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 예체능 100% 반영하기도
일부 주“반영비율 결정권도 교사에”
“도대체 기준이 뭐야?” 한국에 살다 처음 독일에 와서 아이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라면 한번쯤 들었을 법한 의문이다. 성적표에 기재된 점수의 평가 기준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어나 영어, 수학 등 몇몇 주요과목은 정기적으로 시험이라도 보니 추측해 볼 수 있겠지만 나머지 예체능과 사회, 과학 과목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전까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필기시험을 보는 주요과목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시험성적대로 성적표에 기입되지 않으니 문제다. 수업태도 점수가 필기시험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독일교사들은 학생과 부모가 아무리 성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도 자신의 평가기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수업태도 점수인 문틀리히(Mündliche Note) 평가권이 교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평가권이 막강하다보니 학기말이 되면 성적에 불만을 갖고 선생님을 찾아가는 학부모도 더러 있다. 그러나 대부분 담당교사로부터 ‘당신 아이의 수업태도가 문제 있다’는 충고만 듣고 돌아오게 된다.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에 사는 한 11학년생이 인터넷 질의응답 사이트에 성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한 학기 독일어 점수를 공개했다. 1점(최고점)부터 6점(최저점)까지의 독일 점수 체계에서 이 학생은 한 학기 동안 3점과 4점, 두 번의 문틀리히 점수를 받았고 필기시험은 한 반에 한 명도 받기 어려운 1⁺라는 최고점을 받았다.
당장에 아비투어(독일 수능시험)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점수가 걱정돼 확인차원에서 질문을 한 것 같았다. 이런 경우 성적표에 이 학생의 점수는 몇 점으로 기록될까. 3점과 4점을 합산해서 평균을 내면 이 학생의 문틀리히 점수는 3.5다. 3.5와 1⁺ 점수를 다시 합산해서 평균을 내보면 2점에서 3점사이의 점수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성적표에 기입되는 점수는 1⁺가 아닌 3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학생은 분명 지식적으로는 과목을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수업참여를 게을리 했을 수도 있고 다른 학생들과의 협동학습에 비협조적이었다든지 우수한 필기성적에 비해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이었을 수도 있다.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는 학교조례에 “성적은 필기시험과 그 밖의 수업참여 점수를 합산해 평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 밖의 수업참여 점수’가 바로 학습 참여율, 숙제, 수업시간의 개별과제 해결능력, 사회성, 협동심 등이 모두 포함된 문틀리히 평가다.
독일어와 영어 수학 등 중요과목은 50%의 문틀리히 점수를 최종 점수에 반영하도록 돼 있지만, 사회와 과학, 예체능의 경우 교사마다 문틀리히 반영률이 다르다. 이 과목들은 필기시험이 한 학기에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문틀리히 점수가 100% 성적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슐리스비히홀슈타인 주도 필기시험과 문틀리히 점수를 4:6에서 2:8까지의 비율로 최종 성적을 계산한다. 필기시험보다 수업태도 점수 반영률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주는 문틀리히 반영률을 구체적으로 학교조례나 학교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교사의 자율에 맡긴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자체적으로 담당 과목의 평가 기준을 정하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필기시험과 문틀리히 점수 비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에서는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도 거의 없지만, 설사 했다고 하더라도 수업을 등한시 할 수 없다. 이처럼 수업태도 점수가 필기시험보다 더 큰 비중으로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가 문틀리히 점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 명확한 근거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개별적인 평가서를 준비하고 있다. 평가서에는 학과지식, 언어능력, 협동심, 판단력, 창의성, 인내력, 사회성 등의 항목들에 대한 점수가 기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