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에서는 100년 만에 하계올림픽이 열리면서 세계의 시선이 파리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총·칼·활 분야의 메달 획득이 풍성하여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개회식에서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하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공식 사과를 하는 해괴한 일도 벌어졌다.
이 배경에는 아직도 유럽의 한국학을 이해하는 올림픽 행사 기획자들을 포함해 유럽의 지식인 사회가 알고 있는 한국은 '북조선' 중심의 한국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 이 배경에는 오래 전 유럽한국학회가 유럽 전체에 퍼트린 결과라는 어느 지식인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요즘의 젊은이들과 달리 그들 정부의 외교관 정도나 되어야 대한민국을 알지 그외의 유러피안들이 아는 Korea는 북조선이라니 이처럼 열린 세계에서 한국의 정체성 결정에 무엇이 문제인가를 잘 지적해 준다.
한편, 해외 여러 지역에서는 K-문화 열풍을 타고 한국어 학습 열기가 열풍에서 태풍으로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외국에서 접하게 된 한국어 관련 정보 또한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어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한국어 학당의 현지 교원들의 요구는 사뭇 차이가 있다. 현지인 교원이 꺼내는 첫마디가 한자 교육에 대한 수요라니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어 공부 단계가 점차 올라갈수록 어휘력이 중요해지는데, 한자를 모르면 무작정 암기할 수밖에 없어 학생들이 힘들어 한다는 것이었다. 무작정 암기란 매우 힘든 과정이다. 오랫동안 우리가 사용한 단어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것을 소리로 표현한 것이 한글이다. 다수의 교원들도 한국어의 정확한 구사를 위한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니 한국의 문화어문정책 담당자들이 꼭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에서도 한국어를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 언어 속에는 대화자의 품격을 담고 있다. "서로 실력이 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형세입니다"라는 장황한 표현 대신에 "백중지세(伯仲之勢)입니다"라고 하면 간단명료할 뿐만 아니라 말의 품격이 훨씬 높아진다.
"늘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도 있듯이, 세상사는 늘 돌고 돕니다" 대신, 속담을 활용하여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됩니다"라고 말을 사용하면 한층 품위가 달라진다. 그렇게 하자면 사자성어와 상용속담을 많이 알아야 한다.
우리와 달리 미국 중·고등 학생들이 영어에 섞여 있는 라틴어 공부에 열중하는 이유를 아는가. 어원(語源)과 고어(古語)를 모르고서는 고등 학문과 전문 분야의 학습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자를 알아야 한국어를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작심삼일"은 '결심이 오래 가지 못함'이란 뜻이다. 이 풀이 방식이 현재 시중에서 풀이되고 있는 정의이다. 이런 풀이가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뜻을 하필이면 왜 작심삼일(作心三日) )이라고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은 어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그 단서를 중심으로 자신의 언어로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 단서를 모르기 때문에 이해력과 연결되지 않아 기억력이 작동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서 우리나라 최초로 사자성어와 속담을 중심으로 《고품격 한국어》란 책을 전광진 교수가 엮게 됐다. 저자는 '생각의 도구'라는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국내외 수준을 높이기 원하는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래서 모든 풀이를 한국어와 영어로 했다. 이렇게 이중 언어 설명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은, 한국 학생에게는 고품격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 학생에게는 고품격 한국어를 영어로 쉽게 익히는 효과를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자라나는 우리 후세들이 세계에 한국을 바르게 알리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우리 문화의 깊은 뜻을 잘 이해하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교재에 담긴 지식을 잘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저자의 깊은 연구와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우리의 언어 생활이 더욱 품격이 높아지기를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