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채점 공정성과 교사 업무부담, AI 자동평가 신뢰성 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면서 교사 전문성과 평가 주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을 비롯한 교육연구기관 등이 교육정책네트워크는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의 현장 안착과 실천 과제’를 주제로 ‘2026년 제2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박종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최근 서·논술형 평가가 강조되는 이유는 단순한 평가 방식 변화가 아니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 방법을 바꾸지 않고 학생들에게 깊이 있게 사고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학습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우리 교육은 역량 중심으로 개편됐지만 평가 방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질문하고 탐구하는 수업이 강조되고 있지만 평가는 여전히 주어진 답지에서 정답을 고르는 방식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논술형 평가는 학생들의 고차원적 사고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학생 중심 탐구 수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민수 서울대 교수도 주제발제를 통해 AI 자동평가 시스템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언급했다. 하 교수는 “AI 기반 서술형 평가는 학습 진단과 개별 피드백 제공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교사의 평가 주체성과 전문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교사의 평가 의도와 수업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자동화보다 교사 주도형 활용을 통해 수업과 평가의 연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는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의 현장 적용 과제와 지원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현장 교사들은 AI 기술 활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평가의 핵심은 결국 학생의 사고 과정과 맥락을 읽어내는 교사의 역할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지영 서울교육청 장학관은 서울교육청의 ‘채움AI’ 시스템 운영 사례를 소개하며 “교사 채점 지원과 학생 피드백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반 평가 시스템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사 연수와 현장 지원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경기 죽전고 교사는 “AI를 활용한 평가 환경이 확대되더라도 학생의 사고 과정과 맥락을 읽어내는 역할은 결국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사가 평가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경아 인천 연수여고 교사는 “‘생각을 꺼내는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사고 과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과 평가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희라 인천국제고 교사도 “서·논술형 평가는 평가를 넘어 학습 과정 자체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학생이 자신의 언어로 사고를 조직하고 표현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은 인사말에서 “이제는 ‘정답을 맞추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며 자신의 이해를 정리하고 논리를 세워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논술형 평가가 안착돼야 AI 시대에 부합하는 미래형 평가 체제의 취지가 학교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