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힘, 시각 장애인도 발달 가능
다른 지능과 달리 나이 들어도 빛 발해
새하얀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며 설계를 하는 건축 설계사와 그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들은 모두 공간지능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 외에도 한 요소를 다른 요소로 변형시키거나 변형 과정을 알아내는 능력,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포착하고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능력, 공간적 정보를 도표화해서 나타내는 능력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세부적인 능력들은 독립적으로 발달하기도 하지만 음악지능에서 리듬과 가락이 함께 작용하는 것처럼 서로 융합되어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지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시각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청각, 언어 장애인과 같이 의사소통 기관이 손상된 사람들도 언어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것처럼 공간지능 역시 시력을 잃은 시각 장애인들에게서도 발달된다.
시각 장애인들은 이야기만 듣고도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튀어나온 선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손으로 만져 가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느낄 수 있다면 보통 사람과 같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공간지능은 다른 지능보다 쉽게 원시적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수백만 년 전 수렵 생활을 했던 인류는 먼 장소로 일을 나가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자면 지도나 나침반이 없어도 집을 찾아올 수 있는 예리한 공간 능력이 있어야 했다. 특히 공간지능에 있어서 현재까지도 남녀의 차이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사냥과 이동이 남자들의 주된 업무였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간지능의 특이한 점은 다른 지능과 달리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능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해진다. 논리수학지능은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약해지고 신체운동지능 역시 떨어진다. 하지만 공간지능은 꾸준히 연습만 하면 인생 전체에 걸쳐 탁월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보다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실제 생활에 더 익숙해지는 경향은 공간지능의 특성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공간지능은 인간의 오른쪽 두뇌 특히 후두골 부분에서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두골이 손상되면 장소를 찾거나 사람 얼굴을 알아보거나 상세한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왼쪽 후두골이 손상되었을 때도 공간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공간지능에 관여하는 부위가 뇌의 뒤쪽 부분에 넓게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간지능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언어지능이나 음악지능과는 달리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 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갓난아기들은 먼저 자신을 둘러싸고 있으며 자신이 보고 느낄 수 있는 특정 공간만을 인식한다.
걸음마를 하게 되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떤 영상을 상상할 수 있게 되고,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자신이 상상한 영상을 변형시키면서 점점 공간지능의 다양한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공간적 관계를 전체적 설명에 연관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이면서 우주와 같은 추상적 공간이나 형식적 규칙을 다룰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