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도착한 메시지를 늦게 확인했다. 아침에야 쓰게 되는 답장이 늦은 까닭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의 온라인 강의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100시간의 이론과정을 이수하고, 이어 20시간의 실습을 마쳐야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실습이 현장 중심으로 바뀐다는 정보를 접하고 서둘러 올해 과정에 등록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교육비 일부를 지원받아 시작했지만, 추석을 지내느라 이틀간 강의를 듣지 못한 대가는 컸다. 밀린 강의가 산처럼 쌓여 며칠 동안 밤을 온전히 내어주어야 했다. 평생 한글을 읽고 쓰고 가르쳐 왔으니 한국어 공부쯤은 익숙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어를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문법과 발음 원리를 이론으로 풀어가는 공부는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말을 ‘왜 그렇게 쓰는가’ 설명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배움이었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왜 다시 자격증 공부를 하느냐고 묻는다. 공부할수록 자격증은 마지막을 장식하는 증서가 아니라, 새로운 봉사를 시작하기 위한 작은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퇴임 후 간호대 초빙교수로 근무하면서 다문화간호과목을 강의한 적이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무료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몸이 아파도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의료진의 안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치료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어려움은 자녀교육에서도 이어졌다. 자녀에게 진학 가능성과 역량이 있어도 학교 및 다른 학부모들과의 소통망에 들어가기 어렵고, 필요한 진학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충분한 상담과 지원을 받았다면 학업을 이어갈 학생이 정보 부족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당장 접근하기 쉬운 노동 현장으로 향한다는 것과 외로움과 문화적 충격, 언어의 어려움, 가족관계와 자녀 양육의 부담은 서로 얽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문제줌심교육이 마음에 남았다.
우리나라 다문화학생은 2021년 16만 58명에서 2026년 21만 838명으로 늘었다. 전체 학생 중 비율도 2.98%에서 4.31%로 높아졌다(출처:교육부.2026) 학령인구는 감소하지만 다문화학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제 다문화교육은 일부 학생만을 위한 특별한 지원이 아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수 있도록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교육 현장은 때로 나이라는 문턱을 세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깊어지고,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은 더 커진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젊음과 나이 든 교육자의 열정 사이에 생기는 불균형을 자격과 봉사가 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오랜 교직 경험 위에 한국어교육 역량을 더한다면, 이주여성과 다문화학생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나의 하루에는 강의와 연구, 봉사 준비에 이어 밤의 온라인 강의까지 하나 더 들어왔다. 여러 일을 동시에 감당하는 지금의 모습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하루가 저물기 직전 가장 뜨겁게 빛나는 노을빛이라고 말하고 싶다.
노을은 하루가 끝났다는 표시이지만, 어둠 속으로 보내는 마지막 빛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그 빛에 배움 하나를 더 보태고 있다. 한국어교원 자격을 갖추는 날, 언어 장벽으로 학교교육 과정을 어려워하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또한 언어 앞에서 주저하는 결혼이주여성과 진학의 갈림길에 선 다문화학생에게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배움에는 정년이 없고, 교육자의 손길에도 퇴직은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