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고등학교 진학 풍경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반도체 분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가 빠르게 늘면서 입학설명회마다 예상 인원을 훌쩍 넘는 참가자가 몰리고, 개교를 앞둔 학교에도 문의가 이어지는 등 반도체고를 향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에는 충북반도체고를 비롯해 대구반도체마이스터고, 충남반도체마이스터고, 경북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 등 4개 반도체 분야 마이스터고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서울반도체고가 새롭게 문을 열고, 2028년에는 용인반도체고와 부산전자공고의 부산반도체마이스터고 전환도 예정돼 있어 반도체 인재 양성 기반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입학설명회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대구반도체마이스터고는 최근 열린 내년도 신입생 모집 설명회에 학생과 학부모 140여 명이 참석해 학교 측 예상 인원을 40명 이상 웃돌았다.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가 몰리자 학교는 오는 10월까지 설명회를 세 차례 추가 개최하고, 장소도 대회의실보다 넓은 강당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도 설명회 규모를 크게 늘렸다. 5·6월 설명회는 참석 인원을 120~130명 수준으로 제한했지만, 오는 11일 설명회는 400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교는 안전사고를 고려해 장소를 기존 강의실에서 체육관으로 변경했다. 충북반도체고 역시 입학설명회 참가 신청자가 350명을 넘어섰고, 충남반도체마이스터고에는 충남뿐 아니라 대전과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입학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관심은 개교를 앞둔 학교에서도 확인된다. 내년 개교 예정인 서울반도체고와 2028년 개교하는 용인반도체고에는 입학 관련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용인교육지원청은 하루 20통이 넘는 문의 전화가 이어지자 홈페이지에 용인반도체고 전용 안내 게시판을 마련해 지원 자격과 교육과정, 모집 일정, 졸업 후 진로 등을 안내하고 있다. 첫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오는 8~9월에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학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현상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국내 최초의 반도체마이스터고인 충북반도체고를 집중 조명하며 대학 수준의 실습시설과 기업 연계 교육과정, 기숙사 교육 등을 소개했다. 학교 측은 입학 문의가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고, 학교 운영 모델을 배우기 위한 국내외 교육기관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반도체고 인기를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취업 가능성을 가장 먼저 묻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최근에는 교육과정과 실습 환경, 산업 전망, 졸업 후 성장 경로까지 함께 살펴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교사이며 마이스터고 학부모는 "예전에는 '취업이 되느냐'를 가장 많이 물었다면 지금은 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역량을 갖추게 되는지,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학부모가 많아졌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학교도 산업 변화에 맞는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