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들이 입학을 하고,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담임을 맡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이번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작년처럼 꾸러기들일까 아니면 좀 나은 아이들일까? 이번엔 좀 나은 아이들을 만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음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앞으로 학급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일 년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면서 생각을 공유할 것인가에 온통 신경이 쓰입니다.
학급 목표를 정하고, 교실 환경 정리, 출석부 정리, 각종 구비 서류 제출, 클럽 활동 조직 등등등 일이 해도 해도 끊이지 않는 게 각 학년 초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면 점차 자리를 잡아가게 되고,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상담에 들어가면서 아이들을 알아갑니다.
올 해 담임으로서 제일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입니다. 요즘 국내외에서도 하고 있는 아침 독서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개학 첫날.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 한 권씩을 가지고 오라 했더니 반절이 책을 책상에 꺼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안 가져왔다며 애교 아닌 애교를 떱니다. 그래서 책을 아직 가지고 오지 못한 아이들 한 명 한 명 얼굴을 보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일은 책을 가지고 와서 같이 읽자. 그럴 수 있지?”
“네, 내일은 꼭 가지고 올게요.”
“예쁜 얼굴에 책을 읽으면 더 예뻐질 거야.”
여자 아이들은 예쁘다는 소리만 들으면 얼굴이 발개지면서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더욱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칭찬 한 마디가 질책 열 번보다 낫다고 아이들은 대부분 책을 준비하여 다음 날 학교에 옵니다.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지난 1년 동안 책 한권 이상 읽은 사람 손 들어보라 하니 세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 중에 한 명은 인터넷 소설을 읽었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책 읽지 말고.’ 하려는 입술을 재빨리 닫고 ‘그거라도 읽었으니 좋은 거지. 이젠 다른 종류의 책도 읽어보자.’ 했더니 ‘네~’ 하며 대답을 걸쭉하게 합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한 지 일주일. 아직 어수선한 상태이지만 아이들은 모두 책을 가지고 옵니다. 일부 아이들은 아직 책을 읽는 것에 어색해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등교하여 교실에 오면 책을 꺼냅니다. 물론 담임인 나도 책을 가지고 와서 읽습니다. 무슨 재미있는 책을 읽는지 간혹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도 들려오지만 이내 잠잠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음으로서 교실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지고 동시에 명랑한 분위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딱 10분 내지 20분 정도, 아직은 그냥 읽게만 하려 합니다. 독후감이나 내용 요약 같은 것을 하라하면 아이들은 이내 부담을 가져 책을 읽는 재미보다 중압감이 먼저 들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책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 여러 가지 형태로 독서 노트를 만들어 활용해 볼 생각입니다. 읽는 것을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선생님의 반 강요에 책을 읽지만 언젠간 스스로 책을 읽을 거라 봅니다. 가끔 책상 사이를 오가며 ‘너 참 좋은 책 읽는구나. 이거 이런 책인데 참 좋더라.’ 말해주면 아이들의 책읽기 흥미도가 한층 나아지는 걸 보면 가끔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책읽기. 이제 시작이지만 끝은 기쁨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리라는 걸 기대해 봅니다. 아이들에게 가끔 들려주는 얘기지만 책은 마음의 바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