로도 마무리됐지만, 교사의 일상은 그 자리에서 멈춰 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 불안이 밀려온다. 전화벨만 울려도 ‘또 민원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도 많아진다.

 

그동안 우리는 교권침해를 ‘법적 문제’로 다루는 데 익숙했다. 가해 행위의 위법성을 따지고, 절차에 따라 조치하고, 제도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지금 선생님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교권침해는 단순한 갈등이나 불쾌한 경험을 넘어 심리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지와는 달리 반복적으로 그날의 장면이 떠오르거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행동, 이유 없는 긴장과 불안이 나타난다면 이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외상 방치하면 소진으로 이어져

 

이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다. 외상 이후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문제는 이러한 신호가 ‘참아야 할 감정’으로 묻히거나, ‘교사라면 이겨내야 한다’는 문화 속에서 방치된다는 데 있다. 특히 교사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직업이다. 교실에서는 언제나 안정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학생들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압박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학생에게 폭행이나 위협을 당한 경험은 ‘무능한 교사’로 비춰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깊은 ‘수치심’을 남기기도 한다. 그 결과, 상처를 드러내지 못한 채 홀로 감내하고 쌓인 감정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무기력과 회피, 소진으로 이어져 교직 수행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다. 어느 순간부터 교사는 학생 지도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버티는 것’을 우선하게 된다. 민원이 두려워 생활지도를 망설이고, 위험한 행동을 보고도 분쟁으로 이어질까 개입을 주저한다. 상처받은 교사의 위축은 결국 교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법적 대응이 사건을 ‘정리’하는 역할이라면, 심리적 회복은 교사를 다시 교단에 설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 두 축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교권보호는 완성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시스템은 여전히 전자에 치우쳐 있다. 학생들은 위클래스‧위센터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상담과 치유 지원을 받지만 교사를 위한 심리회복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법과 상담 두 축이 조화 이뤄야

 

현재 운영되는 교육활동보호센터도 심리상담 지원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법률상담이나 사안 처리 지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육청별 예산과 인력 차이로 심리회복 지원 수준도 제각각이다. 결국 사건 이후에도 적절한 심리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개인의 인내와 버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상처와 소진을 장기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다시, 아이들 앞에 설 준비가 됐는가.”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다. 교권침해는 ‘처리해야 할 사건’이면서 동시에 ‘치유가 필요한 상처’다. 상처 입은 교사를 방치한 채 공교육 정상화를 말할 순 없다. 이제는 법률지원 중심의 교권보호 체계를 넘어 심리회복과 직무복귀까지 아우르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건 종결이 곧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교권 보호의 마지막 퍼즐이다. 

 

김예람

심리상담가,

한국교총

교권강화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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