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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마트’ 터전에 ‘AI교육’ 꽃피운  경기 성남여고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원도심의 정겨운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유난히 현대적인 감각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남 지역에서 유일한 공립 여자고등학교인 성남여고다. 최근 278억 원 규모의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학교는 친환경 설비와 첨단 교육 환경을 갖춘 미래형 캠퍼스로 거듭났다. 여기에 AI 중점학교 선정과 학생 주도형 교육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면서 공교육 혁신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학부모와 교직원이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공동체. 그린스마트 캠퍼스 구축, AI교육 강화, 교사들이 직접 설계한 스마트인재융합 프로그램 등과 함께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스마트팜, 자연을 품은 학교 공원
올해로 개교 55주년을 맞은 성남여고는 그린스마트 스쿨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를 4월 중 가질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캠퍼스 환경이다. 학교 건물 옥상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학교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40%를 충당한다. 에너지 자립을 지향하는 친환경 설계는 학생들에게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한다. 건물 내부 역시 자연채광을 극대화해 인공조명 없이도 밝은 학습 환경을 유지한다. 특히 건물 중심부에 조성된 넓은 중정은 탁 트인 개방감을 주며 학생들의 소통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교실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모든 교실에는 전자칠판이 설치됐고 학생들은 1인 1태블릿을 활용해 수업에 참여한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연동된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자칠판에 바로 띄워 토론한다. 교사 중심 강의가 아니라 학생 참여형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복도에 설치된 ‘스마트팜’이다. 식물이 자동으로 온도·습도·수분을 조절 받으며 자라는 이 장치는 도시 아이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생태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산뜻한 새건물 뒤편으로는 성남여고가 자랑하는 드넓은 ‘학교 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야트막한 동산을 품고 있는 학교 공원, 봄이면 파란 잔디에 목련꽃 흐드러지고, 여고생들의 깔깔거림이 넘쳐날 것만 같다. 성남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공원을 품은 학교는 드물다. 학생들은 “학교가 너무 예뻐서 매일 오고 싶다”며 등굣길의 즐거움을 전한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를 위한 피지컬 AI교육
성남여고 혁신의 또 다른 축은 인공지능 교육이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AI 중점학교(2유형)로 운영되며 3년 동안 약 1억 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인숙 교장은 “지금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처럼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세대”라며 “이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성남여고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든 학기에 정보와 인공지능 관련 교과목을 편성했다. 단순한 프로그래밍 학습을 넘어 코딩 결과가 실제 장치나 센서로 작동하는 ‘피지컬 AI’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실제 환경에서 작동시키며 원리를 체험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기관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게임기업 웹젠과 연계한 발명대회에서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AI 기술 교육에 그치지 않고 AI 윤리와 리터러시 교육을 모든 교과에 반영해 기술을 책임 있게 활용하는 태도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성남여고 교육의 핵심 철학은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이다. 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은 학생들이 수동적인 피교육자가 아니라 자신의 학습을 설계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학생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는 ‘배움 공작소’와 창업가 정신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게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고교학점제 운영 과정에서 마련된 ‘공강 시간’과 ‘학교 주도 활동 시간’ 역시 단순한 자습시간이 아니라 학생 주도 활동으로 채워진다. 동아리활동에서도 학생들은 주제 선정부터 회원 모집, 지도교사 섭외까지 직접 수행하며 공동체 리더십을 경험한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 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특히 ‘배움 공작소’ 프로그램은 학생 주도 학습의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학생이 직접 친구들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배우는 학생은 물론 가르치는 학생도 학습의 깊이를 더할수 있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창업가정신 교육도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성남여고는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17주 동안 ‘Entrepreneurship’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순히 사업 아이디어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다. 스페인 몬드라곤 대학의 서울 캠퍼스인 ‘레인 서울’과 협력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프로세스를 실제 프로젝트로 실습하며 학생들은 불확실한 시대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을 배운다.

 

교사들의 열정과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
이러한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 성남여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진로를 글로벌 인문, AI 디지털, 수학·과학, 생명 보건, 사회과학, 경영, 예술·스포츠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간 약 40개의 특색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원도심 지역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는 ‘마라톤 학술 활동’, ‘질문의 밤’, ‘부모님 자서전 쓰기’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특히 진로 전담 교사를 중심으로 3개년 진로 로드맵을 구축하고 담임교사들이 이를 학습공동체를 통해 수업과 생활지도에 반영하는 시스템은 학교 운영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36년째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이인숙 교장은 자신을 “평생 학습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교육에는 끝이 없다”며 “교장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천해야 학교가 변화한다”고 말한다. 초임교사 때부터 교육전문직 시절을 거쳐 이어온 이러한 실천적 태도는 교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다시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오늘도 성남여고의 학교 공원에서는 학생들의 토론과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친환경 그린스마트 환경과 인공지능 교육, 그리고 학생을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세우려는 교육공동체의 노력이 어우러진 이 학교는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학생 주도형 미래 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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