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지연에 발목 잡힌 수석교사제가 내년 2000명 선발 계획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시범운영만 4년차로 되풀이 되면서 뜻있는 교사들이 응모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교과부는 현재 333명인 수석교사를 2000명으로 확대하고, 선발 시 역량평가방식을 도입하며, 연구활동비를 40만원으로 인상하는 2011년 수석교사 시범운영계획을 시도에 하달했다. 더 실력 있는 교사를 가려 뽑고, 처우도 높여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수석교사를 선발할 시도교육청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유는 수석교사 법제화 미비로 ‘할당’ 인원 선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시달한 계획대로라면 307명을 뽑아야 할 서울은 이에 5분의 1도 채 안 되는 60명(초·중등 각 30명) 선발안을 마련했다. 그것도 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특교로 내려오던 수석교사 예산이 내년부터는 교육청 예산으로만 시행하게 돼 60명 선발예산도 어렵게 편성했다”며 “그나마 시범운영 회차만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몇 명의 교사가 응모할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15일 홈페이지에 수석교사 선발공고를 낸 광주교육청은 올해보다 겨우 2명 늘어난 20명만 뽑는다. 교과부 계획인 67명의 3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담당자는 “올 3년차 선발 시에도 지원자가 없어 18명을 어렵게 확보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는 초등 100명, 중등 100명 선발 예산안을 확정해 도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올해 초등 22명, 중등 20명에 비해 5배나 많은 규모다. 담당자는 “최소한 200명은 돼야 지역별, 교과별로 역할이 가능하리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 역시 교과부 계획인원 457명에 비하면 절반도 못 뽑는 것이다. 이 담당자는 “법제화가 안 된 상태여서 실력 있는 교사들이 꿈을 접고 있는 상태”라며 “2배수 정도는 지원하길 바라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비슷한 사정을 겪고 있는 시도 담당자들은 “교과부와 국회 교과위가 법제화에 좀 더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향후 확대 계획도 모두 터무니없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기존 수석교사들을 해마다 똑같은 전형으로 다시 뽑는 방식이 수석교사 ‘이탈’마저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1기 172명 수석교사 중 현재(3기)까지 활동 중인 수석은 32명에 불과하다. 이는 4~5년마다 자격을 갱신하게 하는 교과부의 정책방향과 국회 계류 법안과도 맞지 않는다.
한 교육청 담당자는 “교과부는 내년에 역량평가가 새롭게 도입되니까 전형을 면제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 기존에 하던 실기평가를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지침이 그러니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 때문에 기존 지원자도 자꾸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교과부는 국회 교과위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4년차 시범운영 확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지만 이번 정기국회 중점추진법안에 수석교사법은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교과위도 내년 예산안 심의를 놓고 파행을 겪고 있어 수석교사법을 상정, 처리가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에 교총은 최근 국회의원 전원에게 발송한 호소문에서 “시범운영 대상자로 선발되는 것을 ‘영양가 없는 중노동’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법제화가 될 때까지 응모를 유보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법제화로 확대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교단이 수업 중심으로 변모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초등수석교사회 안병철 회장은 “교단에 일대 혁신을 가져 올 수석교사제를 일개의 정책, 제도로 치부하는 정부, 국회의 시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예산안 심의를 지켜보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수석교사 선발공고를 할 예정이다.
수석교사제는 관리직이 아닌 교수직의 상위 자격으로서 수석교사를 둬 교사들의 전문성 제고 의욕을 고취시키고, 교단을 학습조직화 해 궁극적으로 좋은 수업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2008년부터 시범 도입됐다.
교과부는 내년 2000명을 시작으로 매년 1000명씩 늘려 1만 명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