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집단사고-2

2005.11.21 11:46:00

조급한 만장일치 잘못된 지각 교정
효과적 의사결정이 집단사고 배제


지난 호에서는 집단사고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반대되는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바로 피그만 침공에 뒤이은 쿠바해상 봉쇄사건입니다.

1962년 10월 13일은 전 세계가 일촉즉발의 핵 재앙 위기 속에 놓여 있었다. 소련은 미국의 쿠바침공이 실패로 끝나기는 했으나, 피그만 침공사건으로 위협을 느껴 쿠바에 핵미사일기지를 설치하여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미사일기지가 완성되면 8천만의 미국인이 사정권 안에 들게 되었다. 이 위기를 해결하고자 케네디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집행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이들은 5일 동안 이 문제를 생각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토의한 끝에 쿠바에 이르는 모든 해상을 봉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소련은 이 행위를 해적행위라 비난했으나, 결국 핵무기를 적재한 선박은 소련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쿠바 미사일위기는 소련이 미사일발사대를 해체하는 대신 미국은 쿠바에 대한 불가침약속을 하여 해결되었다.

이 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피그만 침공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은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러스크 국무장관, 맥나마라 국방장관, 딜런 재무장관, 번디 국방담당 특별보좌관, CIA 국장과 부국장, 그리고 로버트 케네디 등 백악관 참모들이 이 계획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머리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집단사고가 일어나게 되었을까요?


집단사고가 일어나는 원인들 중 하나는 조급하게 만장일치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집단에는 동조압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집단사고의 경우 이 압력은 더욱 뚜렷해지고 압도적으로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이의가 허용되지 않으며, 반대자에겐 상당히 가혹한 조치가 취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집단에 부정적인 정보는 차단됩니다. 집단의 신념을 보호하기 위해 파괴적인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케네디도 피그만 침공작전에서 몇 명의 구성원으로부터 반대의 메모를 받았으나 회의에서는 그 메모를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집단사고의 또 하나의 이유는 착각입니다. 피그만 침공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들이 완전무결하며 도덕성 높은 집단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카스트로는 멍청한 인물이며, 1,400명만을 파견해도 카스트로의 정규군을 격파할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년 6개월 후의 쿠바해상 봉쇄는 집단사고를 배제한 결정이었습니다. 피그만 침공과 쿠바해상 봉쇄의 두 결정을 비교해 보면, 두 결정 모두 같은 지도자 밑에서 거의 같은 사람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압력 하에서 이루어졌고, 같은 지역에서 충돌하여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같았습니다.


이러한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위원회에서는 이전의 결정과는 다른 결정을 내놓았습니다. 위원들은 다양한 행동 대안을 철저히 분석했고, 그들이 내릴 조치가 갖는 부담들을 신중히 검토했으며, 해상봉쇄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2차 계획도 구체적으로 수립했습니다. 케네디 또한 회의분위기를 바꾸고 위원 개개인의 생각을 북돋우며 상호간 의사소통을 증진시켰습니다. 즉 조급한 만장일치의 억제, 집단성원들의 잘못된 지각의 교정, 효과적인 의사결정기법이 집단사고를 배제한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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