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민단체가 ‘블루칼라’ 자녀 대입멘토링

2014.03.14 10:53:12

단체명도 ‘노동자 자녀’…멘토만 5000명 넘어
진학·장학금 정보부터 졸업 후 진로까지 조언


독일에는 ‘노동자 자녀(Arbeiterkind)’라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의 시민단체가 있다. 이름만 보면 얼핏 이념적인 사회단체가 떠오르기도 하겠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소위 ‘블루칼라’ 노동자 자녀들의 대학진학을 도와 용기와 기회를 주려는 목적의 자원봉사 멘토링 네트워크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학력세습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독일 학생서비스기관인 도이췌스 슈튜덴텐베어크(deutsches Studentenwerk)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아카데미커(Akademiker, 대졸자) 부모 가정에서 자란 100명의 청소년 중 77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데 비해, 대부분 중·고졸인 블루칼라 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는 23명만이 진학해 뚜렷한 학력세습 현상이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이런 결과가 비단 경제적인 격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대학 등록금이 없는 독일에서 대학에 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식비와 기숙사비, 이밖에 교통비가 포함된 백 몇 십 유로 상당의 학생카드비가 전부다. 대학 입학에 사교육비도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경제적인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해도 부모의 경제적 부가 학력세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독일 사회 학력세습의 가장 큰 이유는 블루칼라 부모는 아카데미커 부모처럼 대학의 중요성에 대해 자식에게 설명해 줄 수도 없고 본보기가 될 수도 없다는 데 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대학이라는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에 자식을 보낸다는 것에 상당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대학사회를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또는 졸업을 하면 과연 취업은 어떤 방향으로 하게 되는지 아는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보다는 직업교육을 권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고 한다.

‘노동자 자녀’ 네트워크가 바로 이런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부모나 가족이 해 줄 수 없는 부분들을 대신한다. 네트워크는 지난 2008년 사이트를 개설하며 시작됐다. 사이트를 개설한 카티아 우어바취(Katja Urbatsch)는 가족 중 아무도 대학을 다닌 적이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의 선택으로 어렵게 대학에 발을 들여놨지만 대학에서도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해 적지 않은 어려움에 직면하곤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할 청소년들의 멘토역을 자처했고, 이를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만들었다. 사이트를 통해 그는 진로 상담과 장학금 안내 등 대학진학을 위한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경험에서 시작된 ‘노동자 자녀’는 지난 7년 동안 전 독일 사회에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현재 베를린, 하이델베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큰 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독일 전역 70여개 지역에서 5000여 명의 멘토가 활동하고 있다.

멘토들은 블루칼라 가정의 청소년에게 왜 대학을 가려는지 가장 먼저 묻는다. 이를 통해 젊은 시절을 대학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대학의 중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전공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대학 진학 시 재정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부모의 도움 없이도 수학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또 무이자 융자를 누구든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각종 장학금에 관한 정보도 충분히 제공한다.

멘토들은 입학과 관련된 정보 외에도 공부 방법, 해외 교환학생 신청 절차, 실습의 필요성, 실습 기관 선택·신청 방법, 실습 점수 관리, 시험 준비, 졸업 후 진로 설정 등 구체적인 사안부터 거시적인 방향성까지 함께 고민하고 조언한다.
박성숙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일교육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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