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으로 학생의 집중과 대면 상호작용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지만, 이를 집행하는 교원에게는 수거·보관부터 분실·파손, 제출 거부, 학부모 민원까지 새로운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정착을 위해 교원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지 않도록 학교·교육청 차원의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최근 이슈페이퍼 ‘스마트기기의 사용 제한 법안 시행에 따른 학교 현장의 쟁점과 과제’에서 법 시행 이후 학교 운영실태와 과제를 분석했다. 국내외 법·정책과 학교 실태조사, 정책 담당자·교원단체·학부모단체·현장 교사 면담 등을 종합한 결과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생은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교육 목적이나 긴급상황 등은 예외로 인정되며 구체적인 제한 방법은 학교가 학칙으로 정한다.
7월 31일 기준 전국 11868개 초·중·고 가운데 9879곳(83.2%)이 관련 내용을 학칙에 반영했다. 제한 방식은 수업 중에만 사용 제한 21.0%, 쉬는 시간·점심시간까지 제한 36.5%, 등교 후 수거해 정규수업 뒤 반환 34.0%, 방과 후 교육활동 종료까지 보관 7.9%였다.
학교급별로는 중학교에서 수거·보관 방식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초등학교는 기기를 소지하되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고교에서는 이동수업과 디지털 필기, 인터넷 강의, 자료검색 등으로 기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적 활용과 개인적 사용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국가와 교육청의 공통기준을 마련하되 학교별 여건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거·보관과 예외 적용, 제출 거부, 분실·파손 등을 학교가 모두 자체 판단하기 어렵지만 전국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제시한 표준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집행 부담이었다. 기기 수거·보관·반환뿐 아니라 분실·파손 책임과 제출 거부, 공기계 제출, 학부모 민원까지 교원이 대응해야 할 사안으로 이어졌다. 학생·교사·학부모가 규칙 마련에 참여할 경우 학생의 수용도는 높아졌지만 의견수렴과 숙의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제한을 우회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학생은 공기계를 대신 제출하거나 스마트워치와 태블릿 등을 이용했다. SNS를 통한 갈등과 학교폭력, 온라인 도박, 중고거래 사기, 유해 콘텐츠 이용 등은 교내 휴대전화 제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반면 제한 이후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놀이·신체활동과 또래 대화에 참여하고 종이책과 손글씨를 활용하면서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이 늘어난 사례도 나타났다. 한 고교 교사는 스마트기기 대신 종이에 필기하도록 한 뒤 수업 중 교사와 학생 간 교감과 상호작용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만 이를 곧바로 정책 효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학칙 반영 여부와 제한 방식 등을 파악한 것으로 학생과 학교의 실질적인 변화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향후 수업집중과 대면 상호작용, 스마트기기·SNS 이용행태와 함께 교원의 집행 부담도 살펴야 한다고 봤다.
교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역할 분담도 제안했다. 일반적인 규칙 안내와 생활지도는 교원이 맡되 반복적인 위반과 제출 거부, 공기계 제출, 학부모 민원은 관리자와 학생생활지도 담당부서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거 학교에는 보관시설을 확보하고 교육청에는 분실·파손이나 민원 등 학교가 대응하기 어려운 사안을 지원할 창구를 마련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스마트기기 제한과 디지털·AI 교육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봐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비교육적 사용은 제한하되 디지털 필기와 자료검색 등 교육활동에 필요한 활용은 보장하고, 학교 밖 SNS·게임·유해 콘텐츠 문제에는 디지털 시민성·자기조절 교육과 가정·플랫폼의 청소년 보호조치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