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학교생활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주섬주섬 가방을 메고 실내화 가방이나 기타 합판이나 멜로디언을 챙겨 들고 올망졸망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반장의 구령에 맞추어 인사를 한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친구들아, 안녕!”
그런데 아이들이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덧붙이는 문장이 하나 더 있다.
“차조심 길조심 사람조심 집으로 곧장 갑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선생님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매일 아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사를 받는다. 인사를 받고도 못 미더워서 차조심 할 것과 낯선 사람 조심할 것 그리고 친구집에서 놀거나 가게에서 지체하지 말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다시 한번 주지시켜 귀가 시킨다.
아이들의 인사 한마디에도 우리사회의 현 주소가 가늠 된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 되어 있는지. 어린이 교통사고, 유괴사건, 실종사건 등등. 유니세프(UNICEF)에 의하면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 어린이 교통사고는 인구 10만명당 OECD 회원국(평균 2.7명) 중에서 사망사고 비율이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이는 부주의한 운전자들의 책임도 크지만 학교에서나 가정에서의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이 소홀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학교 학생들도 보면 하교가 이루어지면 학교 앞에 있는 가게에서 군것질을 하거나 운동장에서 놀면서 학원차나 부모님차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학원차나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님차와 아이들이 뒤엉켜 혼란스럽게 된다. 특히 비가 올 때의 등하교시간은 그야말로 혼잡 그 자체다. 이 혼란을 막아 보려고 학교측에서는 학원차나 학부모님의 차를 학교 안이나 교문 주변에 주차시키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하기도 하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무슨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이다.
우선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통학로와 차로를 구분시켜야겠다. 그리고 학원차나 학부모님들이 차를 주차시키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승하차 시키는 구역이 따로 설치된다면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노심초사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규모가 작은학교보다 큰 학교에서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서 꼭 고려해 봐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