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소풍처럼 즐겁게

2005.10.13 22:02:00


아이들이 좋아하는 낱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마 '소풍'일 것이다. 소풍의 사전적 의미는 '갑갑한 마음을 풀기 위하여 바람을 쐬는 일, 운동이나 자연 관찰을 겸하여 야외로 먼 길을 걷는 일' 이다.

우리 분교의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라면 사회성이나 사교성이라고 생각한다. 몇 명 안 되는 교실에서 오불조불 살다보니 큰 소리로 발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목소리가 늘 작다. 그래서 소풍가서 장기 자랑을 시킬 때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게 앞에 나와서 자기 소개를 하고 노래라도 부르게 한다. 그것은 자신감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정말 '놀이의 천재'라는 걸 알게 된다.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뭔가 만들어서 놀이를 즐긴다. 잘 노는 아이들의 창의성이 뛰어나고 더 건강하며 밝다. 노래를 부를 때도 가사에 어울리는 무용을 하는 5학년 성식이에게는 선물도 더 주었다. 그 창의성을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어서였다.

교실에서만 발표를 잘 하고 다른 사람 앞에 나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홍당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 다른 사람의 솜씨를 기꺼이 칭찬하고 들어주는 일,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며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하는 일, 음식을 감사하게 먹는 태도를 갖게 하는 일들은 모두 교육의 연장이다. 교실에서 배운 교과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나기때문이다.

학교 버스를 타고 오르내리면서도 운전기사 아저씨께 학교에서 배운 대로 예의바르게 감사 인사를 잘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무심하게 인사조차 하지 않는 아이는 그 자리에서 가르쳐야 한다. 행동으로 나타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생각이 없기 때문이니 깨우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장점이 보이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고쳐주지 않으면 안 될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는 소풍날. 선생님들은 평소에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되기도 하는 날이니 한 순간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날이다.

소풍날은 도덕 교육에서 시작하여 실과 교육, 체육 교육, 환경 교육까지 통합하는 날이며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감사함까지 배우는 날이니 애국심도 기르는 날이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나라, 자녀 교육에 최선을 다 하는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날이니 소풍은 그저 먹고 노는 날이 아님은 물론, 가슴 속에 추억의 사진까지 남기는 행복한 날이다.

놀이를 할 때에도 유치원생부터 전교생이 모둠이 되어 마치 운동회를 하는 것처럼 시합을 하게 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음식도 전체가 한 자리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먹는다. 각자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일손이 바쁜 부모님들도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기신다.

학교에서 하기 어려웠던 단체 경기나 놀이를 하고 보물 찾기를 하는 것도 즐거움이고 언니 누나들과 풍선을 터뜨리는 것도 즐거움이며 학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포크댄스도 행복해 한다. 선배들이 동생들의 반찬을 챙기고 데리고 다니며 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아이들.

과자 하나를 먹으면서도 서로 나눠 먹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들이 시간이 흐른 먼 후일까지 그 우정이 변하지 않기를, 힘들고 지칠 때에도 손을 내밀어 서로 도와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냥 잔디 위에 누워서 마알간 가을 하늘만 바라보아도 행복한 가을 속에서 뛰고 달리며 굴렁쇠를 굴리고 긴줄을 함께 넘으며 놀이에 몰두하는 아이들, 쓰레기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예쁘게 어울려 사는 모습이 귀여워서 늘 카메라를 들이대며 함박 웃음을 터뜨린 즐거운 나들이.

알곡이 익어가는 벼논의 풍성함처럼 아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이제 이 아이들은 가을 농사로 부모님이 바쁘셔도 함께 놀러가자고 칭얼대지 않으리라. 다섯 시간 이상 실컷 뛰놀며 가을 바람을 쏘였으니 공부하는 일에 몰두할 힘을 비축했으리라. 이젠 겨울방학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좋은 책을 많이 보고 학과 공부에 전념할 마음의 준비를 다졌으리라.

공부도 가을 소풍만큼 즐겁게 하고 몸으로 뛰노는 만큼 정신도 살찌워야 함을 깨닫게 하는 일만 남았다. 행여나 비가 올까 걱정하는 것처럼, 학교 수업도 게으르지 않을까 같이 염려하는 아이들로 키우는 일만 남았다. 소풍만큼 공부하는 것도 즐겁다는 것을, 앎의 기쁨은 사람만이 누리는 은혜라는 것을 잘 익은 알밤처럼, 고운 코스모스처럼 가슴팍에 곱게 새기기를!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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