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은 예로부터 ‘시험능력주의’를 철저하게 지향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하나의 신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4당5락(四當五落)’이라는 미신이다. 이는 과학적인 원리나 이치로 볼 때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를 잘 한다’는 또 다른 믿음과 함께 하나의 굳건한 철학으로 견지한다. 이에 우리는 가정에서 수험생은 물론 지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이에 대한 맹목적인 따름은 잘못된 믿음이자 부작용이 큰 것으로 교육적 효능감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방책임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4당5락의 믿음은 왜 불합리한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수면과 휴식이 주는 보편적인 원리를 재고(再考)할 필요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정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적절한 수면 시간이란 자고 일어났을 때 피로가 완전히 풀린 것처럼 상쾌하고 편한 기분이 들 정도로 충분한 수면 시간이다. 하루에 4시간만 자도 충분한 사람이 있는 반면, 10시간을 자고도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잠을 적절하게 확보하지 못하면 온전하게 활동할 수 없다.
잠을 자는 것은 피로감 말고도 학습과 기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 암기는 깊은 수면 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벨기에 리에주 시립대학의 피뉴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에서 뇌가 활성화된 사람들이 다음 날 암기 과제가 주어졌을 때 더 기억을 잘했다. 즉, 깊은 수준의 잠에 도달할 정도로 충분히 자는 것이 단순 암기에 좋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 암기 외에 악기 배우기, 체육 활동, 문제 해결과 같은 절차가 중요한 기억은 얕은 수면 상태인 렘(REM)수면과 관련이 있다. 캐나다 트렌트대학 스미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학생들에게서 시험기간에 렘수면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다. 깨있는 시간 동안 학습한 내용을 렘수면 동안 뇌에 저장하고 있던 것이다. 이처럼 잠은 어떤 형태든 학습과 상호 연관성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활력과 정서발달, 신체적 성장에도 깊은 연관이 있음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그 단적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한낮의 일정 시간에 잠시나마 낮잠을 재워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을 하루 정상 일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은 어린이들에게 면역력을 길러주어 감기와 질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하고 일상 활동에도 활력을 보충해 주고 또 인성적으로도 바람직한 성장에 도움을 제공한다. 반대로 적절한 잠을 취하지 못한 아이는 자주 짜증을 부리고 활력이 없으며 또래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사회성 발달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기계도 늘 쓰기만 하고 잠시 멈추거나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갈수록 무디고 뻑뻑해짐에 따라 고장과 훼손이 자주 발생함을 경험할 수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오래 자는 아이들은 뇌 발달이 촉진돼 인지 기능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면 시간이 조금만 늘어도 '적금'처럼 쌓이면 10대의 뇌 기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최근 의료계의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미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팀이 10대 청소년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과 인지 능력 등 뇌 기능의 연관성을 검토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를 진행한 케임브리지대 임상 신경심리학 교수 바바라 사하키안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수면 중에 기억이 통합되기 때문에 수면이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수면 시간의 사소한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놀랍다. 시간이 지나며 누적돼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의학적으로 충분한 수면은 청소년기의 뇌 발달은 물론 정서 안정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잠이 부족하면 뇌는 회복과 정리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해 기억력 저하, 집중력 문제, 아침 두통, 판단력 저하, 심지어 우울감까지 유발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불안과 우울 증상은 학교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정서적 장애는 바로 수면 시간의 부족과도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들은 학업과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기라 낮 동안 졸림이 심해지면 학습 능력 저하는 물론 성장도 원만하지 않을 수 있다. 교통사고 등 외상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어느 신경과 교수는 "수면 중 심박수가 떨어지지 않고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이는 마치 심장이 밤새 운동을 계속하는 것과 같아 장기적으로는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 커진다"며 "청소년기의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건강한 뇌와 몸을 만드는 필수적인 성장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양보다 질로 교육의 성과를 얻어야 할 때다. 과거 학습 방식인 무조건적으로 외우고 이를 기억해 성적과 연계하던 시절은 지났다. 고등정신능력의 작동에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의 효과가 크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여유 있는 일상적 삶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의 산업화 시대와 현대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디지털 시대의 생산 방식은 크게 다름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창의성은 노동의 양(量)이 아니라 노동에 임하는 사고의 질(質)적 수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교육을 일상화하여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고양시켜야 한다. 이의 바탕에 수면의 기능이 매우 큰 것을 우리는 각종 의학 보고서와 인성지도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수면을 권장하고 장려해야 한다. 사당오락의 신화는 이제 그 효능을 다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학교폭력과 우울증, 극단적 선택으로부터 우리의 청소년들을 구하고 그들이 일상에서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행복교육이 필요하다. 행복은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구할 수 있음을 우리는 저명한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확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기기 사용과 학원으로의 뺑뺑이로 수면이 부족한 우리 청소년들의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심리학자 마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중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인 적절한 수면시간부터 확보하는 일상의 바람직한 습관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