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행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만 모인다고 좋은 교실이 되지는 않는다. 교실을 오래 차갑게 만드는 것은 눈에 띄는 갈등보다 역할의 고정이다. 늘 놀림받는 아이, 웃어주는 아이, 모른 척하는 아이가 정해지면 조용한 교실에서도 관계는 무너진다.
처음에는 큰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모둠을 만들 때마다 마지막까지 남는 아이가 생기고, 점심시간에 함께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는 날이 늘어난다. 장난을 멈춰달라는 말이 나와도 주변 아이들은 괜히 끼어들었다가 자신도 불편해질까 봐 웃거나 자리를 피한다.
아이들에게 “친구를 잘 챙겨야지”라고 말한다고 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혼자 있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고, 이미 무리가 정해진 교실에서는 더욱 용기가 필요하다.
교사가 누구의 빈자리를 묻고 어떤 행동에서 웃음을 거두며, 돌아온 아이를 어떻게 맞는지는 교실의 보상 구조가 된다. 어른이 눈여겨보는 행동이 아이들 사이에서 가치 있는 역할이 되고, 반복해서 본 태도는 관계의 기준으로 옮겨간다.
처음에는 교사가 시켜서 인사하던 아이가 어느 날 스스로 묻는다.
“오늘 ○○이는 왜 안 왔어요?”
놀이에 끼지 못하고 서 있는 친구에게 누군가 먼저 다가가기도 한다.
“너도 같이 할래?”
말을 걸었는데 거절당하고, 도와주려다 참견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억지로 친하게 지내게 하면 형식적인 인사만 남고 도움을 받는 아이에게도 부담이 된다. 관계 교육의 목표는 모두를 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싫어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그래서 관계에는 선택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모든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는 없지만, 싫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함께 놀고 싶지 않은 날에도 상대를 모욕하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곤란해하는 순간에는 어른에게 알리거나 잠시 곁에 서줄 수 있다.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늘 양보하고 모두와 잘 지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되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잘못했을 때는 자존심이 상해도 사과하며, 누군가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에는 모른 척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힘은 타고난 성격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친구와 부딪치고, 자기 말이 남긴 상처를 보고, 어색해도 다시 말을 걸어보는 경험을 거치며 자란다. 때로는 무리에 휩쓸린 자신을 돌아보고, 다음에는 다르게 행동해 보겠다고 선택하면서 만들어진다.
어른이 할 일은 아이의 친구를 대신 고르거나 모든 관계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관계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알아차리고, 자기 행동이 남긴 결과를 수습하며, 필요하면 그 역할에서 벗어나 다시 사람 곁으로 돌아오게 돕는 일이다.
아이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받아들여진 경험으로 자신을 믿고, 친구와 부딪친 경험으로 자기 말과 행동을 조절한다. 관계가 어긋났다가 다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 사는 법도 배운다.
좋은 친구가 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말을 걸어보고, 싫은 마음을 모욕하지 않고 표현하며, 잘못했을 때 사과하고, 혼자 남은 친구를 모른 척하지 않는 연습이다. 한 번의 훈계로 만들어지는 태도가 아니라 교실에서 수없이 부딪치고 다시 해보는 동안 조금씩 몸에 밴다.
좋은 교실은 갈등이 전혀 없는 교실이 아니다. 관계가 어긋났을 때 멈추어 돌아보고, 다음에는 다르게 행동해 볼 기회가 있는 교실이다. 그런 경험이 쌓일 때 아이는 친한 친구를 사귀는 법을 넘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