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왜 모두 대학 가야 하나요?”

2012.08.30 17:47:01

10명중 2명만 진학…초등교사 조언 따라 직업계로

네덜란드는 순수한 학문연구 대학 진학률이 20%미만이다. 나머지 80% 학생들은 직업교육전문대로 진학한다. 네덜란드교육연구문화부가 2008년 실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25-35세의 네덜란드 국민 중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대학 진학률이 낮다 보니, 대졸자의 90%이상이 졸업한 지 1년 이내에 취업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렇게 대학 진학률이 낮은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정말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만 대학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육시스템 때문이다. 초등생들은 6학년이 되면 중학교 진학을 위한 시토(CITO) 시험을 보게 된다. 이 시험은 학생들의 언어 능력, 수리 능력, 지능 등을 상세하게 분석해 학생의 지적능력을 등급으로 평가한다. 각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시토 시험결과와 6년 동안의 학교성적 등을 토대로 학생이 어떤 중·고등학교에 진학할지 결정한다.

그 결과 인문계 중·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15~20%미만이며, 상위 보통중·고등학교는 20~30%, 중·하위 직업중·고등학교는 50~60%에 이른다. 인문계 중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학문연구중심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할 시기에 이미 누가 대학에 갈 수 있는지가 대부분 결정되는 셈이다.

인문계 중·고교는 6년제인데 중1부터 언어과목만 네덜란드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기본으로 배운다. 여기에 문과 우수반 학생들은 히브리어, 라틴어까지 배운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때 마음껏 놀면서 살았던 것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반면 상위 보통중·고등학교는 5년제이며, 인문계 중·고등학교보다 공부진도가 다소 느리다. 이 학생들은 졸업 후 대학보다는 상위직업전문대에 진학해 미래의 직업을 위한 이론과 실무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



중·하위 직업중·고교는 4년제다. 이곳 학생들은 공부보다는 만들기나 요리, 꽃가꾸기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일찍부터 다양한 직업과 관련된 기초이론과 실무를 배운 뒤,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전문직업인으로 자격을 취득하는 중·하위전문대로 진학한다.

이렇듯 네덜란드 학생들은 초등학교에는 똑같은 교육을 받지만 중·고등학교부터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즉 대학을 준비하며 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업전선을 꿈꾸며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중·고등학생들은 14살, 15살의 나이에 대부분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각자 서로 다른 길을 준비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을 가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네덜란드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녀가 인문계 중고교에 진학하지 못해도 전혀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않기 때문에 시토 시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초등교사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따른다. 누구보다도 교사가 학생의 능력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자녀가 공부에 적성이 없는데 억지로 인문계 중·고교에 가서 힘들게 공부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필자는 네덜란드에 살면서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을 만나 대학진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다수는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가게 되면 누가 빵을 만들고, 집을 짓고, 도로공사를 하느냐”며 반문했다.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누구나 다 공부를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네덜란드 초·중·고 교사들은 학교는 미래 사회에 일꾼들을 길러내는 장이라고 믿고 있고, 이 사회는 머리를 써서 일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기술이나 적성을 살려 일하는 중·하위 직업전선에 필요한 인력이 더 많기에, 학생들의 그런 재능을 발굴해주고 그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은 다양한 직업교육정책이 나왔지만 아직도 대학진학이 최고의 목표다. 그 결과 대학을 졸업한 청년실업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도 오래다. 이제 대학 나왔다고 모두 출세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과감한 개혁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현숙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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