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5.11.05 (수)

  • 맑음동두천 17.2℃
  • 구름조금강릉 15.6℃
  • 맑음서울 18.5℃
  • 구름조금대전 18.0℃
  • 맑음대구 18.8℃
  • 구름많음울산 17.8℃
  • 맑음광주 19.8℃
  • 구름조금부산 20.7℃
  • 구름조금고창 19.9℃
  • 맑음제주 21.0℃
  • 맑음강화 16.6℃
  • 맑음보은 17.4℃
  • 맑음금산 17.9℃
  • 구름조금강진군 20.9℃
  • 맑음경주시 19.9℃
  • 맑음거제 19.4℃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학생의 꿈·교사의 긍지·학부모의 신뢰, 서울성자초의 3대 보물

 

“우리 학교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요. 뭔지 아세요?” 
교장실에서 만난 서울 성자초등학교 이은정 교장은 대뜸 기자에게 퀴즈를 냈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고 교문에 들어섰을 때 이후를 되짚어보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둔한 관찰력을 자책하는 순간 이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학교의 학생·교직원·학부모가 세 가지 보물이에요.” 듣고 보니 그렇다. 학교에 이보다 더한 보물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구성원 모두가 가장 소중한 존재 아닌가. 기왕 한 방 먹고 시작한 김에 본격적으로 보물찾기에 나서봤다.


성자초는 최근 학부모 동의율 81%로 혁신학교 신청을 마쳤다. 단순히 제도 전환을 넘어, 학교를 이끌어가는 철학과 실천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교장은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학부모의 신뢰라는 세 축이 함께 움직이는 학교”라며 성자초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시절, 생태교육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교육정책에 탄소중립을 접목했고, 영국 BBC 등 세계가 주목한 농촌유학 프로그램도 그의 손을 거쳤다.

 

◇ 활발한 학생자치, 스스로 만드는 학교문화
성자초 학생들은 교내 자치활동을 통해 학교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신청곡 라디오 방송’은 학생회가 교내 방송을 이용해 직접 학생들의 사연을 받고 DJ처럼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사연 속에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 또래 고민, 소소한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이들만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희망급식 조사’나 ‘학교폭력예방 캠페인’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실행한다. 중간놀이시간 ‘안전지킴이 활동’처럼 또래의 안전을 지키는 프로그램도 학생회 주도로 운영된다. 신입생 환영 영상 제작, 현장체험학습 참여 등에서도 학교자치의 힘이 드러난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를 꾸려간다는 자부심을 갖는다”며 “이런 경험이 민주적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 교사의 열정, 연구학교·선도학교로 이어져
학생을 중심에 둔 교사들의 적극적인 활동 역시 성자초의 큰 자산이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구활동은 물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주저하는 법이 없다. 실제로 서이초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교사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성자초는 오히려 연구학교와 선도학교 운영에 적극 나섰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거쳐 올해는 ▲기초학력 맞춤형 선도학교 ▲실천 중심 인성교육 운영학교 ▲IB 관심학교 ▲체험형 자원순환교육 실천학교 ▲서울학생 창업교육 중점학교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기초학력 보완에 힘을 쏟고 있다. 학년별 맞춤형 진단평가를 실시해 문해력·수리력 수준을 점검하고, 방과후 ‘키다리쌤’과 ‘맞춤형 코디 교사’를 배치해 보충지도를 진행한다. 1학년의 경우 한글지도 전담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 초기단계부터 학습결손을 막는다. 이 교장은 “기초학력은 교육의 기본”이라며 “아이 한 명도 뒤처지지 않도록 교사들이 책임감 있게 지도한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어린이날 등교맞이 행사를 하고, 스승의날이면 찾아가는 꽃 배달 서비스도 교사들이 직접 한다. 이 학교 배성호 교감은 지난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마술수업을 진행, 학생들이 딱딱하게 느끼는 과학을 마술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 학부모 자치와 신뢰, 학교 혁신 뒷받침
성자초의 또 다른 축은 학부모의 활발한 참여다. ‘책 읽어주는 엄마’ 프로그램부터 주말 한강 플로깅, 생태전환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연수까지 학부모가 직접 기획하는 활동이 이어진다. 이러한 분위기는 혁신학교 신청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7월 실시된 학부모 동의율 조사에서 무려 81.5%가 혁신학교 전환에 찬성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학부모에게 높은 동의율의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는 걸 체감했고, 학교의 방향을 믿고 지지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 함께 만드는 학교, 더 넓은 성장 준비
성자초는 현장체험학습에서도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최근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와는 달리 성자초는 예전보다 더 활발하다. 학교 측은 안전관리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교장이 직접 참석하거나 교감이 동행해 지원한다. “안전만 확보된다면 교사들이 아이들과 더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성자초의 원칙이다.


성자초는 또 담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학생 문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학생 맞춤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교장·교감·담당부장이 사전 회의를 거쳐 대책을 세우고, 학부모상담과 외부 기관 연계, 예산 지원까지 이어간다. 이를 통해 학습·행동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조기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담임교사의 부담도 줄어든다. 특히 내년부터 제도화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선제적으로 시행해, 현재 학년별로 수혜 학생을 관리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도 학교의 체계적 지원에 신뢰를 보낸다. 학부모 민원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 게다가 성자초는 매년 4차례 ‘정기 정담회’를 열어 학부모 대표, 급식 모니터링단, 도서 명예교사 등 20여 명과 의견을 나눈다. 등굣길 교문맞이 활동에서도 교장과 학부모 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학부모는 단순한 민원 제기자가 아니라 든든한 교육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학교는 민원을 제기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 특색 있는 교육활동
성자초는 특색있는 교육활동을 진행해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첫째는 독서교육이다.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고취하기 위해 ‘독서생활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상은 성자초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유일한 상이다. 그만큼 독서활동을 중시한다. 스토리텔링 수업, 작가와의 만남, 별빛 독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생활화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징이다.

 

두 번째는 생태전환교육이다. ‘에코리더스’ 동아리활동, 새활용 플라자 체험, 교육청 행사 참여 등으로 환경 감수성을 기른다. 세번째는 디지털교육이다. 3·4학년 자율시간에 ‘디지털 탐구생활’을 신설해 디지털 윤리와 활용 능력을 함께 가르치고, 학부모와 함께하는 ‘디지털 새싹 데이’를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창업 동아리활동이다. 5·6학년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고 아이템을 기획하며 진로와 연계된 창업 경험을 쌓는데 학생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기업가 정신을 느끼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성자초는 학생은 맞춤형 지원 속에 성장하고, 학부모는 학교 운영에 동반자로 참여하며, 교사는 전문성을 발휘해 교육혁신을 이어간다. 이 교장은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 만드는 미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겠다”며 “교육공동체 모두가 주체가 되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주어진 임기 동안 아이들과 교사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