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은 날고 싶다

2006.01.22 17:52:00


리포터는 종종 아파트 인근의 공원을 찾아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약 한 달 전부터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연(鳶)이 지금도 줄이 가지에 엉긴 채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있다. 마치 우리의 교육현실, 학교현장을 보는 것 같다.

연의 꿈은 무엇일까? 바람을 타고 하늘을 맘껏 날아오르는 것일 게다. 몸은 연줄에 매어 있지만 하늘에서 마음껏 춤추며 땅을 내려다 보며 자유를 누리는 것일 게다. 지상의 자연물들이 연을 우러러보면 더욱 더 신이 날 것이다.

요즘 일련의 교육소식을 접하니 어깨가 무겁고 마음이 착잡하다. 정부와 여당의 개정사학법 강행과 이에 따른 교원단체와 종교계의 분열, 교육부의 합의 없는 교원평가 시범교 운영과 시범교 확대 지정, 소수 사학에 대한 특별감사 시작, 50% 교장공모제 확대와 40대 교장 출연 이야기, 교육부의 교원승진제도 개정안 등.

어째 돌아가는 모습이 정상이 아닌 듯 싶다. 최고통치자 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세상이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지 의아스럽다 못해 나라의 앞날이 어두워 보인다. 화합과 통합으로 서로 잘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내 편이 아닌 것은 모두 적이라 여기고 계속 깔아뭉개려 든다. 갈등과 분열의 리더십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것으로 재미를 보았고 또 그 맛을 보려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신년연설, 국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터니 국민들은 군소리 말고 세금이나 더 내라는 소리로 들린다. 성장보다 분배에 신경을 쓰다보니 이런 정부안이 나오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켜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마련하여 세수를 확충하려는 생각은 아예 접은 것 같다.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못 가진 자를 준다고 양극화가 근원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닐 터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인가? 온전히 국민 전체가 피해자요 그 해결의 몫도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함께 손 붙잡고 일어나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털썩 주저 앉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참여정부의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초·중·고 교과서의 경제관련 분야에서 446곳의 오류가 발견되었는데 반기업, 반시장 원리를 담고 있다는 소식에 이어 국사 교과서도 사실의 왜곡, 심각한 이념성 편향 내용으로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소식이 리포터를 우울하게 만든다.

연은 하늘에서 힘차게 날아야 한다. 교육은 교육자에 의해 학교에서 마음껏 활개를 쳐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신바람 나서 교육에 임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의기소침해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교육은 실패작이다.

지금 정부는 스스로 실패를 알면서도 억지로 교육을 끌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역사에 죄인이 되는 줄도 모르고,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나중에 어떻게 되는 줄도 모르고 그저 코드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생각해 보라고 충고해 주고 싶다.

학교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교원들의 기(氣)를 살려 주어야 한다. 교육현장에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 국가는 연의 줄을 잡고 잘못된 곳으로 가지 않게 최소한의 통제와 규제를 가하면 되는 것이다. 연을 날지 못하게 만들고 나뭇가지에 동여매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정부가 시시콜콜이 간섭해도 안 된다. 그것은 자유민주국가에서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연(鳶)은 날고 싶다. 연의 꿈은 언제나 실현이 될까? 나뭇가지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저 연줄을 누가 풀을 것인가? 현재로선 암울하기만 하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저 하늘에 연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때론 비바람이 몰아쳐 연을 찢어내려 하지만 그 연은 그렇게 약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교원들, 그렇게 약한 존재만은 아닌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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