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교육’이 따라온다
법 제정안이나 개정안이 공람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교육, 기본계획, 시행계획, 전문인력 양성, 교육자료 보급, 점검, 평가 반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입법자는 거의 자동적으로 교육을 붙인다. 청렴이 중요하니 청렴교육, 안전이 중요하니 안전교육, 인권이 중요하니 인권교육, 민원이 중요하니 민원대응교육이다. 문제의 중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우니, 교육의 추가도 큰 저항 없이 통과된다.
최근에도 그렇다. 현재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청렴 및 국민권익보호 교육 지원법」 제정안은 청렴교육을 별도 법률로 체계화하려는 것이다.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공공기관의 교육 실적을 점검하며, 그 결과를 중앙행정기관 자체평가·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시도교육청 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자료와 전문인력, 경비 지원 및 교육전문가 양성의 근거도 함께 둔다.
문제는 청렴이 아니라 일률성이다
청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공직자의 청렴의무는 당연하고, 부패는 공공신뢰를 무너뜨린다. 예산·회계·계약·인사·인허가·감사처럼 권한과 재량이 집중된 직무에는 심화교육과 엄정한 책임이 함께 필요하다.
문제는 부패위험과 직무권한이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같은 강도의 교육을 매년 반복해서 부과하는 방식이다. 예산 사용이나 계약·인사에 별다른 권한이 없는 교사도 매해 비슷한 청렴교육을 반복해서 이수한다. 청렴하지 않을 기회조차 거의 없는 사람에게 청렴을 거듭 가르치는 동안, 정작 권한이 집중된 자리에는 위험 통제와 책임 강화 대신 교육이 형식적으로 자리 잡기 쉽다.
왜 모든 정책에 교육이 붙는가
미국 교육사회학자 데이비드 라바리(David F. Labaree)는 현대사회가 어려운 사회문제를 교육으로 풀려는 경향을 ‘사회문제의 교육화(educationalization of social problems)’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이수체계·자격·캠페인 같은 형식적 산출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권한 배분과 절차 그리고 책임 소재를 바꾸는 일은 정치적으로 어렵다. 반면 교육의 추가는 반대하기 어렵고, ‘예방 노력을 했다’는 행정적 흔적을 남긴다. 그렇게 교육은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수단이라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행정적 증거로 남는다.
예산서에는 잡히지 않는 비용
국회에서 법안을 심사할 때는 그 법을 시행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따져보는 ‘비용추계’가 붙는다. 그러나 이때 주로 보는 것은 예산상 직접 늘어나는 돈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한 교육조항이 새로 들어가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육에는 예산서에 잘 드러나지 않는 비용이 있다. 현재 공무원 정원은 약 117만 명(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 2025. 6. 기준),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은 약 43만 명이다(ALIO, 2026. 3. 기준).
두 집단만 합쳐도 약 160만 명이다. 이들에게 1시간짜리 의무교육이 추가되면, 평균 보수 기준으로만 약 447억 원의 시간 비용이 발생한다. 강사비나 행정 처리비를 뺀 최소한의 계산이 그렇다. 무엇보다 그 1시간은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약 160만 시간의 공적 노동시간이다.
교육의 이름으로 교육의 시간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학교 현장에는 이미 안전교육, 아동학대 예방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청탁금지법 교육, 부패방지 교육, 적극행정 교육, 이해충돌방지법 교육 등 부처별 법정 의무연수 20여 종이 누적되어 있다. 개별 연수의 명분은 저마다 정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총량이다.
교사에게 한 시간은 단순한 근무시간이 아니다.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을 만나고, 평가와 피드백을 하며, 동료와 함께 교육과정을 논의할 시간이다. 의무연수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그 시간은 조금씩 줄어든다. 교육의 이름으로 교육의 시간이 줄어든다.
필요한 것은 정책 수단의 정확한 배치다
학교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정책 수단의 어긋남은 더 선명해진다.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는 학생을 위한 일상적 교육행위다. 그러나 정서학대 영역에서는 이러한 일상적 행위조차 신고와 조사,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구든 의심이 있다고 판단하면 신고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교사의 말과 행동에는 강한 사후 통제가 작동한다.
반면 청렴·부패 영역에서는 실제 권한과 재량이 집중된 예산·회계·계약·인사·감사 담당 직무에 대한 집중 통제보다 전 구성원 대상 예방교육이 반복된다.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할 자리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흐려지고, 신중하게 보호해야 할 교육행위는 사법적 통제 앞에 놓인다. 이 어긋난 배치는 교사를, 학생을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니라 관리와 점검의 대상으로 만들기 쉽다. 그 결과 교사의 시간은 의무연수로 줄어들고, 교사의 판단은 법적 불안 속에서 위축된다. 결국 뒤로 밀리는 것은 학생을 위한 교육이다.
교육은 동원의 수단이 아니다
청렴한 사회는 필요하다. 국민 권익보호도 중요하다. 그러나 목표가 중요하다고 해서 교육을 무한정 늘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져야 할 자리를 흐리고, 교사의 시간을 손쉬운 정책 자원처럼 동원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의 시간은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값비싼 공적 자원이고, 교사의 시간은 학생의 배움을 위해 지켜져야 할 교육의 핵심 자원이다. 정책 수단이 제자리를 잃을 때, 그 비용을 치르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교육이다. 교육을 남용하지 않는 것, 그것은 교육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