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학생들의 과제 부정행위 증가로 평가 방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각지의 대학교수와 교사들이 과제 평가 방식을 다시 설계하고 AI를 수업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볼티모어대 글쓰기 프로그램 책임자인 레이철 젤레니는 지난해 AI 작성 의심 과제 급증에 따라 학생이 구글 문서에서 글을 쓰고 수정한 과정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이런 방식이 학생을 감시하는 임시방편이라 여겨 올해부터 전면 개편했다. 학생에게 연구논문이나 사업제안서 같은 최종 결과물만 내도록 하는 대신 챗봇과 나눈 대화 기록, 손으로 작성한 개요, 과제를 수행하며 느낀 점을 설명하는 영상 등을 함께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 대학에서는 AI를 아예 수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특정 책을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AI 챗봇은 책 금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학부모 같은 역할을 맡고, 학생은 이를 반박하며 근거를 제시하는 식이다.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학생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주장하는지를 평가했다.
존캐럴대 공급망관리학 교수 앤드루 자이저도 학생의 사고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온라인 공급망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게 한 뒤 게임에서 내린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게 했다.
콜로라도대에서 글쓰기와 수사학을 가르치는 크리스토퍼 오스트로 교수는 아예 ‘AI 시대의 글쓰기’라는 강좌를 열어 학생들이 AI를 어디까지 사용할지 스스로 논의해 규칙을 정하도록 했다.
AI가 없는 세상으로 되돌릴 수 없기에, 차라리 AI를 쓰더라도 제대로 사고하고 배우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다만 교육기관의 대응은 엇갈린다. 뉴욕시는 최근 고교 단계까지 생성형 AI 사용을 일시적으로 금지했고, LA 통합교육구도 학교가 지급한 모든 기기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잠정 금지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기업들은 교사와 교육기관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글은 일부 초중고 학생에게 AI 챗봇을 개방하는 등 학교 현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발사들이 교육용 시스템 접속을 제한하거나 AI가 대신 작업하고 있음을 표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