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순간을 새로운 꽃처럼 살아갔으면

2006.04.19 13:46:00


“와~! 화사하다.”
“고운 눈송이가 날리는 것 같애.”
“야. 니 머리 위에 꽃잎 떨어진걸 보니 영화 꽃잎의 주인공 같다. 큭큭.”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등굣길에 활짝 핀 벚꽃의 숲 속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4월이면 교정에 가득한 벚꽃을 배경으로 3학년 아이들은 졸업 사진을 찍고, 저학년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때론 담임선생님과 함께 나와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자주 목격됩니다.

그러다 꽃구경 나온 선생님들을 보면 “선생님, 우리랑 사진 찍어요. 네?”, “안돼. 우리부터 찍어야 해. 너흰 나중에 찍어.” 그러면서 서로 사진을 찍겠다며 팔을 잡아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 시무룩하니 졸던 아이들도 밖에만 나서면 힘이 펄펄 넘쳐 납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농담조로 “야, 닭병 걸린 우리 연주가 귀여운 영양이 됐네.” 하며 웃으면, 그 아이는 “저 원래 영양이에요. 이쁜 영양. 히히.” 그러면서 팔짱을 끼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졸라댑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20여분 정도의 여유로운 시간에 아이들은 그야말로 꽃향기 가득 마음에 담으며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또한 사제지간의 딱딱함도 꽃향기 속에 녹아들어 부드럽고 웃음 가득한 관계로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이 좋은 계절에도 학교라는 공간을 떠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1학년 종업식 날 상장을 만들어 달라며 조르던 나미(가명)란 아이도 그만 다니겠다고 합니다. 2학년에 올라가선 마음잡고 다니겠다고 하여 ‘앞으로 잘 할 상’이란 상장까지 만들어 주었더니 상장을 받고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결국은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며칠 전 그 아이의 마음을 돌리려고 전화 통화를 했는데 두 가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임마, 너 2학년 올라가선 잘 다닌다고 했잖아. 왜 또 병 난 거야.”
“모르겠어요. 마음은 항상 잘 해야겠다고 먹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좀 굳게 마음 먹어보지.”
“마음 먹도 잘 안 돼요. 오늘은 잘 해야지 하다가도 다음날만 되면 또 안 돼요. 저도 답답해요.”
“그래서 그만 두겠다는 거니?”
“모르겠어요. 한쪽으론 다니고 싶은데 다른 쪽으론 자신이 없어요.”

학교 그만 두면 뭐 할 거냐고 물으니 미용학원에 다니겠다고 합니다. 어떤 일에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고 포기하다 다른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 갔냐고 물으니 그저 피식 웃기만 합니다.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여러 가지로 답답한 생각이 듭니다. 그 아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복합적인 요인이 가로놓여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가정의 불화나 결손의 환경이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랑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관심을 받지 못하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갑작스런 관심을 받으면 그 관심을 거북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나미도 그런 아이 중의 한 아이였습니다. 비록 1학년 때 담임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로 말썽을 피워 속을 태웠지만 싸우면서 정이 든다고 정도 많이 든 아이인데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작년 사월, 교실에서 비빔밥을 비벼 먹고 이곳에서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웃고 그랬는데 그 사월에 녀석은 꽃을 안 보겠다며 집에 있습니다. 전화를 하면 받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녀석에게 아래의 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 일을 누가 아는가.
이 다음 순간을 누가 아는가.
순간순간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매 순간을 자기 영혼을 가꾸는 일에,
자기 영혼을 맑히는 일에 쓸 수 있어야 한다.

- 법정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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