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3명 중 1명은 대학 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 성별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화전쟁’, 부실한 교육 내용, 비싼 학비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자국내 다양한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해 6월 3∼23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그 결과 ‘고등교육을 상당히 혹은 꽤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36%다. ‘고등교육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와 ‘전혀 또는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각각 32%였다. 이번 조사는 전화 설문, 갤럽 패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웹 설문 결과 등이 반영됐다.
고등교육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2015년부터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같은 조사에서 ‘고등교육을 상당히 혹은 꽤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57%였다. ‘전혀 혹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은 10%에 그쳤다.
특히 공화당원들에게서 변화가 컸다. 고등교육을 상당히 신뢰한다고 답한 공화당원의 비율은 2015년 56%에서 20%로 떨어졌다. 고등교육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공화당원은 11%에서 50%로 늘었다.
고등교육에 대해 낮은 신뢰를 보인 미국인들은 대학이 유의미한 지식이나 기술은 가르치지 않고, 정치적 의제를 강요하는 데다 (학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을 들었다.
고등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41%는 정치적 의제를 지적했다. 대학이 학생들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두지 않고 지나치게 진보적이거나 학생들을 세뇌하려 한다는 것이다.
37%는 대학이 관련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부분, 학위가 별로 의미가 없다거나 구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교육 내용을 지적했다. 28%는 높은 대학 등록금, 학자금 대출 등의 비용 문제를 꼽았다.
게다가 미 대학들은 최근 몇 년간 진보적 색채를 강조해 공화당 측의 비판을 받아왔다. 가자전쟁 발발 후에는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캠퍼스 점거로 긴장이 고조됐다.
커리큘럼을 둘러싸고 대학 본부 측과 보수 정치인 간 논쟁도 빈번하다. 특히 인종, 성별, 성적지향 등의 문제는 격렬한 충돌을 불렀다.
미국 사립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4만2152달러(약 5800만 원) 정도다. 공립대학은 1만∼2만3000달러(약 1400만~3200만 원) 수준이다. 하버드, 예일과 같은 아이비리그 명문대의 등록금은 연간 6만달러(약 8300만 원)에 육박한다. 주거비와 생활비 등을 합하면 10만달러(약 1억3800만 원)가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