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분량 적정화, 협력수업 필요
행정규제 자제…수업에 집중토록
개정교육과정의 논리와 연계된 교수 설계 및 실행방안(조호제 서울버들초 수석교사)=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교육내용의 수준이나 분량을 적정화하고 인성교육을 위해 협력 수업을 적용할 수 있는 모형을 권장한다. 이를 위해 재구성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며 20% 내외로 교육과정 내용을 적정화해 효율적인 교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는 설명식 수업이 아닌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또 핵심개념, 협력학습 기법을 적용한 수업모형-성취기준 제시-평가로 연계되는 교수의 실행 구도가 구축돼 일관성 있는 수업 전개와 평가로의 전환이 기대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교과 교육과정 기준 개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곧 교사가 교수를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해 개정의 논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총론 기준 고시 후 즉시 교원연수를 강화하고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이해중심 교육과정을 적용해 봄으로써 2015 개정교육과정의 기준을 자연스럽게 착근시킬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개정의 논리를 보면, 적정화와 재구성을 통해 학습 내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사의 자율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실행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 규제는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또 교사가 핵심 개념을 파악하고 학습자 수준을 고려해 교수 분량을 스스로 선정할 수 있도록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차시를 제시해야 한다.
2009 개정교육과정 이후 교수-학습 방법은 유행을 타듯 해마다 변화했다. 스마트 교육, 스팀교육, 협력학습, 하브루타 등으로 이어진 교육방식이 현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올바르게 정착하지 못한 분위기다. 하나라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익히고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되는 이해중심교육과정도 이와 같이 일회성으로 지나친다면 개정 논리를 활용해 교수 설계를 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수업방식으로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
‘풍부한 맥락적 수업’ 대안 제시
자신에 맞는 교수법 찾고 실천
개정교육과정에서 수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이원춘 경기 창곡중 수석교사)=미래에는 교과를 통해 배워야 할 지식뿐 아니라 그 지식을 활용하는 수 있도록 익힐 ‘맥락과 상황’을 포함하는 수업이 요구된다. 이런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풍부한 맥락적 수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수업은 상황학습, 사례기반 학습, 문제기반 학습, 내러티브기반 학습 등의 활동과 학생들의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협동학습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교사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이 결합된 것을 말한다.
풍부한 맥락적 수업은 비판적인 사고력과 창의성, 인성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이다. 결국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양과 결과보다 질과 과정을 중시하고 학습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이런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의 마음을 열어야 하며, 교사 역시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문제해결중심수업, 거꾸로 수업, 퀀텀 교수법 등 30가지가 넘는 최근의 다양한 교수방법 중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중심으로 실천해 볼 필요가 있다. 평가는 학생들의 성장을 격려하고 도와주기 위한 참조자료가 돼야 한다. 성취기준을 근거로 하는 과정중심의 평가는 수업과 별개의 활동이 아니라 수업의 일부다. 학습의 수행과정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자기생각을 서술하거나 성찰 평가, 동료평가 등이 적절히 조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런 과정중심 평가를 통해 정의적 영역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세밀히 이뤄져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좋다.
풍부한 맥락적 수업은 교수-학습의 테크닉이 아니다. 교육과정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서로 연관시켜 이해하고 순서를 다양하게 이어주는 네트워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교사의 철학과 학생 한명 한명에 대한 성장 스토리가 기록되고 쌓이는 수업의 기저에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교사보다는 학생들이 채워갈 수 있어야 한다.
기능‧과정 중시하는 평가 지향
수업시 세밀히 관찰하는 습관을
새 교육과정 평가의 방향에 대한 제언(허범두 강원 원통초 수석교사)=현장에는 여전히 형식적이고 획일화된 평가 분위기가 존재한다. 외적 요인도 있지만 현장 교사의 책임도 있다.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수업과 평가에 대해 소홀히 여겨온 분위기가 교사에게서 기인된 면도 있기 때문이다. 기능을 강조하고 성취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현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 추진한다면 수업중심의 문화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평가는 수업과 동떨어질 수 없다. 평가는 수업 장면에서 이뤄져야 하며, 수업은 곧 평가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늘 평가를 받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배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교사는 평상시 수업에서 학생들의 배움 과정을 아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가 수업 활동에 대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수업 중 학생들이 활동이나 결과물에 대해 서로 논의하게 하면서 평가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또 평가에 있어 각 교과와 영역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학 측정의 경우 측정 활동을 배제한 채 수와 연산과 같이 선택형 중심으로 잘못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와 연산도 선택형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해야 한다. 사회나 과학도 지식적인 측면을 묻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는 여러 자료에 대한 수집과 해석으로 사회현상을 탐구하도록 해야 한다. 예술교과에서는 지식 및 기능 평가만을 중시하는 관점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서의 경험과 수업과 평가에서 오는 배움이 다른 것이 아님을 인지할 때 학생들은 수업과 평가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성장의 기회를 갖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생들의 삶과 동떨어진 학문 중심의 평가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의 삶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평가 문항 작성 시 같은 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같이 지내는 친구의 글이 평가 자료가 되면 학생들은 평가에 대한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고 문제를 빨리 인지할 수 있다. 작품의 수준이 우수하면 우수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 부분을 찾아내고 보태는 유형 등으로 문제를 달리 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성취기준 진술 필요
교육과정에 주목 한 것은 성과
중학교 성취평가제의 성과와 기대(하혜진 부산 광안중 수석교사)=성취평가제 시행 초기인 2012년, 2013년에 교육청에서는 성취평가제 원격연수 30차시 이수를 의무화해 실시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기존 방식대로 교과서 중심의 지식 전달 수업을 했는데, 평가문항은 성취기준을 근거로 하려니 내용 요소를 하나 뚝 떼어와 문항을 출제하는데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 공교육의 경쟁력 확보와 미래 지향적 교실수업개선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성취평가제가 도입됐고 성취기준은 모든 수업의 준거가 되는 상황이므로 좀 더 심도 깊은 접근이 요구된다.
먼저 성취기준 진술에서 행동 요소의 적절한 결합이 요구 된다. 현재 사회‧역사의 경우 중학교 성취기준이 각각 90개(핵심성취기준 55개 포함)와 73개(핵심성취기준 41개 포함)다. 그 중 90% 이상의 행동 동사가 ‘설명할 수 있다’이다. 창의인성교육이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아는 것’을 설명만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편중된 것이 아닐까 한다. 내용적인 요소를 행동 동사와 잘 결합해 일선 교사들이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진술할 필요가 있다.
성취기준은 많은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주목하게 했다. 그동안 ‘교육과정으로 수업하기’라는 교육연구자들의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현장에 전달됐지만 실제 교사들의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보다는 ‘교과서’가 수업설계 및 실행의 실질적 근거가 되기 때문에 교과서를 근거로 가르치면 된다는 인식이 깊었다. 당연히 평가활동의 실질적 근거도 교과서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수능과 같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시험문항 출제 및 처리 등의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교사 교육활동의 매개물은 ‘교과서’가 절대적이었다.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 성취평가제로 중학교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9개정교육과정 내용을 재구성한 성취기준에 코딩을 부여하면서 코드와 성취기준 내용을 통일해 일반화하게 됐다. 처음에는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성취기준의 코드 체계에 담긴 많은 교육학적 의미를 파악하면서 교사들이 서서히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보게 되고 교육을 바라보는 지평이 다소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영어 절대평가는 재검토 해야
평가에 대한 교사재량 보장을
개정교육과정에 바라는 교수학습과 평가(김희곤 경북 포항이동고 교사)=고교의 경우, 내신 및 수능 등 대입에 관련이 있지 않으면 교육과정에 편성돼 있다 하더라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통합사회나 통합과학을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거나 사회교과와 자연교과 중 한 과목씩을 수능에 포함,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평가지침에서 ‘학교는 교과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을 활용해 평가하되 선택형 평가보다는 서술형이나 논술형 평가와 수행평가의 비중을 확대하도록 노력한다’는 항목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그 비율은 학교의 자율에 맡긴다’로 고칠 것을 제안한다.
교육평가가 준거참조평가로 바뀌어 감에 따라 2017년 수능에서 한국사에 대한 절대평가가 공지됐고 2018년에는 영어에 대한 절대평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수능은 대학이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도인데 영어까지 절대평가로 하면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변별력을 다른 과목에서 찾으려 할 것이고 이는 사교육 확대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 쉬운 수능체제로 실수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학생들은 오히려 긴장하게 되고, 낮은 수준의 문제를 틀리지 않기 위해 반복 학습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사고력 발달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교과에 대한 흥미도 낮추게 만든다. 따라서 무작정 쉬운 수능을 지향하기보다는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들이 고르게 분포한 형태가 돼야 할 것이다.
학생의 정기고사 성적이 대입에 영향을 미치면서 문항 출제오류나 채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매한 상황에 대해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출제방향에 대한 이의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학습과정을 포함한 정의적 요소까지 평가하면 더 많은 민원이 발생할 것이고 교사들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소모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평가 매뉴얼을 제공하거나 평가에 대한 교사의 책임과 재량권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