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평가…교사들 “기준개발, 수준기술 어렵네요”

2012.04.13 01:36:55

교과부 “현장의견 수렴, 안정적 정착지원”
성적 부풀리기 논란 없도록 지혜 모아야


정부의 ‘중등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이번 학기부터 당장 상대평가에서 성취평가(절대평가)로 전환해 바로 적용해야 하는 중학교 1학년, 특성화‧마이스터고 전문교과 교사들이 평가에 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중학교는 1학년 전체에 성취평가가 도입되는 만큼 실제 적용에 대한 교사들의 궁금증이 크다. 최근 열린 ‘성취평가제 시행을 위한 중학교 교과 핵심교원 연수’에서도 과목별로 각 시‧도에 전달연수를 할 교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서열이 아닌 성취수준에 따라 평가하는 성취평가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평하면서도 새로 도입되는 만큼 제도 운영의 본래 취지를 살려 현장에 착근되려면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중1, 특성화고 성취평가 어떻게 하나
성취기준=교육목표, 교수‧학습 상황=학습목표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소화할지
성취수준 미리 그려보고 시험 출제해야

대전 K중 J교사는 “성취평가제로 앞으로 학생들의 능력에 대한 자세한 평가가 이루어져 학생‧학부모의 입장에서 취약점을 알고 보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면서도 “반대로 학생‧학부모가 도대체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취수준이 대략적이고 일반적이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원도 한 중학교 교사는 “강원도의 경우 한 교사가 전체 학년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1학년만 평가 방법을 바꾼다 해도 성취기준을 개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인근 학교와 연계해 함께 성취기준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성취평가 도입 취지가 퇴색되는 것 같아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대구 D중 교사는 “학교에서는 대부분 교과 단원별로 학습하는데 성취수준 기술은 학기별로 하게 되어 있어 뭉뚱그려 서술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대구 S중 교사는 “사실 중학교는 수-우-미-양-가에서 A-B-C-D-E로만 바뀐다고 생각된다”며 “무늬만 절대평가가 아닌 제대로 된 성취평가를 하려면 장기적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정보공시에 따라 학교별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성취수준 차이에 대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학과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의 이해와 활용방안’에 대해 강연한 이환철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은 “성취평가를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성취기준은 곧 교육목표, 교수‧학습 상황은 학습목표라고 보면 된다”며 “이전 상대평가는 점수에 따라 서열을 매겼다면, 성취평가는 아이들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지를 평가하는 만큼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소화할지 성취수준에 대한 상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고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교의 경우 올해 특성화‧마이스터고 전문교과에만 도입돼 아직까지 파급 효과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전문교과 교사들도 학생들이 실습·취업을 나가는 3학년 2학기의 평가 문제, 각 계열 필수 교과 외 교과의 성취기준·수준 개발, 성취평가 도입 전문교과의 구분 문제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통교과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과 새 교과서가 적용되는 2014년에 도입될 예정이어서 올해부터 실시되는 시범학교 운영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교의 경우는 중학교와 달리 교과와 과목특성에 따라 성취도 단계가 2단계(Pass/Fail), 4단계(A-B-C-(F)), 6단계(A-B-C-D-E-(F))로 다양화돼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3학년도 시범운영 후 도입 여부가 결정되는 중‧고교 교과목별 재이수제(Pass/Fail)도 관심거리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성취평가제가 처음 적용되는 만큼 찾아가는 컨설팅을 통해 현장과 적극 소통하고,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성취평가제에 대한 부정적 우려 때문에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성취평가제 시범학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18일부터 26일까지 16개 시·도교육청을 돌며 ‘찾아가는 컨설팅’에 나선다.
이상미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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