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추석맞이 송편을 빚었어요

2005.09.17 10:41:00


아침부터 연곡분교의 주방장이신 홍맹례 여사님의 손길이 매우 바쁩니다. 전체 점심 식사를 혼자서 다 책임지면서도 선생님들이 원하는 특별 메뉴를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추석맞이 송편 빚기 체험학습'을 하는 날입니다. 시골이어도 생업에 바쁜 학부모님들이 집에서 송편을 빚는 집이 거의 없어서 송편을 빚어볼 기회를 갖지 못하니 학교에서라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송편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 꽃을 피우며 덕담을 나누는, 참 아름다운 우리네 삶의 모습인데도 바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아니면 차례상에 놓을 송편만 떡집에서 사서 쓰는 풍조가 널리 퍼진 까닭입니다.

대화를 나눌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고 오랜 동안 만나지 못한 친척들끼리 둘러 앉아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풍경이니, 농경 사회의 풍속이지만 오히려 요즈음처럼 각박한 사회에서만은 한가위에 꼭 해야 할 음식이 아닌가 합니다.

쌀가루를 빻아서 익반죽(뜨거운 물로 반죽)을 하여 준비해 놓고 깨를 볶아 학년 별로 그릇에 담아 누구누가 제일 예쁜 송편을 빚나 내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방앗간에서 쌀을 곱게 해주지 않는 바람에 반죽이 잘 안 되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송편이 터진다며 선생님을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지점토나 찰흙놀이를 참 좋아합니다. 어쩌면 그 부드러운 촉감에서 모성을 그리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송편을 빚으면서도 한없이 주무르고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신나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도 같이 행복했습니다.

유치원 꼬마들도 진지하게 선배들과 함께 송편을 빚으며 어울려 살아감을 배웁니다. 서로 자기 송편이 제일 예쁘다고 급식실이 떠들썩합니다. 5, 6학년은 실과 시간을 겸하고 유치원생들도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학생 수가 적어서 체험하지 못하는 가사 실습을 하게 했으니 선생님들도 기뻐하십니다.

날마다 새 날이듯, 학교 생활도 아이들에게는 신기함의 연속이면 더 좋겠지요? 집에서 송편을 빚게 하지 못 하는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십니다. 어렸을 때 행복한 기억이 많아야 어른이 되었을 때 더 풍요로워짐을 생각한다면, 무엇이 먼저인지 늘 생각해야 함을!

지금보다 더 가난했던 시절에는 오히려 사랑과 나눔과 감사로 지금보다 더 따스한 명절을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집 저집 서로 송편을 나누고 누구네 집 송편이 예쁘다고 품평을 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할머니 댁에 사는 아이들도, 결손 가정인 아이들도 송편을 빚으며 터진 속을 잘 매만지듯 그들의 아픔과 좌절까지 잘 꿰매어 한 아이도 아픔을 잊고 밝은 모습으로 추석을 맞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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