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도 과거 어느 고등학교에 재직 시에 아주 특이한 사정을 목격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어느 주요 교과의 정규 교사 7명이 모두 휴직 상태에 들어가 전원이 기간제 교사로 채워진 경우였다. 다른 주요 교과도 미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개 7~8명의 정규 교사가 절반 정도는 기간제 교사로 충원되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학교는 일체의 흔들림 없이 기초 학력 향상이나 내실 있는 수업 등을 강조하며 밖으로 전혀 이런 상황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기간제 교사 충원이 일반화되었고 그 맡은 역할이나 책임도 차별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매년 학년 초, 각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인사 방침을 통해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를 구별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우리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다”라고 알아차리며 실망 아닌 실망의 모습을 보인다. 현재 우리 초중고 교육 현장은 기간제 교사가 없이는 학사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숫자와 역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수용하는 태도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의 인지처럼 눈에 띄지 않게 평가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처음부터 교내 인사에서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각별히 신경을 쓰고 관리해도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에 미묘한 차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한 이는 근본적인 기간제 교사 운용 제도 자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학교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 가운데 하나는 교사의 이름 앞에 ‘기간제’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그가 마주하는 학생에게는 ‘기간’이라는 말이 없다는 점이다. 오늘 수업하는 아이도, 상담하는 아이도, 생활지도를 받는 아이도 모두 소중한 한 명의 학생이다. 교사가 정규직이냐 기간제냐에 따라 학생의 배움과 안전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달라질 리 없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기간제 교사 운영, 과연 지금 이대로 좋은 것인가? 2026년 현재 교육공무원법 제32조는 교원의 휴직·파견 등에 따른 결원 보충, 특정 교과의 한시적 담당, 교육공무원이었던 사람의 경험 활용 등을 위해 기간제 교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간제 교원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우선권을 인정받지 못하며, 일부 감독업무에는 제한이 있고 임용 기간이 끝나면 당연퇴직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법의 취지는 분명하다. 기간제 교원은 ‘정규 교원 대신 아무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한시적 교원인 것이다.
문제는 이 법적 정의와 학교 현장의 현실 사이에 생기는 간극이다. 기간은 임시지만 수업은 임시가 아니다. 2026년 실제 채용공고를 보면 기간제교사가 국어·수학·영어와 같은 주요 교과뿐 아니라 특수·보건·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년 단위로 학교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어떤 학교는 기간제교사에게 정규 교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도록 아예 명시하기도 한다. 너무도 야박스럽게 궂은일은 거의 기간제 교사에게 떠맡기는 꼴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현실을 보여준다. 기간제 교사는 단순히 정규 교사의 빈자리를 메우는 ‘대체 인력’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실제 학교에서는 수업, 평가, 생활지도, 상담, 담임, 학부모 소통, 학교폭력 관련 업무 등 교육의 핵심 영역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기간’이 아니라 ‘업무의 실제’이다. 계약은 기간제로 할 수 있지만 교육적 책임까지 기간제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기간제 교사 운용에 꼭 필요한 몇 가지 개선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채용을 ‘학교 재량’에서 ‘공정한 공통 기준’으로 명시해야 한다. 현재 기간제 교원 채용은 교육청 지침 아래 학교별 공고와 심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2026년 인천의 한 중학교 공고에서도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보건교사를 선발하도록 하고 있으며, 다른 학교에서는 수업 시연과 면접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학교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마다 지원 방법과 평가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면 지원자 측면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따라서 교육청은 최소한의 전국 공통 채용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원 자격, 결격사유, 성범죄·아동학대 관련 조회 등 법정 요건은 공통화하고, 서류 평가·면접·수업 실연의 기본 평가 영역과 배점 기준도 표준화해야 한다. 학교는 그 위에서 해당 학교의 교육적 특성에 맞는 교사를 선택하면 된다. 학교의 자율성과 채용의 공정성은 서로 대척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기간제교사 인력풀을 ‘교원은행’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천교육청은 이미 학교 지원단을 통해 기간제 교원 위탁채용과 인력풀을 운영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에도 교육청이 관내 국·공·사립 초·중·고와 공립유치원의 기간제 교원 채용을 위탁받아 공고한 사례가 있다.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한 단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한 명단이 아니라 교과, 경력, 담임 경험, 특수교육 경험, 상담역량, 생활지도 경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간제 교원 전문 인력은행’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가 갑자기 교원 결원이 발생했을 때 다시 처음부터 모집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검증된 인력이 신속하게 학교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셋째, ‘같은 일, 다른 대우’와 ‘기간제니까 더 많은 일’ 배정을 모두 금지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에게 정규 교원과 동일한 업무를 맡기면서도 ‘기간제’라는 이유로 학교 공동체에서 주변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정규교사가 아니니까 힘든 업무를 맡겨도 된다’는 식의 업무 배정 역시 경계해야 한다. 특히 담임과 생활지도는 신중해야 한다. 담임을 맡긴다면 그에 걸맞은 업무지원과 권한을 보장하고, 법적으로 제한되는 업무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없애고, 책임을 맡겼다면 권한과 지원도 함께 공정하게 해야 한다.
넷째, 재계약을 ‘눈치 보기’가 아니라 ‘교육활동 평가’에 근거해야 한다. 기간제교사의 가장 큰 불안 가운데 하나는 계약 만료 이후다.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면 교사는 교육보다 ‘다음 계약’을 걱정하게 된다. 따라서 수업 전문성, 생활지도, 학생과의 관계, 동료 협력, 학교 교육 참여 등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점은 재계약을 위한 평가를 넘어 교사의 성장을 위한 평가여야 한다는 점이다.
다섯째, ‘1년짜리 교사’라는 표현부터 바꾸어야 한다. 1년 동안 한 학급을 맡아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교사는 이미 그 학교의 교육공동체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학생에게는 그 교사가 ‘1년짜리’인지 ‘평생 교사’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늘 나를 이해해 주고 도와주는 교사이며, 내 가능성을 발견해 주는 교사인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간제 교사를 ‘임시 교사’라고 부르는 언어부터 강력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행정적으로는 기간제 교원일 수 있지만 교육적으로는 한 사람의 교사다.
여섯째, 반복되는 단기채용을 구조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필요하다. 왜 어떤 학교에서는 매년 비슷한 자리에 기간제교사가 반복적으로 채용되는가? 정말 일시적 결원인가, 아니면 구조적인 교원 부족인가? 기간제 교원 제도는 원래 한시적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장기간 반복되는 상시 업무를 계속 기간제 교원에게 맡긴다면 제도의 본래 취지와 현실 사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교육청은 학교별·교과별 기간제 교원 활용 기간과 사유를 분석하여 상시적·반복적 기간제 활용이 발생하는 분야를 별도로 점검하는 ‘기간제 고용 진단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정규 교사와 기간제교사를 ‘경쟁 관계’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는 기간제 교원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정규 교원과 기간제 교원은 분명히 법적 지위가 다르다. 이를 억지로 동일하게 만들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도, 법적으로도 맞지 않다. 교육공무원법 역시 기간제 교원의 정규 교원 임용 우선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법적 신분이 다르다는 사실과 교육적 존엄이 다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 할 것이다. 정규 교원 제도를 보호하는 것과 기간제 교원을 존중하는 것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오히려 두 제도가 건강하게 공존해야 학교가 안정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 현장에는 획기적이고 안정적인 기간제 교사 운용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이 기간제 교원 제도를 단순한 인력 충원 방식에서 한 단계 발전시킬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가칭 ‘기간제 교사 2.0’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를 위해 (1)채용 기준을 공정하게 표준화한다. (2)교육청 단위 전문 인력은행을 구축한다. (3)업무와 권한의 불일치를 없앤다. (4)재계약 평가의 객관성을 높인다. (5)반복적인 장기 기간제 활용을 진단한다. (6)기간제 교사의 전문성 개발을 지원한다. (7)정규 교원과 기간제 교원이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하나의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되도록 한다는 것을 보다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기간제교사에게 특혜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을 위한 학교를 더 제대로 만들자는 이야기다. 교사의 신분을 구분하는 것은 일종의 행정의 업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사의 교육적 가치를 구분하는 것은 이와 전혀 다른 문제다. 한 기간제 교사가 한 학기 동안 만난 학생에게 건넨 말 한마디가 그 학생의 인생에 수십 년 동안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교사의 교육은 과연 ‘기간제’인가?
교육에는 임시가 있을 수 있어도 학생의 성장에는 임시가 없다. 계약서에는 시작일과 종료일이 적혀 있지만, 교사가 학생에게 남기는 영향에는 종료일이 없다. 이제 우리 교육이 바꾸어야 할 것은 기간제 교사의 ‘기간’이 아니라 그 기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인지도 모른다. 기간제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신분 통합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공정한 채용, 합리적인 업무, 투명한 평가, 인간다운 존중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학교는 “기간은 정해져 있어도 교육의 가치는 결코 기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기간제 교사 운용, 이대로 좋은가?’라는 질문은 새로운 답을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