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책읽기로 하루를 시작해요

2006.05.25 14:58:00


학년 초, 아이들을 앞에 놓고 올 일 년 동안 하고 싶은 일로 아침 독서를 한다고 했을 때의 아이들 반응은 “또 귀찮은 일 하는 거야.” “또 감상문 쓰라고 하겠군.” “숙제하기도 바쁜데 아침에 무슨 독서?”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다만 평상시 책읽기를 좋아하던 몇 몇 아이들만이 약간의 기대감을 드러냈을 뿐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또 학교 생활은 물론 개인의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제 생각을 이야기 하고 아침 독서를 시작한지 세 달이 되어 갑니다. 그 동안 아이들의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몇 몇 아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책 읽기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엿보기

우리 반은 아침자율학습시간을 이용해서 이삼십 분정도 아침독서를 한다. 나는 책 읽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워낙에 게으른 편이라 읽자 다짐하면서도 항상 다짐으로 끝난 적이 많았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도 집중이 안돼서 몇 분 못 읽고 금방 덮어버리는 편이라 방학 외에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 처음엔 아침독서란 말에 짜증도 났지만 이젠 학교에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놓게 되었다. 거기다가 30분이라는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른 아이들도 처음엔 귀찮아하는 눈치였지만 이제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보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이렇듯 나 역시도 아침독서를 하면서 많은 것을 얻게 된 것 같다.

아침 자율학습시간이라고 하면 숙제하기 바쁘고 떠드느라 소란스러운데 모두 앉아서 책을 보게 되면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그만큼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아침에 책을 읽으니 집중도 더 잘되고 머리가 맑아서 이해도 더 잘 되는 것 같다.

집중력이 향상돼서 그런지 이번 중간고사공부를 하면서도 무척 쉽게 할 수 있었다. 낮에 책을 읽으면 금방 졸음이 쏟아지는데 아침에 읽으니까 굳이 읽으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책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은 아침독서가 주는 최고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아침독서를 하면서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지게 되었고 정말 아는 것도 많아졌다. 그래서 은근히 자신감마저 생겼다.

이제 아침독서는 내 습관이다. 아침독서를 통해 책이 주는 재미를 느꼈고 얻어진 것도 많았으며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앞으로 아침독서시간을 통해 더 많은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애진이라는 아이가 쓴 글입니다. 0교시가 없는 우리학교에서 아침시간이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숙제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부족한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소란스러운 잡담으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것에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인지 책을 펴고 읽는 아이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읽자고 하는 것이 귀찮은 것이 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처음의 생각일 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반에서는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20분정도 책을 읽는다.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으면 어떤 것이 좋을까? 나는 우선 20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반 아이들은 소란스럽고, 모두들 숙제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독서를 함으로써 20분 동안 이지만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몇 시간씩 지루하게 억지로 독서를 하거나, 재미없어서 기억에도 잘 남지 않는 것 보다 10분, 20분 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서 책 내용이 더 오래 남는다. 인터넷 에서도 보았는데, 우리 몸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에너지를 섭취하여 몸이 다시 최적의 상태로 돌아오는 아침은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읽으라고 시키지 않으면 책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학교에서 매일 20분씩만 읽어도 하루 중에는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이 20분이 일주일이 모이고 한달이 모이고 일년이 모인다면 정말 폭넓은 지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라라는 아이가 쓴 글입니다. 처음 아침에 책을 읽자고 할 때 안 좋은 얼굴을 보였던 이 아이는 지금 늘 책을 끼고 있습니다. 물론 읽는지 읽지 않은지는 모르지만 늘 책을 가까이 하려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습니다.

빗방울이 모여 냇물을 이루고,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듯이 매일 읽는 20분, 30분의 책 읽음이 일 년의 강물이 될 거라 믿어봅니다.

난 평소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책을 가까이 두고 읽진 못했다. 그러다 2학년이 되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아침에 책을 읽게 되었고 틈나는 대로 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다. 철이 없었던 1학년 때에는 아침자율시간에 얘들이랑 놀고 자는 것이 전부였는데... 2학년이 되어서 아침자율시간에 독서를 한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 어색하고 생소한 일이었다.

처음 아침 독서를 한다는 것에 조금 망설여지기도하고 막막하기도 했다. 그리고 걱정거리도 많이 생기곤 했다.

"내가 과연 집중을 잘 하여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아님 " 책 한 권을 꾸준히 잘 읽을 수 있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처음에 학교에서 책을 펼치고 읽었을 때는 왠지 적응이 잘 안되고, 책 한 소절 읽고 주위 아이들을 돌아보고 또 책 한 소절 읽고 주위아이들을 돌아보고..자꾸 산만한 저의 모습이 보였었다. 그런 내 모습 때문에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고 걱정이 되었었다.

산만하고 집중을 잘 못했지만 참고 꾸준히 하루하루씩 시간을 늘려가면서 열심히 책을 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책 한 권을 정말 빠른 속도로 읽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한번 책을 읽으면 웬만해선 책에 손을 놓지 않으려는 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심지어 아침독서 시간 외에 쉬는 시간이든지 .. 점심식사를 하고 남은 점심시간이라든지..학교생활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다른 아이들이 책 한 권정도 읽을 때 난 2~3권을 읽을 정도였다. 그리고 아침자율시간이 30분정도 되는데, 그 짧은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으니깐 장시간에 걸쳐 책을 읽는 것보다 집중력도 좋아지고 책의 흐름도 의외로 머리에 잘 들어오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 결과는 알찼다고 할까.

또 책을 꾸준히 읽음으로써 이해력이나 언어능력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꼈다.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예전에는 과제나 문제들을 풀 때 이해가 안돼서 몇 번이나 다시 읽곤 했는데 이제는 예전보다 수월해져서 문제의 요점을 빨리 이해해서 빨리 풀었다. 이런 변화된 나의 모습을 보면 "책은 정말 좋은 거구나 "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곤 한다.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지식도 많이 생기고 생각도 깊어지고...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이익을 얻어서 뿌듯해졌다. 주위에서 책을 많이 읽으라는 소리를 처음에는 이해 못했던 나인데... 이젠 좋은 책을 보면 많은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싶을 정도이다. 아직 많은 책들을 다 접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앞으로는 더 많은 여러 분야의 책들을 접해보고 싶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에게 아침에 책읽기를 하자고 권유해주신 선생님께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 반 실장인 민정이라는 아이가 쓴 글입니다. 공부를 썩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성격이 좋아 실장을 시켰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찌된 일인지 실장을 하라고 하면 서로 안 하려고 뒤로 물러서곤 합니다. 민정이도 겨우 사정해서 실장을 하라고 했는데 반 아이들을 다독이며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아이들에게 충분히 전달

아이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려고 할 땐 하나의 짐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충분히 그 취지를 알리고 설득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독서의 효용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어야 합니다. 동의를 얻어 함께 하겠다는 분위기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선 실패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그 의도를 설명하여 동의를 얻은 다음에 몇 가지 원칙을 정하여 꼭 지키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땐 담임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누군가 다른 행동을 하거나 할 땐 바로 방향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져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원칙을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그냥 읽기만 하자고 했습니다. 책을 읽는데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쓰라고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매주 수요일 7교시에 독서 시간을 두어 운영하고 있지만 쓰기를 두기 때문인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일단 쓰지 않은 것만으로 읽는 것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모두 다 같이 읽자고 했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읽어갈 때 그 효율성이 늘어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아 아침 독서를 함에 있어서 다 함께 참여시키는 일이 조금 어렵습니다. 종종 몇 몇 아이들이 숙제를 하거나 연습장에 낙서를 하며 이야길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책을 놓고 온 경우입니다.

읽을 책이 없으면 아무래도 다른 행동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분위기를 흐려놓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설득하고 참여시키기 위해선 조금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윽박지르는 식으로 하면 본래의 취지가 상실되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매일 쉬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합니다. 행사가 없는 3월의 경우엔 책읽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데 중간고사나 현장체험, 체육대회가 있는 4월엔 그 분위기가 흐트러져 추스르는데 어려움이 많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독서의 효용성과 미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그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아침 독서를 시작한 지 이제 석 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모습과 행동도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아이들의 자부심 또한 대답합니다. 우리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나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젠 ‘책이 정말 좋아요.’ 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진지하게 책을 읽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한 방울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아이들의 지금의 책읽기가 하나의 습관이 되어 후에 바위를 뚫는 열매를 맺는 날이 있길 고대해봅니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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