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보태니컬 아트' 전시회에서 출품자들 이야기를 듣다

2025.04.08 14:08:47

경기도교육청평생학습관 윤슬갤러리, 50개 작품 보며 감탄 연발

 

“나는 무식(無識)하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배움의 영역은 끝이 없구나!” “세상에 이런 취미생활도 있네?” “그렇다면 이게 사진이야, 그림이야, 예술이야?” “어허, 그림 그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 공부 제대로 하겠네” “그렇다면 이게 바로 힐링 아니던가?”

 

4월 초순, 경기도교육청평생학습관 1층 전시실 윤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2025 보태니컬 아트 전시회’(3.25∼4.6)를 보고 나 혼자 중얼거린 말이다. 전시된 50개의 작품 중 대부분 꽃이 소재인 것이 많다. 그래서인지 전시된 작품을 보니 화려하기만 하다.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는 처음 듣는 단어다.

 

전시회를 주관한 김순녀 강사를 만났다. 그는 수원과 화성지역에서 활동하는 보태니컬 아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보태니컬 아트는 ‘botanical’(식물의, 식물학의)과 ‘art’(예술)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하면 한 마디로 식물 세밀화로 식물학과 예술이 결합된 장르”라고 설명했다. 즉, 식물의 특성을 살려 좀 더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그리는 것을 말한다. 식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작가의 예술적인 감각을 토대로 식물의 정교한 부분까지 담아내는 세밀화다.  

 

 

그는 보태니컬 아트의 재료인 색연필은 재료 준비가 간단하고 작업이 용이해 그림에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이나 기량이 뛰어난 아티스트 모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부연한다. 여기에 있는 식물 그림은 식물을 직접 채집하거나 재배하거나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라고 한다. 주위 식물을 카메라로 찍거나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찍은 사진, 여행 중 본 식물을 그리면서 창작 요소를 가미한 것. 타인의 작품을 베낀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 마디로 작품 하나하나에 시간과 노력이 듬뿍 담긴 개인 사연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전시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원들은 본인의 작품을 엽서로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을 하기도 한다. 그 엽서엔 마치 작가처럼 자신의 이름이 있다. 또 가족으로부터, 주위 지인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으려고 전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어머, 멋있네!” “정말 잘 그렸네!”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하고 자신감이 생겨 삶에 생기가 넘친다고 한다. 일반인이 전시장을 들르면 식물에 대한 안목이 달라진다고 귀띔한다.

 

보태니컬을 하면 좋은 점은 무엇일가? 무료한 일상 속 잠시 나를 찾는 보태니컬 시간. 연필깎이로 사각사각 색연필을 가늘게 깍아 한 선 한 선 그리다보면 어느새 피어나는 꽃 한 송이를 목격한다. K-아줌마에서 어느새 예쁜 꽃 한 송이로 피어난 자신을 발견한다.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통해 잔소리꾼 엄마에서 어느새 작가로 피어나게 해주는 보태니컬 시간이 참 좋기만 하다. 

 

 

필자가 맨 처음 본 전시작품은 장순애의 『백합』(297㎜×420㎜)이다. 나의 첫 질문은 이 작품 완성에 소요된 시간이었다. 무려 4개월이 소요된 작품이라는 답이 왔다. 주부이기에 살림살이도 하면서 시간을 내어 그리다 보면 그런 긴 세월에 거쳐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인내의 시간을 이겨낸 작품이다.

 

여기 회원들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여행하면서 촬영한 사진이 작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김순녀 작가는 회원들의 주요 탐방지 변화를 알려 준다. 처음엔 꽃집을 다니다가 동네를 순방하고 경력이 쌓이면 전국의 수목원을 탐방해 식물을 카메라에 담아 온다고 한다. 그러면서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고백한다.

 

보태니컬 아트 주재료인 색연필을 보았다. 모두 72색이다. 연필에는 견출지에 크게 쓴 고유번호가 붙어 있다. 신중년 눈에 확 띄도록 해 작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꽃과 식물에 관한 인문학 서적도 10여 권 준비해 놓았다. 식물의 역사를 알고 스토리와 꽃말을 알면 그 식물을 사랑하게 된다. 식물을 아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블루베리』 (483㎜×610㎜)를 출품한 허혜정 회원은 경력이 2년 9개월이라 한다. 그동안 30개의 작품을 완성했는데 삶의 버킷리스트인 개인전도 가졌다고 한다. 작품 하나 완성에 보통 45∼60일 걸렸다고 한다. 그의 작품 소재는 청사과, 블루베리, 부들 등이다. 그는 “꽃은 화려해 오히려 지루한 감이 있다. 초록색 계통의 식물을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며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는 자신이 그림에 도전해 전시회를 가진다는 것. 내가 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고 자신을 칭찬한다.

 

이 자리에서 만난 초교 선배인 이영숙 회원은 "전시회장에 작품을 설치하면서 액자 배열 방법, 조명, 동선 등 을 배웠다. 취미활동으로 하는 부태니컬은 심신이 건강해지고 성취감이 높아져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회원들과 유대감도 생기고 지인들에게 나의 작은 액자를 선물할 수 있어 대만족이다"라고 했다.

 

 

회원들을 지도한 김순녀 강사는 "보태니컬을 시작하면서 식물을 보는것 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재능으로 다른 이에게는 취미생활로 힐링, 감동을 주어야겠다는 사명이 생겼다"며 "회원들이 나만의 그림을 기념할 수 있는 장(場), 즉 전시회를 열어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힐링할 수 있도록 매년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품한 회원들은 김순녀 작가를 비롯해 매탄2동, 매탄3동, 모두누림(화성시), 유엔아이(화성시 병점)에서 공부하고 있는 직장인이나 주부 등이다. 그 그림 솜씨가 놀랍다. 회원들의 열정을 격려하고 큰 박수를 보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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