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자리(Gemini)는 겨울철 오리온자리의 동쪽에 보이는 별자리다. 황도 12궁인 사자자리·처녀자리·전갈자리처럼 그 명칭과 형상이 매우 유사해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듯한 모습으로 쌍둥이를 연상케 한다. 황도 12궁 중 가장 북쪽에 있으며, 태양이 쌍둥이자리에 위치하면 절기상으로 하지가 된다.
알파별인 카스토르(Castor)와 베타별인 폴룩스(Pollux)가 가장 밝다. 별자리 그림에서는 쌍둥이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형상으로, 깊은 우애로 맺어진 신화 속 쌍둥이 형제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로 가까이에 있는 다정한 형제 별자리로 보이지만, 사실 카스토르와 풀룩스 사이의 거리는 약 18광년이나 된다. 멀어도 너무 멀다.
쌍둥이자리 유성우
쌍둥이자리는 유성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1월의 사분의자리 유성우, 8월의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와 함께 매년 볼 수 있는 3대 유성우 중 하나다. 가끔 사분의자리 유성우 대신 사자자리 유성우를 3대 유성우에 포함하기도 한다. 별똥별이라고도 불리는 유성은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부서진 잔해가 지구 대기권과 충돌하면서 마찰열로 인해 밝게 빛나는 현상이다. 다 타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지는 큰 덩어리는 운석이라고 한다. 많은 유성이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비처럼 쏟아진다고 하여 유성우라고 일컫는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매년 12월경에 볼 수 있다. 쌍둥이자리 방향에서 방사되어 나오는 듯 보여 ‘쌍둥이자리 유성우’라는 이름이 붙었다. 12월 초부터 활동하기 시작하여 12월 14일경 최고조에 달해 최대 시간당 150개의 유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도시의 불빛과 미세 먼지 등의 영향으로 이보다는 훨씬 적게 보인다. 관측 장소는 도시의 불빛에서 벗어나 깜깜하고 맑은 밤하늘이 있는 곳, 주위에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는 사방이 트여있는 곳이 좋다. 또한 월령 및 월출몰 시간 등을 확인하여, 가능하면 밤하늘이 어두운 시점을 택하여 관측하는 것이 좋다.
하늘이 맑으면 지구상 어디에 있든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볼 수 있지만, 북반구에서 좀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남반구에서 유성우를 보는 사람들은 복사점의 고도가 그다지 높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북반구보다 더 적은 유성우를 목격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월령이 그믐경인 2023년 12월 13일 밤에서 14일 새벽까지 가장 많은 유성우를 볼 수 있었다. 관측 최적 시간대는 새벽 2시경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4년에는 이 유성우의 극대기가 12월 14일 오전 10시로 예측되며, 더욱이 월령이 보름 근처이기 때문에 밤에도 사실상 관측이 어렵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소행성 3,200파에톤(Phaethon)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부서지고, 그 잔해가 남은 지역을 지구가 통과하면서 나타난다. 이 소행성은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아들 파에톤(Phaethon)의 이름을 본떠 명명된 지름 약 6km의 거대한 우주 암석이다. 혜성의 궤도와 비슷해서 처음엔 혜성과 혼동되었지만, 혜성과 같이 코마나 꼬리를 만드는 제트가 발생하지 않는 소행성이다.
쌍둥이자리 유성은 매우 밝고, 꼬리가 길며, 흰색·노란색·빨간색·파란색 및 녹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다채로운 색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유성체에 나트륨 및 칼슘과 같은 금속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도시의 불빛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를 찾아 따뜻한 커피나 차가 담긴 보온병,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담요만 있다면, 우리의 눈은 어둠에 적응하자마자 완벽한 관찰 도구가 될 것이다.
겨울의 대육각형
겨울철에는 쌍둥이자리의 폴룩스가 포함된 다이아몬드 모양의 대육각형을 관찰할 수 있다. 겨울의 대육각형은 태양보다 훨씬 더 거대한 쌍둥이자리의 폴룩스,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밝기가 태양의 12만 배인 청백색 초거성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으로 구성된다. 한편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를 이으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된다. 이들 세 별의 겉보기 등급은 1등급 이상으로 아주 밝게 빛나서 겨울철 별자리들을 찾는 데 길잡이 노릇을 한다.
알에서 태어난 형제의 깊은 우애와 비극적 최후
쌍둥이자리는 레다(Leda)의 두 아들인 카스토르와 폴룩스와 관련된 별자리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디오스쿠로이(Dioscuri)’라고 하는데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후, 곧바로 남편인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와 잠자리를 한 레다는 알을 낳는다. 첫 번째 알에서는 틴다레오스의 자식인 카스토르와 클리템네스트라(Clytemnestra), 두 번째 알에서는 제우스의 피를 이은 절세미인 헬레네(Helene)와 폴룩스가 태어난다. 카스토르는 말타기, 폴룩스는 격투기에 뛰어난 힘과 용기를 가진 영웅이었다. 제우스신의 아들인 폴룩스는 불사의 몸을 타고났지만, 틴다레오스의 아들인 카스토르는 언젠가 죽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이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이복형제였지만, 우애가 매우 깊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쌍둥이 형제 신화를 명화로 남겼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투구를 쓰고 무기를 지닌 두 명의 젊은이로 묘사되거나 납치당한 여동생 헬레네를 구하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형제는 둘 사이뿐 아니라 그들의 자매와도 돈독한 우애를 가졌던 것 같다. 한편 레오나르도(Leonardo da Vinci)는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포함한 아기들과 함께 있는 레다를, 루벤스(Peter Paul Rubens)는 여인들을 납치하는 쌍둥이 형제의 모습을 그렸다.
‘무릎을 꿇은 채 아이들과 함께 있는 레다’는 레오나르도의 제자 잠피에트리노(Giampietrino)가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모사한 것이다. 비록 그림에 백조는 빠져 있지만, 아이들 주변에 있는 알껍질이 백조의 존재를 암시한다. 레다의 포즈는 1506년에 발견된 고대 그리스 조각상 라오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루벤스의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는 스파르타의 전사 형제를 묘사한 그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두 사람은 아르고스 왕 레우키포스의 딸들인 포이베와 힐라에이라에게 반했지만, 그들은 이미 이다스와 린케우스와 각각 정혼한 몸이었다. 그래서 형제는 여인들을 스파르타로 납치했고, 이에 격분한 정혼자들과 격투를 벌이게 된다. 이때 카스토르는 이다스에게 살해당하고, 격분한 폴룩스는 린케우스를 죽인다. 제우스는 폴룩스의 편을 들어 벼락을 내려 이다스를 죽여 버린다. 형제의 원수를 갚았지만, 슬픔을 이기지 못한 폴룩스는 제우스에게 불사의 몸인 자신도 함께 죽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형제의 우애를 가상히 여긴 제우스는 이들을 하늘로 함께 올려보내 별자리가 되게 해 주었다.
네 명의 인물과 에로스(혹은 아기 천사 푸토), 두 마리의 말이 화면에 정교하게 배치되어 역동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구성을 만든다. 갑옷으로 무장한 채 갈색 말에 올라탄 카스토르는 힐라에이라를 끌어올리고 있고, 그의 말을 잡고 있는 에로스의 검은 날개는 죽음의 운명을 암시한다. 폴룩스는 오른쪽 어깨에는 히라에이라를, 왼손으로는 포이베의 겨드랑이를 받치고 있다. 등장인물과 동물은 어지럽게 얽혀 격렬한 납치 장면을 연출하고 있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동돼 안정된 역학을 보여준다.
루벤스는 전성기 르네상스의 고전주의와 카라바조의 바로크 화풍, 사실주의적 플랑드르 전통을 결합해 장엄하고, 역동적이며, 화려한 바로크 미술 양식을 완성했다. 이 작품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다이내믹한 구성, 카라바조 화면의 탄탄한 긴장감, 플랑드르 미술의 사실적인 묘사의 유산이 모두 나타난다. 또한 한 손을 바닥에 짚고, 다른 손은 허공을 향해 뻗치며, 몸부림치고 있는 포이베의 눈부시게 흰 살결과 윤기 나는 금발, 빛으로 반짝이는 벗겨진 황금색 예복의 질감은 그가 색채의 거장 티치아노의 계승자임을 말해준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풍만한 여인들은 현대인이 보기엔 과하게 비대해 보이지만, 바로크 시대 사람들과 루벤스의 기준으로는 매우 관능적이고 이상적이었다.
역사적으로 출산 중 유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쌍둥이는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고대 사회에서 쌍둥이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아폴로와 디아나 남매 신도 쌍둥이였고,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도 이피클레스라는 쌍둥이 형제를 가졌다. 카스토르와 폴룩스 쌍둥이 형제 역시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과 아르고 원정대에 참가했던 불세출의 영웅이었다. 디오스쿠로이는 그리스인과 로마인 모두에 의해 숭배되었다. 아테네와 로마에 그들을 기리는 신전이 있었으며, 흑해 연안의 고대 도시 디오스쿠리아스(Dioscurias)도 디오스쿠로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렇듯 남성이 폭력적으로 여성을 납치, 혹은 겁탈해 강제로 결혼하는 약탈혼은 인류사에 있어 아시아·유럽·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아메리카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한 풍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쌈이라는 관습이 있었고, 몽골의 칭기즈칸도 약탈혼 당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내도 납치당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가멤논이 탄탈로스를 죽이고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약탈했고, 로마인들도 이웃 사비니 부족의 여인들을 강탈해 혼인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성혼 전 성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여성의 강탈을 통해 욕정을 만족시키기도 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사촌들과 정혼한 여성들을 강제로 납치해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두 사람은 생사까지 같이 한 영혼의 짝이었지만, 악행까지 함께하는 우정, 혹은 우애가 과연 바람직한 관계일까? 결국 무리수를 둔 폭력적 약탈 행위는 두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비극적인 운명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