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논술형 수능 전면도입보다 ‘스몰 스타트’ 공감

2026.10.01 13:00:18

국힘 교육委 AI시대 대입정책 토론회

내신서 먼저 검증 후 수능 단계적 도입
AI 채점 공정성·신뢰성 확보 선결과제
사교육 증가·교원 평가부담 우려 제기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대입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수능 서·논술형 평가를 서둘러 전면 도입하기보다 학교 내신에서 먼저 확대·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능에 도입하더라도 작은 비율부터 시작하는 ‘스몰 스타트(Small Start)’ 방식으로 접근하고 AI 채점의 신뢰성과 공정성, 교원의 평가 여건 등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인공지능 시대, 대입제도의 방향은?-서·논술형 도입과 대입개편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AI 확산과 저출생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다문화사회 전환 등 사회 변화에 맞춰 교육과 대입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을 아는가’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활용하는가’로 평가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지식과 역량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알아야 사고하고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라며 “최고의 신뢰롭고 공정한 평가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평가방법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수능의 한계도 짚었다. 변별을 위해 제한된 범위에서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면서 오류 가능성이 커지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다형을 서·논술형으로 바꾸는 것이 곧바로 해법이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그는 “미래 사회를 위해 학생들의 창의력, 문제해결력은 강화돼야 하는데 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 현재 수능의 선다형에서 서술형 또는 논술형으로 바꾸는 것이 과연 답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논술형 수능의 과제로는 사교육을 통한 정형화된 답안 훈련과 채점의 공정성·신뢰성, 대규모 채점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들었다. AI 채점 역시 향후 활용 가능성은 있지만 현 단계에서 대입에 적용하기에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언젠가는 우리가 꿈꾸는 평가가 AI의 도움을 받아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그 기간이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능 이후 대입까지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서·논술형 답안을 누가, 얼마나 투입돼 채점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내신 우선 적용과 수능의 단계적 도입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이를 ‘스몰 스타트’라고 표현했다. 학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먼저 확대해 성과와 문제점을 검증하고 학생·학부모·교사의 긍정적 인식이 형성된 뒤 수능에는 작은 비율부터 적용하자는 구상이다.

 

조 교수는 “서·논술형이 그렇게 좋다면 일단 내신의 과정중심평가에서 한번 적용해보고 여기에 대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성과가 있을 때 수능에 일부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신 과정중심평가의 성과와 학부모·학생·교사의 긍정적 인식이 형성됐을 때 수능의 작은 비율로 시작하는 ‘스몰 스타트’, 그리고 천천히 가보자”고 제안했다. 자료집에는 수능에 서·논술형을 적용할 경우 20% 이내에서 시작하는 방안도 담겼다.

 

학교의 평가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주문했다. 내신에서 서·논술형을 확대하면 교사가 평가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시스템과 업무 경감, 평가시간 확보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서도 대입개편에 앞서 평가체제와 학교 현장의 여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대입제도 개편을 특정 평가방식 하나를 바꾸는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내신과 수능, 대학의 학생 선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학생 성장과 공정한 선발, 학생 선택권과 재도전 기회 등을 고려한 대입체제 설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상민 한국교총 정책자문위원은 학교 현장의 평가 여건과 교원 부담을 고려한 접근을 주문했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학교교육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교원의 평가 전문성 강화와 문항 개발·채점 지원 등 학교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서·논술형 평가 자체보다는 추진 과정과 현장 검증에 방점을 찍었다.

 

김희정 국회 교육위원장은 “수능과 관련해서 서·논술형 도입의 큰 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학생·교사·학부모는 물론 국가교육위원들까지 충분히 내용을 공유하지 못한 채 제도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서·논술형 평가의 공정성이나 채점의 신뢰성,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전혀 어떤 얘기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채점 기준이나 신뢰성 있는 평가시스템 구축이 전제되지 않으면 입시의 공정성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인선 의원은 AI 채점의 신뢰성과 사교육 부담 등을 거론하며 “대입제도는 학생과 학부모의 삶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현장 점검, 예측 가능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성국 의원도 “수능에 서·논술형 도입을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이 제도가 들어오기 위해서 어떤 절차가 있어야 되고 어떤 논의와 과정, 합의가 있어야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를 서두르기보다 제도가 실제 학교 현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입제도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가 중요하다”며 “서·논술형 평가와 AI 채점을 도입하려면 정확성과 객관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등 학교 현장에서 이미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제도 변화 역시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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