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이 갑자기 배가 아프단다
화장하고 가방 메고 나갈 준비를 마친 마나님은
우두커니 서서 기다린다.
거울에 비친 머리를 한번 만져 보고
더 멋스러질까 하여
머리를 쓸어 올린다.
일을 마친 영감님이 우두커니 기다린다.
망건 쓰다 장 파하게 생겼다*.
오늘만 날인가?
늦은들 어떠한가
기다릴 수 있는 영감님이 있고
기다려주는 마나님이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어느 덧 70대
함께한 세월 42년
남은 생도
건강하게
기쁘게
함께 걸을 수 있도록
하늘님과 조상님께 기도드린다.
*'망건 쓰다 잘 파한다'는 차림새를 꾸미느라 시간을 보내다 장이 끝나버렸다는 데에서 나온 말로, 사소한 일에 매달리다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를 이르는 속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