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지난 5월 28일 안전한 환경 속에서 학교가 마음 놓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고, 사고 초기부터 교육청 전담팀과 전담변호사가 법률 대응을 지원하며,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적용 범위도 수학여행만이 아니라 운동장 체육활동, 실험·실습 등 교육활동 전반으로 넓혔다. 그동안 교원단체가 줄기차게 제기해 온 요구를 일부나마 반영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는 점, 국가가 이제야 교사의 절박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교총을 비롯한 교육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번 대책이 겉보기에는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두려움과 법적 취약성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미완의 대책에 그치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과실 면책 기준의 모호성이다. 교육부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경우 책임을 면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활동 중 벌어지는 돌발사고 속에서 어디까지가 경과실이고 어디부터가 중과실인지의 명확한 잣대는 어디에도 없다. 그 판단은 결국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으로 남는다. 사고가 나면 교사는 여전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기소 여부를 기다리며, 법정에서 지침을 준수했고 중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소명해야 한다. 면책 요건이라는 것이 교사에게는 또 하나의 입증 책임이라는 굴레가 되는 셈이다. 교사를 무너뜨리는 것은 최종 판결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수사와 재판의 과정 그 자체다. 면책의 실질은 재판에서 이기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애초에 재판정에 서지 않게 하는 데 있다.
학교 현장의 위축을 되돌리기엔 부족한 대책
이번 방안은 교육활동의 특수성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수십 명의 학생을 서너 명의 교사가 인솔해 교실 밖으로 나서는 현장체험학습은 본질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상존하는 공간이다. 아무리 사전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지침을 지켜도 예측하지 못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교육은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며 배움을 넓혀가는 일인데, 지금의 제도는 관리 책임을 넘어 결과 책임까지 교사에게 떠넘겨 왔다. 강원도 속초에서의 비극적 사고와 인솔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교사들이 극심한 트라우마와 법적 공포 속에 체험학습 자체를 기피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등학교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이 50% 선마저 무너진 것은 교사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제도가 교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현장이 몸으로 배운 결과다. 현행 대책대로라면 교사는 여전히 사법적 판단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고, 학교 현장의 위축을 되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적 책임만이 부담의 전부가 아니다
법적 책임만이 부담의 전부도 아니다. 교사는 교육계획 수립부터 사전답사, 계약, 차량 점검, 안전교육, 학부모 민원 대응, 사고 보고와 수습까지 전 과정을 떠맡아 왔다. 전담인력 확충과 통합 플랫폼 구축 약속이 안정적인 예산과 법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언에 그치고, 지역별 지원 편차만 키울 뿐이다. 아울러 체험학습의 안전은 교사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데도 학생의 위험행동이나 보호자의 건강정보 미제공 같은 복합적 요인은 사고 앞에서 모두 사라지고 교사만 남는다. 이 불공정한 책임 구조 역시 함께 손봐야 한다. 이에 한국교총은 선언적 대책을 넘어 교원이 아무런 불안 없이 교육활동에만 헌신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첫째, 「학교안전사고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교사의 명백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공소 자체를 제기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거나, 음주·약물 상태에서 학생을 지도했거나, 사고 후 정당한 사유 없이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같은 명백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형사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해야, ‘면책’이라는 단어가 비로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보호로 바뀐다.
둘째, 국가소송책임제를 입법화해야 한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소송의 당사자는 개별 교사가 아니라 국가와 관할 교육청이 되어야 한다. 사고 수습과 법적 대응을 교육청이 밀착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고무적이지만, 제도적 근거가 없으면 실행 과정에서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소송의 주체를 국가로 명시해 교사가 홀로 법적 공방을 벌이는 고독한 싸움을 끝내야 한다.
셋째, 반복적인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맞설 수 있도록 교육감 맞고소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의 안전사고를 빌미로 한 인신공격성 민원과 무차별적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동반되지 않으면, 교사들은 여전히 ‘체험학습은 하면 위험’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지는 현장체험학습의 실시 여부와 방식을 단위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학교 자율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 학교마다 지역 여건과 학생 구성 그리고 안전 인프라가 다른 만큼, 현장의 준비가 미흡하거나 불안 요소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를 강제하거나 실적 중심으로 독려해서는 안 된다.
교사 보호가 곧 교육 보호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가는 일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봄꽃 아래에서 도시락을 나누던 기억, 낯선 도시의 박물관에서 눈이 반짝이던 순간이 한 아이의 성장에 어떤 의미인지 교사만큼 절실히 아는 사람은 없다. 교사들이 바라는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정당한 교육활동이 형사 법정으로 끌려가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신뢰다. 교육은 교사의 열정과 안전이 함께 담보될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 정부와 교육부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모호한 면책 조항을 넘어 확실한 법적 울타리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