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5월, 코로나-19의 위세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팬데믹(Pandemic)의 공포는 너무도 끔찍했다. 세계적으로 강대국이라 불리는 이른바 G7을 비롯한 기타 복지 선진국들도 속수무책으로 코로나의 기습에 당하면서 국가적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외부와의 완전 차단 상태인 봉쇄 및 격리 조치가 있었다. 우리의 모든 유⋅초⋅중등학교 및 대학교는 일제히 원격교육의 체제에 돌입하였다. 이는 학교가 문을 닫고 비대면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불가피한 조치였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역사상 초유의 사건은 학교 교육의 완전한 온라인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재빠르게 선도적 조치를 취한 학교들은 냉혹한 현실에서도 빠르게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 그것은 언제부터라 할지 모르게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갖추어 온라인 수업으로 재빠르게 전환한 학교들은 역시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집단인 특목고와 자사고 등이었다.
한편 일반 학교들은 새로운 체제를 설계하고 시설을 갖추며 교사들의 원격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학교마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혼란이 날로 점입가경이었다. 그 속에서도 학교마다 IT 기술과 디지털 문명에 적응이 뛰어난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원격교육시스템의 구축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져 나갔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예산 지원과 각종 현지 컨설팅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소위 쌍방향 원격교육 시스템을 무난하게 갖추기까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교사들의 우수한 역량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었다.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의 결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의해서 발표되었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의 수학⋅읽기⋅과학 소양을 3년 주기로 평가하는 국제 비교 연구다. 대한민국은 첫 연구였던 PISA2000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번 PISA에는 OECD 회원국 37개국, 비회원국 44개국 등 총 81개국에서 약 69만 명이, 한국에서는 186개교에서 6931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대한민국 원격교육의 힘이 드러난 긍정적이자 희망적인 것이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학생들의 수학⋅읽기⋅과학 평균 점수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과 한국의 평균 점수에서 수학은 472:527, 읽기는 476:515, 과학은 485:525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PISA 2018 대비 OECD 회원국의 평균 점수는 모든 영역에서 하락한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모든 과목의 평균점수가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한마디로 전 세계적으로 악화된 교육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잘 발달된 K-원격교육 시스템의 승리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공교육 공백 상태에서 사교육의 힘에 의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속하게 구축하여 실행에 들어간 한국의 유⋅초⋅중등의 온라인 교육체제는 나름대로 맨 땅에 해딩한 상태에서 일구어낸 긍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원격교육이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리의 교육체제에 ‘입에 쓰나 그 효과는 뛰어난’ 것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새로운 역사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히 IT 선도국가답게 우리의 원격교육시스템은 이제 그 경험의 축적으로 앞으로 닥칠 어떠한 감염병 시대에도 나름대로 역할을 굳건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원격교육체제로의 구축과 실행, 적응에 따른 모든 교사들의 노고와 희생은 이제 새로운 원격교육시대를 대비한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점으로 드러난 상하위권 학생 간 격차와 학교 간 격차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심화현상에 따른 부작용이기도 해 이는 국가가 나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공교육 경쟁력 제고, 사교육 경감 등 다양한 정책 추진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교육과정, 교수 학습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에 학교별로는 교육과정의 공동화 및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해 나가는 특색 있는 운영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노력도 조화롭게 병행해 나가야 한다.
최근 10년 내에 144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상처 시대’이자 교육의 ‘위기 시대’를 극복하는 길은 교사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교육환경을 혁신하고 인간의 존엄 사상을 공유하며 학생의 꿈과 끼를 살려 각자의 천재성과 잠재력을 발현하도록 이끄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정부의 교육개혁은 장기적인 교육 비전으로 온 국민의 공감과 지지 속에서 대한민국에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