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간, 한 아이가 조용히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자리 바꿔주세요.”
이유를 묻자 아이는 망설임 없이 말했습니다. “짝이 마음에 안 들어요. 얘하고 앉기 싫어요.”
그 순간 교실의 공기가 아주 조금 달라집니다. 옆자리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몇몇 아이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짧게 물었습니다.
“왜?”
아이의 입이 잠시 멈춥니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했던 이유가 갑자기 설명하기 어려워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두 아이 사이에 작은 갈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먼저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것도 이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표현을 하나 알려주었습니다.
“지금 짝도 좋지만, 새로운 친구랑도 한 번 앉아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저를 바라봅니다. 같은 마음이라도 말은 조금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덧붙였습니다.
“만약 네가 짝꿍에게 '너 싫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 것 같아?”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꼭 혼난 아이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했습니다.
“우리 교실에서는 혼자 앉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날 자리 배치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수업은 다시 이어졌고, 아이들도 금세 다른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요. 다만 아직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서툴 뿐입니다. 그래서 교실에서는 행동보다 먼저 말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같은 마음이라도 어떤 말로 건네느냐에 따라 관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돌이켜 보면 그날 바뀐 것은 짝꿍이 아니라, 아이가 말을 꺼내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관계의 변화는 의외로 그런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