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부터 졸속 확대된 교장공모제가 ‘표절 교장’을 양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맞춤형 교장을 임용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지원자 대다수의 학교경영계획서가 너무 똑같아 짜깁기, 베끼기가 성행하고, 이들 중 교장이 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이 올 9월 1일자 서울 지역 공모교장에 응모한 392명의 학교경영계획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교장으로서의 교육철학, 경영관, 향후 실천계획 등 일종의 공약서라 할 만한 경영계획서가 한눈에 봐도 판박이인 경우가 허다했다. 실제로 서울 모 초등교에 지원한 A씨와 다른 학교 공모에 지원한 B, C씨의 계획서는 문서 디자인은 물론 내용까지 거의 유사했고, 심지어 같은 초등교에 함께 지원한 D, E씨의 계획서도 문구 몇 개만 다를 뿐 한 사람의 것이라고 할 만큼 도식, 내용이 똑같았다.
또 자기소개서도 일부 지원자들의 경우, 신념이나 인용문구가 똑같아 마치 ‘모범답안’을 보고 한 느낌이 강했다.
더 큰 문제는 누가 누구 것을 베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버젓이 심사를 통과해 교장이 된 경우가 여러 명이라는 사실이다. 1차 심사기구인 학교심사위와 2차 교육청심사위가 이를 걸러내지 못해 함량 미달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 측은 “대다수 지원자들의 계획서가 차이점 없이 비슷비슷했다”며 “이는 결국 ‘다른 요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모 초등교에 지원했던 한 인사는 “교육감 측근들을 심는데 교장공모제가 이용되고 나머지 지원자는 들러리 서는 일이 많아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며 “계획서 같은 건 요식행위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보환 의원은 “심사가 형식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교장공모제를 확대 추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이주호 장관은 “도입 초기라 부작용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총은 “결국 교육감의 권한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까지 포함해 교과부가 야심차게 강행한 교장공모 50% 확대정책은 되레 교육감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라며 “공모 규모를 대폭 줄이고 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교총과 교과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 7월 체결한 상반기 교섭에서 내년부터 공모비율을 40%까지 낮추고, 이후 공모비율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