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가 뛴다②>“학습내용과 궁합 맞는 모형 있죠”

2009.10.08 17:55:15

모형중심 수업공개-경기 정천중 류영옥 수석
범 교과에서 활용할 만한 토론․모의재판모형 등
‘가르치는’ 수업은 NO…피드백 통해 보완․재공개


“각 교과별로 어떤 단원을 공부할 때는 특정한 수업모형이 효과적이에요. 모의재판수업모형에 사회과 교사들의 관심이 높은 것도 그런 이유죠. 그래서 활용가능성이 큰 몇 가지 수업모형을 정해 어떻게 설계․조직하고 전개하는지 시연을 통해 안내하고 있어요. 교사들은 거기서 참고할 만한 것을 얻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함께 공유하는 거죠.”

경기 정천중 류영옥(국어) 수석교사는 지난 3월부터 모형(주제)중심 수업을 교사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한 수업이 △협동학습모형(3월) △토론학습모형(4월) △모의재판수업모형(5월) △토론학습+전문가학습모형(5월) △협동학습+수준별수업모형(9월) 등 5가지. 초등과 달리 과목 별로 전문화된 중등 특성에 맞춰 교사들이 각자의 수업에서 시도할 만한 모델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

“이를테면 토론학습이 중요하다는 건 다 알지만 학생 통제도 어렵고 수업준비도 번잡해 보통 시도를 꺼려한다”는 류 수석은 “그래서 각 수업모형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과 이를 위해 학생, 교사가 준비해야 할 것들, 그리고 수업의 집중도를 높일 보조자료들을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한다.

생활국어 2단원 ‘토론하여 내용마련하기’ 단원을 대상으로 토론수업모형을 공개할 때, 미리 학생에게 토론동영상을 공개한 것도 그런 연유다. 류 수석은 “토론에 대한 기초지식과 방법을 익히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학교홈페이지에 이전에 찍어놓은 토론동영상을 탑재해 관찰학습을 유도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노하우는 이날 토론주제 ‘성형 수술 필요한가’에 맞춰 시범토론자로 나오는 학생(찬반 각 3명)과 교사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류 교사는 “찬반 학생들이 논거를 찾을 만한 사이트, 관련 서적을 제시하고, 토론에서 사용할 각종 성형 관련 설문통계 그래프, 사진, 영상자료를 함께 준비해 생동감 있는 수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동수업은 준비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류 수석의 수업모형은 ‘선 뵌’ 것으로 끝나지 않고 참관교사와 소통하며 진화한다. “시간 부족, 산만함을 극복할 유용한 팁들을 배웠다”는 조정금(2학년 수학) 교사에게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지루할 수 있다”는 코멘트를 받고 다시 고민이 시작된 것.

기존 토론수업이 나머지 학생은 방청 중 토론학습지를 기록하는 것에서 그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학습모형을 결합해 5월 수업을 재공개한 게 한 예다. 수업 전반부 토론을 벌였던 6명의 대표학생이 수업 중반부에 각 모둠(6개)에 ‘전문가’로 들어가 모든 학생을 토론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이은주(2학년 기술․가정) 교사는 “토론학습모형과 협동학습모형의 장점이 결합된 수업의 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수업은 경기 우수교사 수업으로 에듀넷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또 지난 18일에는 전체 활동 속에서 ‘무임승차’하는 학습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둠별 협동수업 후 발표와 평가과정에서 수준별 개별학습을 강화하는 수업모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피드백 과정은 수업공개가 결코 ‘가르치려는’ 장학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기 위한 활동임을 보여준다.

현재 2학년 4개반 수업을 담당하는 류 수석은 각 반별 수업공개 시간표를 미리 공지해 교사들이 더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 하지만 바쁜 수업에, 또 처리해야 할 공문과 잡무 때문에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도, 보고 싶은 교사도 시간내기가 녹록치 않아 안타까워한다.

“‘짬이라도 내서 수업을 고민하니까 우리가 진짜 선생님 같아요’라던 한 후배교사의 열망이 진정 우리의 교실을 변화시킨다”는 류 수석. 그는 “수업공개로 나 자신을 연찬하니 행복하고, 교사들이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또 행복하다”고 말한다.

‘헬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저를 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앤 설리반. 그리고 이미 설리반의 길을 걷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교사들처럼.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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