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후배들 모임 보고 ‘깜짝’ 세 번 놀랐어요”

2024.09.05 16:22:34

경인교대 16회(77학번) 졸업 45주년 동기 모임 동행 취재기

 

우리 사회엔 각종 모임도 많다. 향우회, 친목회를 비롯해 동문회, 동(반)창회, 취미 동아리 등. 연말연시에는 그 모임이 잦다. 그런데 놀이문화 프로그램이 없다. 있다면 술 마시고 식사하고 끝이다. 술 좌석에서는 ‘위하여!’만 외친다.

 

졸업 45주년 모임에 포크댄스 지도 요청

얼마 전, 대학 2년 후배 모임에 참석했다. 몇 달 전부터의 약속이었다. 동기 모임에 와서 포크댄스를 지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도 퇴직하고 후배들도 모두 퇴직한 상태다. 행사명은 경인교대 16회 졸업 45주년 동기 모임. 깜짝 놀랐다. 대개 대학 동기 모임은 모여서 식사하고 술 한잔하고 정보 공유랍시고 세상 이야기 수다 떠는 모임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포크댄스를 한다고?

 

31일 토요일 오후, 모교 경기캠퍼스 학생문화관에 도착했다. 몇몇 남자가 종이 명찰을 달고 복도를 다닌다. 학교 교직원인 줄 알았다. 행사장에 내려가니 등록부가 있고 참석 예정자 종이 명찰이 보인다. 아마도 아까 만난 남성들, 행사에 참석한 후배들이다. 초대한 후배가 2년 선배인 나를 소개하니 깍듯이 인사를 한다.

 

 

포크댄스 강사 자격으로 참석했기에 장소를 살펴보았다. 작은 홀에는 악기가 설치되어 있어 댄스가 어렵고, 야외는 불볕더위라 불가능하다. 결국 실내 갤러리에서 하기로 했다. 재학 중 미술과 교수였던 정문규(鄭文圭 1934∼2021)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덕분에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식전행사로 다함께 포크댄스, 포크댄스 배우며 즐기기를 하였다. 퇴직은 했지만 역시 선생님이었다. 남녀 각각 8명씩 16명이 미국의 포크댄스 ‘굿 나잇 왈츠’를 배우는데 주의집중하고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학습자의 배우는 기쁨이 강사에게도 전해 온다. 이럴 때 강사는 신바람이 난다. 분습법으로 구분동작 연속동작 전체동작 익히니 금방 익숙해진다. 음악에 맞추어 예술적 품격을 높이면 된다.

 

재학 때 보컬이 아직도 모여 연습한다고?

행사장인 지누e음 KB홀에 들어갔다. 극장식 작은 홀이다. 무대엔 악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기타 3개, 드럼 2개, 색소폰 2개, 트럼펫 1개, 트럼본 1개. 이게 무슨 일? 여기에서 공연을 한다고? 지금 60대 중반인데 이런 악기 연주가 가능하다고? 또 대학 재학 당시인 1977, 1978년도에 결성된 모임이 지금도 정기적으로 모인다고?

 

 

알고 보니 보컬 그룹 이름이 DSF(Double Seven Forever). ‘77학번 영원하라’는 의미란다. 재학 당시 그룹 이름은 블랙스타라고 알려준다. 대학 졸업한 지가 45년이 지났는데 음악이라는 끈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이름도 바뀌고 멤버도 일부 바뀌었지만 이건 톱 뉴스감이다. 음악을 통한 결속력을 보았다. 지금도 월 1회 인천 소재 연습장에 모여 연습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 모인 동기생 총인원이 33명인데 밴드 멤버(남5, 여5)만 모여도 3분의 1이 모인 것이다. 이들이 다루는 곡은 무엇일까? 서부영화 주제가 ‘장고’ ‘체리핑크’ 연주다. 우리 가요 ‘물보라’ ‘연인’은 노래를 부른다. 특별출연도 있다. ‘긴 머리 소녀’를 부른다. 학창시절 21세 나이로 돌아간 것이다.

 

학급문집 만들 듯이 졸업동기 문집 만들어

후배들은 이번 모임을 위해 경인교대 16회 ’길,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문집을 만들었다. 무려 327페이지 분량이다. 산문 16편, 시(詩) 5편, 동시 1편, 우리들의 인생2막 다큐멘터리 13편, 영하대본 1편, 사진 부록 5편이 실렸다. 우간다 쿠마 대학 총장인 홍세기 후배는 ‘아프리카에서 부르는 바람의 노래’라는 책을 보내왔다. 해외에 있는 홍세기 후배와 조00 후배는 이번 모임에 축하 영상을 보내왔다.

 

 

교육장을 역임한 심00 후배는 ‘45년을 초월한 동기 12명의 필리핀 여행기'(영상 배경)를 낭송한다. 또 다른 사람은 ‘크리스마스 가족 음악회를 기다리며’ 시를 낭송한다. 이 모든 것이 나의 눈에는 신비하게 보였다. ‘2년 후배들인데 아직 청춘이 살아 있구나!' 모임 프로그램에 문화를 접목시킨 것. 모임에 음악, 댄스, 문학을 접목시키는 것을 보고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의 모임은 생산적이고 교육적이다. 역시 선생님이다. 이들은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단결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후배에게 물었다. “밴드부 역할이 크다. 그 인원만 10명이니 대세를 이룬다”고 한다. 또 개인 점조직을 통한 총력 동원의 힘을 손꼽는다. 70세 모임엔 더 인원을 모으겠다고 한다. 2029년엔 졸업 50주년 모임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2년 후배들이지만 그들의 꿈과 실천력이 야무지다. 아니, 부럽기만 하다.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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