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글날 제정 100주년에 묻는 교육 본질

2026.10.05 09:10:00

올해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다. 한글날은 1926년 ‘가갸날’로 시작됐다. 당시 조선어연구회가 주축이 돼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기념해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했다. 1928년부터는 ‘한글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이후 1945년부터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게 됐다.

 

‘기역’ ‘기윽’ 둘러싼 논쟁의 의미

최근 ‘기역을 기윽으로 바꾸는 세계운동본부’에서는 ‘기윽·디읃·시읏’을 기존의 ‘기역·디귿·시옷’과 함께 복수 표준어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6세기 학습서 ‘훈몽자회’ 편찬 당시 자음자의 이름을 한자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윽·읃·읏’ 소리를 낼 한자가 없어 ‘니은·리을·미음·비읍’ 등과 다르게 부득이 ‘기역·디귿·시옷’으로 표기했는데 그것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한자 표기로 제약받던 시대의 관습을 한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오늘날까지 고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이 논쟁의 핵심은 “우리는 왜 그렇게 부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생겨난 배경을 찾아보며 적절성을 되묻는 태도다. 교육의 본질은 정답 전달을 넘어 이미 주어진 답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힘을 길러 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글날 기념 100주년은 AI 시대의 미래 교육을 돌아보게 한다. AI가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깊이 읽으며 성찰하고 책임 있게 판단하는 ‘인간다움’이 더욱 중요하다.

 

학교의 한글교육도 맞춤법과 어휘를 가르치는 기본을 넘어, 본인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타인의 글을 읽으며 타인의 생각과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 AI가 생성한 글을 질문 없이 수용하기보다 “이 내용은 사실일까?”,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되묻는 과정이 언어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인천교육청이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함께하는 2026년 한글날 축제의 주제도 ‘한글로! 세계로!’다. 시민과 학생이 한글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함께 경험하도록 하는 이 행사는 한글을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와 소통의 도구로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글의 미래는 글자의 모양이나 자모의 이름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한글 사용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질문하며, 서로의 생각을 어떻게 존중하고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 ‘기역’과 ‘기윽’을 둘러싼 논쟁도 그래서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 익숙한 것을 다시 살피고, 근거를 찾아보고, 서로 다른 의견을 듣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기 때문이다.

 

익숙함 넘어 질문하는 태도 중요

한글날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교실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더 깊게 소통했으면 한다. 선생님과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 생각을 정확하고 다양한 우리말로 표현하는 배움터가 되기를 바란다. 줄임말과 자극적인 언어에 익숙해진 우리 학생들이,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주시경 선생님이 순우리말 ‘한’에 담은 고유한 의미(크다, 으뜸이다, 하나다)를 품은 ‘한글’을 통해 세계와 아름답게 소통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진영 인천마곡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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