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교원도 ‘세월호 트라우마’

2014.04.24 20:11:40

'우리 학생 잃었다'는 책임감에
'남의 일 같지 않다' 동질감 느껴

심리상담 인력확충·매뉴얼 보급
장기적으로는 ‘교원상담실’ 필요

수많은 학생과 교사가 목숨을 잃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전국 일선 학교 교원들이 심리적으로 이상을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일선 교사들의 경우 이번 재난을 남의 일같지 않은 사건으로 동질화하면서 ‘우리 학생’을 잃었다는 책임감을 느끼는데다, 연일 계속되는 보도로 인해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등학교 아들을 두고 있다는 경기 K고 교사는 “학생들이 부모님과 선생님께 보낸 메시지를 볼 때 마음이 아프다”며 “현재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무기력증을 호소했다.

경남 J중 교사도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돌아올 때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기다리다 컴퓨터나 TV를 통해 사망자만 늘어난 것을 보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며 “교사로서 희생된 학생들이 모두 우리 학생 같아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이같은 교무실 상황은 거의 전국적인 상황으로 제자를 먼저 탈출시키기 위해 침몰하는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교원의 소식이나, 관리책임과 생존에 대한 미안함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선생님의 비보를 접한 이후에는 심리적 피로도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 교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일선 학교 교원들이 ‘세월호 참사’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나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온 관심이 안산단원고 학생과 교원 등에 집중돼 있는데다 상담교사나 학교를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전문인력이 실제로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상담교사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1577명으로 배치율이 13.8%에 그친데다 올해도 120명 밖에 증원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일반 교원을 대상으로 한 상담인력을 지원하고, 관련 매뉴얼 등을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교원상담실 등을 일선학교에 별도로 설치해 일상적인 스트레스 외에도 대규모 재난에 따른 트라우마 극복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원현 한국상담교사협의회장(경기 대덕중)은 “일선 선생님들의 심리상태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장단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선적으로 전문상담교사를 확충하고, 별도의 교원을 위한 상담실 설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호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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